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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영화 속 여행지] 아픈 역사와 추억이 깃든 그때 그 시절, 영화 '스윙키즈' 따라 1950년대 거제 속으로
[영화 속 여행지] 아픈 역사와 추억이 깃든 그때 그 시절, 영화 '스윙키즈' 따라 1950년대 거제 속으로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19.03.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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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전쟁터였던 거제포로수용소…영화 촬영지로 거듭나
검정 고무신, 양은도시락 등 추억 속 물건 전시된 해금강 테마박물관
태풍 '매미'가 휩쓴 자리에 탄생한 매미성까지
영화 '스윙키즈' 속 주 무대였던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 '스윙키즈' 속 주 무대였던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거제] 1950년 6월 25일 일어난 6.25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아픔과 변화를 준 사건이기에 수많은 작품의 단골 소재가 되어왔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는 여느 영화처럼 전쟁 자체를 소재로 삼지 않고, ‘춤’을 전면에 내세워 이목을 끌었다. ‘전쟁과 춤이라니, 무슨 연관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영화관을 벗어나 작품 속 무대인 거제로 발길을 향하게 한다.

6.25전쟁 당시에는 포로를 수용하기 위해 부산, 거제 등 16곳에 포로수용소가 만들어졌다. 그중 거제포로수용소는 유엔사령부 관할의 국내 최대 규모 포로수용소로 친공ㆍ반공 포로와 중공군 포로, 그들을 관리하는 미군까지 국적ㆍ이념ㆍ인종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인 ‘제3의 전쟁터’였다. 

이데올로기의 격전지, 거제포로수용소 
영화 <스윙키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은 거제포로수용소를 주 무대로 삼고 있다. “모두 다 미워하고 싸우라는 세상에서 춤으로 행복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작품 속 주인공은 대립과 갈등 속에서 춤으로 하나 된 이들이다. 

“이거 매직슈즈야. 이 신발을 신으면 전쟁이건, 생계건, 불행한 상황이건 걱정이 없어져. 나만 그런 게 아닐걸.”

영화 속 양판래(박혜수 분)의 대사이다. 이처럼 주인공들에게 탭슈즈는 매직슈즈로 여겨진다. 가혹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탈출구인 춤으로 향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춤을 추는 동안 주인공들의 표정은 한없이 즐거워 보인다. 그 흥겨움은 영화를 보고 있는 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탭댄스 리듬에 맞춰 가슴이 쿵쾅! 쿵쾅! 어깨는 들썩들썩.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당시의 참혹한 현실처럼 그들의 표정 또한 허탈하게 바뀌고 만다. 

영화 '스윙키즈' 촬영지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 촬영지임을 알리는 현수막.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 속 주인공 등신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춤추고 있는 주인공들의 등신대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는 6.25전쟁 당시 종군 기자였던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이 남긴 한 장의 사진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포로수용소 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복면을 쓴 포로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 속 장면은 작품에도 반영되었으며, 이외에도 사실에 기초한 많은 부분이 영화화됐다. 음식을 만드는 장소, 독특한 구조의 화장실, 포로들의 생활공간 등 영화 속에 담긴 많은 부분은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1950년대 지어졌던 건물 일부를 비롯해 당시 사진과 장비, 의복 등을 전시한 곳으로 6.25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민족역사교육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시청각 효과를 가미해 전쟁의 긴박함을 생생하게 표현한 체험관, 포로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모형 등 당시 생활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휴전 이후 송환을 희망하는 포로는 북으로 송환되고, 송환을 거부한 포로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휴전 이후 송환을 희망하는 포로는 북으로 송환되고, 송환을 거부한 포로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는 야외막사촌.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는 야외막사촌.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시청각 효과를 가미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시청각 효과를 가미해 전쟁의 참상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안타까움과 전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이런저런 감상에 잠겨 걷다 보면 반가운 장소를 만나게 된다.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야외막사촌이다. 
야외막사촌에는 포로수용소의 막사와 감시초소, 취사장, 생활 도구 등이 재현되어 있다. 그리고 곳곳에는 영화 포스터와 춤추고 있는 주인공들의 등신대가 설치되어 있어 유쾌한 영화 속 장면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Info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매월 네 번째 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관람료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주소 경남 거제시 계룡로 61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아련한 추억이 서린 시절을 엿보다 
거제에는 1950년대를 기억하는 또 다른 장소가 있다. 검정 고무신, 몽당연필, 양은도시락 등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용됐던 다양한 생활용품과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 그 시대를 대표하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는 해금강 테마박물관이다.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해금강 테마박물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해금강 테마박물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설 법한 반공 관련 전시물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설 법한 '삐라'가 부착되어 있는 벽면.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다이얼을 돌려 전화를 거는 공중전화기, 이동부터 불을 끄기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사용 가능했던 수동식 소방차, 맥가이버처럼 다양한 전자 기기를 척척 수리해주던 전파사,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재와 달리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출산을 억제하는 내용을 담은 표어 등. 각 전시관에는 추억의 장소와 소품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이러한 모습이 낯선 사람들에겐 호기심과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요즘 아이들에겐 생소하기만 한 ‘삐라’와 반공 포스터, 공중전화기 옆에 늘 자리하고 있던 간첩 신고 안내판 등과 같이 그 시대의 사회적ㆍ정치적 상황을 말해주는 자료들 역시 정감 어린 추억 속에 함께 자리한다.

거제의 대표 관광지인 바람의 언덕.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거제의 대표 관광지인 바람의 언덕.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해금강 테마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서는 바람의 언덕을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박물관에서 10분 남짓 걸어가면 만날 수 있으며, '2019~2020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된 거제의 명소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으로 언덕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온갖 시름을 잊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그 옛날 힘들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Info 해금강 테마박물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설ㆍ추석 당일 오전 휴관)
관람료 성인 6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주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로 120

Info 바람의 언덕
주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14-47

태풍이 휩쓴 자리에 탄생한 아름다운 성
거제를 여행하다 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다크 투어리즘’. 전쟁ㆍ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막대한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일컫는 말이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전쟁의 비극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면 바닷가 복항마을에 자리한 매미성은 자연재해로 인한 아픔, 더 정확히는 새로운 형태로 재해를 극복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한 사람의 열정과 집념이 만들어낸 매미성.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한 사람의 열정과 집념이 만들어낸 매미성.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독특한 구조의 성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독특한 구조의 성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2003년, 태풍 ‘매미’는 수많은 기상기록을 갈아치우며 엄청난 피해를 줬다. 태풍으로 인해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 씨는 다시는 이런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돌을 하나하나 쌓아 담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꼬박 16년째 쌓아 올린 담장은 거대한 성을 이루어 현재의 ‘매미성’이 되었다. 

매미성에 다다르면 혼자의 힘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규모와 이것을 완성해낸 그의 집념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와 거제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여행지가 됐다. 

이른바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쌓은 돌을 유심히 바라보며 연거푸 감탄하는 사람, 성 위에 올라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등. 같은 장소에서도 즐기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매미성 앞에 펼쳐진 해변에서는 파도와 몽돌이 오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매미성 앞에 펼쳐진 해변에서는 파도와 몽돌이 오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매미성 앞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도 좋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몽돌에 파도가 맞닿으며 내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노랫소리처럼, 누군가에게는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아프지만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와 슬프지만 아련한 추억이 깃든 거제. 이곳 사람들에게 파도 소리는 “괜찮다, 괜찮다”하는 위로의 말처럼 들리지 않았을까.

Info 매미성
주소
경남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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