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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여행 레시피] 이름처럼 푸른 다도해의 섬, 파도를 타고 온 봄, 바다 너머 속삭이는 4월 청산도
[여행 레시피] 이름처럼 푸른 다도해의 섬, 파도를 타고 온 봄, 바다 너머 속삭이는 4월 청산도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9.03.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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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한 바퀴 이어걷는 슬로길에서 느끼는 봄내음
청산도 조망이 뛰어난 범바위 전망대와 인근의 장기미해변
청산도항 근처 안통길에선 청산 파시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어
소금기를 품은 짭조름한 바다 냄새에 유채꽃을 담은 샛노란 봄 냄새가 묻어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소금기를 품은 짭조름한 바다 냄새에 유채꽃을 담은 샛노란 봄 냄새가 묻어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전남 완도군 청산면은 완도읍에서 약 19㎞쯤 떨어진 남해의 섬으로 대모도, 소모도, 여서도, 장도 등 5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다. 1993년에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비롯 KBS 드라마 <봄의 왈츠>,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

완도항 여객선터미널에서 50분쯤 바다를 달려 닿는 이 섬은 나무가 많아 ‘사시사철 푸르다’는 뜻의 ‘청산도’란 이름을 얻었다. 풍경이 수려해 청산여수로 불렸고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답다’하여 선산과 선원으로도 불린 곳이다. 1981년 12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시작으로 2007년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됐고, 2010년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이야기가 있는 생태탐방로’, 2011년에는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인증 세계슬로길1호로 각각 선정됐다. 미항길, 낭길, 돌담길, 구들장길 등 약 42km에 달하는 열한 구간의 슬로길은 청산도의 마을과 바다, 주민들의 삶과 삶, 또 섬세하면서도 투박한 풍경을 그림처럼 잇는 길이다. 4월 6일(토)부터 5월 6일(월)까진 ‘느림은 행복이다’란 주제로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가 열린다. 청산도 내 대부분의 관광명소엔 입장료와 주차요금이 없다. 여러모로 착하고 예쁜 섬이다.

돌담길 옆 유채꽃, <서편제> 촬영지
항구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랐다. 소금기를 품은 짭조름한 바다 냄새에 유채꽃을 담은 샛노란 봄 냄새가 묻어왔다. 청산도는 한반도 끝자락 완도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남쪽의 반농반어촌 섬이다. 4월이면 하늘대는 꽃들이 뭍에서부터 달려온 이들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발끝을 따라 수선화가 무더기로 피었고, 키 작은 담장 안엔 노오란 꽃무리가 바람을 따라 물결처럼 흔들린다. 돌담에 그려진 하늘색 화살표는 바다를 향해 있다. 이 길은 화랑포 갯돌밭으로 이어져 이 섬을 한 바퀴 이어 걷는 슬로길 제1코스다.

목책으로 이어진 길 너머로 건물이 들어서 있다. 누구나 꿈궈봄직한 이층집. 그 앞으론 유채꽃이 만발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목책으로 이어진 길 너머로 건물이 들어서 있다. 누구나 꿈꿔봄직한 이층집. 그 앞으론 유채꽃이 만발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이층집 근처 바다를 향해 걸린 커다란 액자가 인상적이다. 액자만 걸어두면 풍경 사진이 되는 곳.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이층집 근처 바다를 향해 걸린 커다란 액자가 인상적이다. 액자만 걸어두면 풍경 사진이 되는 곳.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유채꽃밭 아래로 만선을 꿈꾸는 고깃배들이 보이고, 등 뒤로는 야트막한 산과 청산진성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청산도는 서남해안을 방어하는 군사 요충지였고, 이로 인해 조선 고종 3년(1866) 첨사진이 신설됐다. 청산진성도 그때쯤 축조됐다. 지금의 성곽은 흔적만 남아있던 것을 2010년 복원한 것이다. 파노라마 풍경이 펼쳐진다는 성곽에서의 조망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봄의 왈츠> 세트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목책으로 이어진 길 너머로 그럴싸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런 집 하나쯤!” 누구나 꿈꿔봄직한 이층 집 구경도 좋지만 바다를 향해 걸린 커다란 액자가 더 인상적이다. 말 그대로 액자만 걸어두면 풍경 사진이 되는 곳, 청산도는 그렇게 어여쁜 섬이다.

청산도 조망이 뛰어난 범바위 전망대, 범바위와 인근 장기미해변은 기의 흐름이 센 곳으로 알려졌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청산도 조망이 뛰어난 범바위 전망대, 범바위와 인근 장기미해변은 기의 흐름이 센 곳으로 알려졌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으랏차차, 범바위와 장기미해변
범바위는 신기한 곳이다. 청산도 조망이 뛰어난 전망대지만 기(氣)가 센 곳이라 나침반이 빙글빙글 제 길을 찾지 못한다. 때문에 선박들의 사고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기지개를 켜는 호랑이의 웅크린 모습과 닮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호랑이 우는 소리가 난다’ 해서 생긴 이름인데, 호랑이란 녀석이 바위를 향해 포효했다가 바위의 울림이 제 소리보다 커서 도망갔다 식의 재밌는 전설도 내려온다. 맑은 날이면 제주도까지 보인다지만 요즘의 봄 하늘은 예전 같지 않다. 꼿꼿하게 선 호랑이 옆엔 “자석이 붙는 돌을 찾아보라”는 ‘자기의 벽’이 있다. 아이들은 자석을 들고 돌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인다. 간혹 비치된 자석이 사라지므로 집에서 미리 챙겨가는 것도 좋다. 철썩, 자석은 마법에 이끌리듯 매끈한 돌에 가 닿는다.

1년 뒤에 배달된다는 붉은색 느림우체통이 여행자를 맞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1년 뒤에 배달된다는 붉은색 느림우체통이 여행자를 맞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미처 수확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유자나무 열매, 코 끝에 대보니 아직도 향긋한 냄새가 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미처 수확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유자나무 열매, 코 끝에 대보니 아직도 향긋한 냄새가 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매점을 겸한 전망대에 올라서면 풍경은 훨씬 폭넓다. 나무로 만든 전시용 카메라(풍경사진관)와 1년 뒤 배달된다는 붉은색 느림우체통이 여행자를 맞는다. 이곳에 가만히 서면 자연 그대로의 소박함과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한 걸음씩 옮겨보는 일, 그렇게 걸어 저 바다를 눈에 담는 일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경험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범바위를 뒤에 두고 낮은 산등성을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나무 숲 너머로 다랑이논들이 보인다. 저 논과 밭엔 어떤 작물들이 심겨질까. 해풍을 맞고 자란 섬의 소산물들은 훨씬 달고 싱싱하다.
범바위를 떠나기 전 바로 옆 장기미해변에 들러본다. 동글동글 몽돌 덕분에 공룡알해변이란 별칭도 있다. 범바위의 기는 능선을 타고 바다까지 흘렀다. 장기미 역시 강한 자성이 넘치는 곳이란다. 해변의 바위마다 까만 해조류가 잔뜩 붙었다. 한 조각 떼어먹어보니 김이다. 바위에서 막 떼어낸 김에선 맛있는 바다 냄새가 난다. 돌아가는 길엔 올 때 보지 못한 유자나무 과수원에 들른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됐는데도 유자나무는 한여름처럼 푸르다. 수확에서 밀린 유자는 초록 풀잎 속에 빛바랜 주황으로 뒹굴고 있었다. 그 작고 쪼글쪼글한 열매에서도 향긋한 냄새가 났다. 범바위와 장기미해변을 잇는 이 길은 슬로길 5코스다. 

청산 파시의 문화와 역사가 남아잇는 안통길 파시문화거리, 청산도는 고등어와 삼치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청산 파시의 문화와 역사가 남아있는 안통길 파시문화거리, 청산도는 고등어와 삼치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등어 팔딱대던 파시문화거리
청산도항 근처의 안통길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번성했던 청산 파시의 문화와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파시는 풍어기에 열리는 생선시장인데 청산도는 특히 고등어와 삼치 파시로 유명했다. 이 길에 넘쳤을 활력과 생기는 모두 사라지고 없다. 벽면에 설치된 고등어 조형물과 물고기 모양 안내판만이 그때의 일을 설명할 뿐 관광객마저 잠잠한 골목길은 쓸쓸하고 적막하다. 계단을 올라서면 일제강점기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은 옛 면사무소 건물을 개조한 향토역사문화전시관이 나온다. 오래된 동백나무 옆으론 느림카페도 있다. 종종 문이 닫혀 실망할 때도 있지만 텅 빈 건물을 등지고 바라보는 남쪽 바다와 그 곁에 자리한 삶의 터전들을 조용히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안통길을 관통하는 이 길은 슬로길 11코스로 <서편제> 촬영지를 지나는 제1코스와의 연결지점이자 슬로길의 마지막 종착점이다.

안통길을 관통하는 이 길은 슬로길 11코스로 '서편제' 촬영지를 지나는 제1코스와의 연결지점이자 슬로길의 종착점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영화 <서편제> 촬영지를 뛰어가는 아이들. 4월이면 이 일대에 샛노란 유채꽃이 핀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안도의 특산품인 전복을 넣은 물회, 청산도엔 물회와 해초비빔밥, 생선구이를 곁들인 백반 등을 먹을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완도의 특산품인 전복을 넣은 물회, 청산도에서는 물회와 해초비빔밥, 생선구이를 곁들인 백반 등을 먹을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파시문화거리는 항구 옆이어서 뭍으로 돌아가는 배 시간에 여유가 있다. 혹여 시간이 남았다면 인근의 명소를 조금 더 둘러본다. 1.2km의 백사장과 200년 된 솔숲이 인상적인 지리해수욕장이 항구와 제일 가까워 출항 전 다녀오기 좋다. 동글동글 진산리 갯돌해변, 썰물 때면 모래섬을 만드는 신흥리 해수욕장, 상서리 옛담장마을 등도 있다. 작은 섬 청산도엔 가볼 곳이 많다. 가는 곳마다 걸음을 멈추게 한다. 걸음을 멈춘 곳마다 소담한 그림이 된다.

원데이 청산도 여행 레시피
① 청산도항에서 <서편제> 촬영지까지는 2km가 채 되지 않는다. 쉬엄쉬엄 유채꽃밭과 드라마 세트장 주변을 걷다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② <서편제> 촬영지에서 남동쪽으로 5km쯤 달리면 범바위 주차장이다. 성수기엔 아래 주차장에서 차량을 통제한다. 셔틀버스나 도보(왕복 1시간)로 범바위까지 가야 한다. 오가는 길이 두 군데이므로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각각 다른 길을 이용하는 게 좋다.
③ 범바위에서 청산도항이 있는 도청리 파시문화거리로 돌아온다. 향토역사문화관과 인근 카페에서 한숨 돌리고 배를 타고 완도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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