[여행스케치=서울] “정월대보름은 설날보다 더 큰 명절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호두, 땅콩 등이 놓여 있었죠. 어르신들이 부럼을 깨야 한 해의 잡귀를 내쫓을 수 있다고 해 열심히 씹었던 기억이 나요. 오곡밥을 지어 나물 반찬과 먹은 뒤엔 짚으로 복조리를 만들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팔았어요. 저녁엔 옆동네까지 놀러가 강강술래도 하고 쥐불놀이도 했죠.”

올해 56세인 신영숙 씨는 40여 년 전 정월대보름날의 풍경을 회상했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 설날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질병과 액운을 막고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던 날이다. 각 가정에서는 부럼을 깨거나 귀밝이술을 마셨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큰 축제를 벌였다. 

올해의 정월대보름은 오는 19일이다. 최근엔 전통적인 모습으로 정월대보름을 챙기는 모습은 찾기 어려워졌지만 각 지자체에서는 대보름을 맞아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서울의 정월대보름 관련 행사들을 소개한다.

16일 토, 북촌 한옥마을 대보름 맞이 및 인왕산 산신제
먼저 오는 16일 토요일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의 북촌문화센터에서는 ‘계동마님댁 정월대보름 맞이’가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보름달 비누 만들기, 대보름 바람개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한옥 공방에서 직접 만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아트마켓’을 비롯해 어린이 대상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가내의 평안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공연이 열리고 오후 2시 30분부터는 올해 건강을 기원하는 대보름 음식 나눔을 선착순 200인에 한해 진행한다.

16일 아침 인왕산 일대에서는 산신제가 열린다. 종로구 청운효자동에서는 오전 9시부터 해맞이동산에서 인왕산 산신제를 지내며 오전 11시부터는 종로구보건소 앞마당에서 윷놀이를 개최한다. 청운효자동 자치회관 옆의 전통한옥공간 상촌재에서는 사전 신청자에 한해 부럼 깨기, 윷놀이, 사자놀이 등 어린이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인왕산 산신제는 올해로 20회를 맞은 마을 공동 행사”라며 “주민들이 제관이 되어 제례복을 차려 입고 전통 식순에 따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17일 일, 한성백제박물관 민속놀이 및 서울로7017 다리 밟기
송파구의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오는 17일 일요일 ‘2019 정월대보름 박물관 나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물관 1층 로비에서는 복주머니 종이 접어 소원 빌기, 대형 부럼 깨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광장에서는 활쏘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오후 1시와 3시에는 강강술래가 열린다. 당일 현장 선착순 등록으로 체험 가능하며 모든 프로그램의 참가 비용은 무료다.

17일 용산구 및 중구의 서울로7017과 만리동 광장에서는 일대 지역 주민들이 직접 기획 및 실행하는 ‘대보름 축제, 서울로 밟기’ 행사가 오후 3시부터 개최된다. 목련마당에서 장미마당까지 이어지는 거리에서는 다리 밟기 행사가 진행되며 목련마당 일대에서는 회현동 주민들이 전통방식으로 직접 담근 귀밝이술을 시음해볼 수 있다. 만리동 광장 한가운데에는 대보름달이 전시돼 시민들에게 포토존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광장 주변에서는 오후 5시부터 LED 야광볼을 활용한 쥐불놀이가 열려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19일 화, 남산골한옥마을 초대형 달집태우기
정월대보름 당일인 19일에는 중구의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대보름 관련 행사가 열린다. 오후 3시부터 부럼 깨기, 귀밝이술 시음 등을 할 수 있으며 오후 6시부터는 북청사자놀음, 예술불꽃 화랑의 불꽃극, 정월고사와 길놀이가 이어진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초대형 달집태우기는 오후 7시부터 열린다.

유인용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