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기획취재] 부처 이기주의로 '남해안 관광 활성화' 표류... 같지만 다른 '남파랑길'과 '남파랑'
[기획취재] 부처 이기주의로 '남해안 관광 활성화' 표류... 같지만 다른 '남파랑길'과 '남파랑'
  • 조용식 기자‧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3.20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해안 두고 국문, 영문, 심지어 로고까지 다른 브랜드 사용
부처 이기주의로 예산 이중 낭비한 격…정부 관계자 "문제없다", "추후 문제"
사진 / 조용식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코리아둘레길의 남해 구간인 '남파랑길'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남해안 통합 관광브랜드 '남파랑'이 흡사한 이름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진은 '남파랑' 권역에 포함되며 '남파랑길' 코스도 갖고 있는 전남 고흥.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남해안의 관광지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남파랑길(Namparang Trail), 국토교통부는 남파랑(Around Namhaean)이라고 부른다. 국문 명칭은 비슷해 보이지만, 영문 명칭은 물론 로고 디자인까지 달라 남해안 관광 활성화에 따른 예산 낭비는 물론 통일성도 없어 정부 부처가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문, 영문, 로고 디자인까지 따로따로…이중 예산에 혼란 야기
문체부와 국토부의 브랜드는 영문에서부터 어긋나고 있다. 남파랑길의 영어 이름은 발음 그대로 표기한 ‘Namparang Trail’이며 남파랑의 경우 한국의 남해를 강조해서 ‘Around Namhaean’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남해안을 여행하는 내국인은 물론 방한 외국인에게 이런 영문 표기는 혼란스러움만 불러내게 된다. 여기에 로고 디자인은 물론 색상, 글자체까지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심상진 경기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브랜드의 기본적인 기능은 타 지역과의 차별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해당 관광지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 부처에서 예산을 이중으로 들여 브랜드를 제각기 제작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 각 부처 홈페이지
(왼쪽부터) 국토부의 남해안 관광 통합 브랜드인 남파랑과 문체부의 남파랑길 브랜드 로고.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개했으며 문체부는 지난해 8월 16일 시민 대상 공모전의 발표를 통해 '남파랑길' 브랜드명을 사용할 것을 알린 바 있다. 사진제공 / 각 부처 홈페이지
남해 상주해수욕장의 풍경. 남해는 부산에서 시작되는 '남파랑길' 코스의 끝지점이지만 '남파랑' 브랜드에는 속하지 않는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남해 상주해수욕장의 풍경. 남해는 부산에서 시작되는 '남파랑길' 코스의 끝지점이지만 '남파랑' 브랜드에는 속하지 않는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그러나 해당 부처인 문체부나 국토부 담당자들은 명칭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추후 문제가 되면 그때 가서 해결하겠다’는 답변이다.

본지와 통화를 한 문체부 관계자는 “국토부의 ‘남파랑’과 문체부의 ‘남파랑길’ 브랜드는 모두 시민 공모전을 통해 이름을 지었는데 그 시기가 겹치면서 우연히 이름이 같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브랜드의 활용 방안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혼동의 여지는 딱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남파랑’ 브랜드는 인지도 낮은 남해안 지역을 관광지로 부각시키고자 마케팅 툴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남파랑길과 이름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추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때 가서 브랜드를 통일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문체부와 국토부가 밝힌 브랜드 이미지를 살펴보면 한글 표현만 다를 뿐 두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흡사하다. 사진은 남해안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심상진 경기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해양관광의 경우 문체부와 국토부뿐 아니라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가 연관되기 때문에 서로 업무 협약을 맺는 등 협업을 해야만 관광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전망대 꼭대기층에서 남해를 비롯한 주변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장흥의 정남진 전망대 꼭대기층에서 바라본 남해의 풍경. 장흥은 '남파랑길' 코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남파랑' 브랜드에서는 제외됐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문체부는 ‘걷는 길’, 국토부는 ‘하늘길, 바다길, 육지길’…부처마다 제각각
문체부는 ‘남파랑길’ 브랜드 이미지에 잔잔한 파도와 다도해를 형상화해, 남해안의 부드럽고 여유로운 ‘걷기 길’과 리아스식 해안의 지형적 특징을 시각화, 빗나는 햇살과 반짝이는 물결을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남파랑’ 브랜드 이미지는 남해안의 쪽빛 물결이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리아스식 해안선과 다도해를 물결과 물방울을 표현, 기존 종단 여행에서 횡단여행으로 동과 서, 8개 지역을 3개의 횡단(하늘‧내륙‧바다)로 연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체부와 국토부가 밝힌 브랜드 이미지를 살펴보면, 한글 표현만 다를 뿐이지 두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사실 동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도해, 리아스식 해안, 물결, 길’ 등의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문체부와 국토부는 왜 남해안 관광 활성화를 두고 각각 따로 노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심상진 교수는 “자기 관할 구간 내에서만 업무를 처리하려는 ‘부처 이기주의’가 원인”이라며 지적한다.

그는 “특히 해양관광의 경우 문체부와 국토부뿐 아니라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가 연관되기 때문에 서로 업무 협약을 맺는 등 협업을 해야만 관광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정부 4개 부처 장관들이 섬 관광활성화를 위한 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지난 2월 19일 정부 4개 부처 장관들이 섬 관광활성화를 위한 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각 부처는 체결식을 통해 “도서 관련 정부 정책과 사업이 하나의 컨트롤타워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부처 간 협업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과학관 전망대에서는 다도해의 봉우리 너머로 지는 일몰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고흥의 우주천문과학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일몰 풍경. 사진 / 유인용 기자

실제 이러한 협업은 섬 관광 활성화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 그것도 바로 지난 2월의 일이다. 

지난 2월 19일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문체부, 국토부는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약 체결식’을 통해 “도서 관련 정부 정책과 사업이 하나의 컨트롤타워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부처 간 협업을 강조했다.

그러나 남해안 관광 활성화에 있어서는 각기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브랜드 작업까지 마친 상태라 포기할 수 없다는 두 부처의 주도권 싸움과 이기적인 자세가 예산 낭비와 브랜드 이미지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결국 남해안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