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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국민 만화 ‘아기공룡 둘리’ 따라 요리조리 서울 여행
[만화 속 배경 여행] 국민 만화 ‘아기공룡 둘리’ 따라 요리조리 서울 여행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9.03.0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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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보고~ 조리 봐도~’ 주제가만으로 추억 속에 풍덩
중랑천을 거쳐 우이천으로 흘러간 둘리의 ‘빙하’ 
쌍문역과 둘리뮤지엄, 둘리 테마 거리까지
작중 둘리가 발견된 지점 앞에 서 있는 조형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아기공룡 둘리> 속 둘리가 발견된 지점 앞에 서 있는 조형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울] 주제가 첫 소절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추억으로 빠트릴 국민 만화 <아기공룡 둘리>. 지금은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 자리를 ‘뽀로로’에 이어 ‘타요’에게 물려주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원조 초통령 하면 단연 ‘둘리’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작중에서 둘리가 타고 온 빙하가 고길동의 집 근처까지 흘러 들어가 딸 영희에게 발견되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둘리가 빙하 타고 내려온 강줄기 따라
<아기공룡 둘리> 첫 TV 애니메이션 주제가에서 알 수 있듯 둘리는 ‘빙하타고 내려와’ 영희를 만난다. 둘리가 탄 빙하는 강화도 좁은 물길을 요리조리 잘 피해 한강을 80km가량 거슬러 올라온 후, 당시 한창 건축 중이던 다리 교각에 부딪혀 잠시 멈춰 선다. 이때 소문을 듣고 달려온 생선가게 사람들에게 해체 당해 다소 작아진 채로 중랑천 쪽으로 흘러간다. 

작품 연재시기에 맞추어 보면 빙하가 멈춰선 다리는 동호대교로, 수도권 지하철 3호선 옥수역과 압구정역을 잇는 전철교이자 2차선 도로교가 양쪽에 복합되어 있는 큰 다리다. 

애장판 1권 표지. 사진제공 / 출판사 키딕키딕
<아기공룡 둘리> 애장판 1권 표지. 사진제공 / 출판사 키딕키딕
둘리가 타고 온 빙하가 멈춰섰던 다리인 동호대교.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동호대교는 둘리가 타고 온 빙하가 멈춰섰던 다리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는 경의중앙선 옥수역과 음봉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로는 강변북로를 타고 달리다 동부간선도로로 옮겨 타기 직전 건너는 곳이기도 하다. 음봉역에서 내리면 합수부를 조망하기 어려우므로 옥수역에서 한강 산책로로 내려가 음봉역 방향으로 걷는다.

약 300m쯤 걷다 보면 지금은 사라진 한강의 섬 ‘저자도(楮子島)’와 관련한 안내문이 서 있다. 저자도는 본래 중랑천이 청계천과 만나고 다시 한강과 만나면서 물이 실어 온 토사가 쌓여 형성된 삼각주로 닥나무가 많고 풍경이 수려했다고 한다. 

저자도는 1970년 압구정동 택지 조성 과정에서 섬의 흙과 모래를 퍼내 활용하면서 그야말로 물속으로 사라졌는데, 만약 그대로 있었다면 빙하가 걸리면서 영화 <김씨 표류기>와 흡사한 ‘둘리 표류기’를 찍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이천 중랑천 합수부에서 둘리 인형을 찍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우이천 중랑천 합수부와 함께 찍은 둘리 인형.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둘리를 태운 빙하는 중랑천으로 진로를 꺾어 올라오다 우이천 쪽으로 진입해 들어온다. 1983년이면 아직 청계천이 복개되어 있었을 때여서 청계천으로 들어왔다면 복개 구조물 아래에 걸려 사람들 눈에 들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랑천과 우이천이 만나는 합수부에는 다리가 들어서 있다. 청계천과 더불어 조선시대부터 수질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현재는 수질 개선이 이루어져 합수부 즈음에도 왜가리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물고기 사냥을 하며 노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고길동의 집 근처, 둘리의 동네가 된 ‘쌍문동’
작품 속 주 무대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는 둘리뮤지엄과 둘리 테마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쌍문역과 둘리뮤지엄 주변에는 이정표들이 설치돼 있으며 거리 곳곳에 둘리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어 반가움을 더한다.

쌍문동에 닿는 방법에는 앞서 합수부에서 우이천을 따라 쭉 걸어오는 것도 있지만, 지하철을 이용해 쌍문역에서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테마 역사로 조성된 쌍문역을 구경한 다음 우이천을 보고나서 둘리뮤지엄을 관람하는 방법이 있고, 반대로 둘리뮤지엄을 먼저 관람한 후 그 길로 둘리 테마길을 따라 우이천으로 향하는 방법이 있다. 

작품 속 주 무대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자리한 둘리뮤지엄.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작품 속 주 무대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자리한 둘리뮤지엄.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둘리뮤지엄은 '둘리와 친구들의 저승행차'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둘리뮤지엄은 '둘리와 친구들의 저승행차' 등 다양한 볼거리로 꾸며져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쌍문역은 둘리 테마역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쌍문역은 둘리 테마역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노해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쌍문1동 주민센터와 소방서, 경찰서 등을 만날 수 있으며, 공공기관 곳곳에도 둘리 조형물이 자리한다. 주민센터에 방문하면 ‘둘리 명예가족관계등록부’를 직접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는데, 미처 몰랐던 등장인물의 특기사항 등이 세밀하게 적혀있어 흥미롭다.

노해로에서 우이천을 만나 천변 산책로로 내려가면 오래지 않아 둘리 벽화가 등장한다. 둘리 캐릭터의 변천사부터 광고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료(?)들이 벽화에 묘사되어 있어 재미를 더한다.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둘리 명예가족관계등록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주민센터에서 출력할 수 있는 둘리 명예가족관계등록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공공기관 곳곳에서도 둘리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공공기관 곳곳에서도 둘리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둘리가 등장했던 옛 광고들을 재현해 놓은 벽화.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둘리가 등장했던 옛 광고들을 재현해 놓은 벽화.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쌍한교에서 수유교를 지나 동쪽으로 250m가량 이동하면 작은 하천 공원과 우이천을 끼고 마주한 곳에 작품 속 캐릭터 조형물이 있다. 이곳이 바로 고길동 씨의 딸인 영희가 빗속에서 둘리를 발견한 곳이다. 조형물 뒤편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가 조성돼 있고 ‘이곳이 둘리가 발견된 곳’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저기서 둘리의 빙하가 거슬러 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쌍한교 방향으로 250m 정도만 돌아가 보자. 이곳 주변은 작중에서 고길동 씨네로 설정돼 있던 곳이자, <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김수정 선생이 처음 세를 살았던 곳이다. 근처 건물을 매입해 고길동의 집을 꾸민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현재 둘리뮤지엄 내에만 담벼락을 비슷하게 꾸며놓은 정도다. 언젠가는 둘리와 친구들이 복작복작 지내던 ‘고길동의 집’을 실제로 구경할 수 있는 날도 기대해 본다.

Info 둘리뮤지엄
입장료
주중 4000원, 주말 및 공휴일 5000원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마감 오후 4시 20분, 매주 월요일ㆍ1월 1일ㆍ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주소 서울 도봉구 시루봉로1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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