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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골목길 여행] 부산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초량동
[골목길 여행] 부산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초량동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19.03.27 09: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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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에 생겨난 ‘산만디’의 이야기
반세기 동안 이어온 ‘단짠단짠’의 매력
아이유의 '밤편지' 실제 배경지까지
초량동 일대와 부산항을 볼 수 있는 168계단 꼭대기.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초량동 일대와 부산항을 볼 수 있는 168계단 꼭대기.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산] 부산의 다른 동네와 비교하면 유난히 낙후된 동구의 초량동은 참 반가운 여행지이다. 삐뚤삐뚤 가파른 골목과 집들이 부산의 옛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생명력이 담겨있는 초량동에서 오랜 세월동안 간직하고 있는 이곳만의 이야기를 즐겨본다.

산만디이바구를 담고 있는 168계단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라는 의미의 산복도로는 산만디(산의 봉우리를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가 많은 부산에서 조금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부산은 6.25전쟁 당시의 피난민들과 산업시대 일자리를 위해 시골을 떠나 온 외지인들이 모였던 도시다. 그들이 살 수 있던 곳은 경사가 있는 산만디어딘가의 판자촌뿐이었고, 그런 산동네들을 이어주던 길이 바로 부산의 산복도로이다.

뱀처럼 굽이굽이 꼬여있는 산만디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바로 168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이 비탈진 계단은 꿈과 희망을 가졌던 피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부산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168계단의 현재 모습.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부산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168계단의 현재 모습.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168계단을 걸어오르며 담장갤러리 등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168계단을 걸어오르며 담장갤러리 등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최근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168계단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었다. 여행자 또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쯤은 직접 오르락내리락 해보는 게 좋겠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다락방이란 상점을 비롯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전망대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계단과 연결된 골목 곳곳마다 있기 때문이다.

애환의 기억이 담긴 168계단 주변에는 옛 부산의 사진이 담긴 담장 갤러리와 부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바구공작소가 있다. 모든 게 빨리빨리 흘러가는 요즘,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산만디의 이바구길에서 잠시 느린 여유를 누리며 부산의 추억보관소를 둘러본다.

Info 168계단
주소 부산 동구 초량동 994-873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초량돼지갈비골목
초량동과 수정동의 산복도로 인근에 모여 살던 사람들 중에는 1950년대 후반 부산항으로 외국 원조 물자가 들어오면서 유입된 많은 노동자들도 있었다. 매일을 고단하게 보내는 부두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은 초량돼지갈비골목을 지나가는 퇴근길이었다. 그들의 보금자리와 일터를 이어주는 길목에서 값싸고 맛있는 돼지갈비에 소주 한 잔으로 피로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모든 작업이 기계화가 아니었던 시절이기에 땀을 흘리며 힘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 입을 모아 돼지갈비를 먹어야 힘을 쓴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 당시의 폭풍 같은 인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

현재는 부산을 찾아온 관광객들과 부산 시민들의 한 끼 식사를 담당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한 초량돼지갈비골목에서 특별한 식당을 찾았다. 올해로 49년째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은하갈비이다. 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은하갈비는 갈비골목의 역사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상호로 장사를 하는 유일한 식당이다.

부두 노동자들의 하루를 달래주던 초량돼지갈비골목.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부두 노동자들의 하루를 달래주던 초량돼지갈비골목.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은하갈비에서는 특이하게 만든 은박지에 양념갈비를 얹어 구워준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은하갈비에서는 특이하게 만든 은박지에 양념갈비를 얹어 구워준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매일 아침마다 부산과 가까운 김해에서 도축한 신선한 갈비를 손질해서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이곳은 점심시간부터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나무 테이블 위에 마련된 두꺼운 철판 불판이 인상 깊다. 특이하게도 네모나게 만든 은박지에 양념갈비를 얹어 불판 위에 올리고, 이내 간장양념이 부글부글 끓으며 갈비가 익으면 먹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렵다.

조급한 마음이 커질 무렵 잘 익은 갈비는 쌈무, 파채, 양파와 같은 기본 반찬들과 함께 완벽한 한 상 차림을 이룬다. 두툼한 고기에 마늘과 생강을 다져넣어 고소하고 감칠맛이 살아있는 고기는 단짠단짠한 맛의 양념과 환상의 조합으로 입안에서 춤을 춘다. 전통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부산의 입맛을 느껴보기에도 참 좋은 식당이다.

Info 은하갈비
영업시간 오전 11~오후 11(둘째 주 화요일 휴무)
주소 부산 동구 초량중로 86

아늑한 인생 사진 명소, 문화공감수정
문화공감수정은 유난히 낙후된 부산 동구의 분위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943년 지어진 일본식 고급 가옥이 그대로 남아 순간적으로 일본에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이곳은 본래 이름이 정란각이었다.

잠시 일본에 온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문화공감수정.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잠시 일본에 온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문화공감수정.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문화공감수정에서 음료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문화공감수정에서 음료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일본의 서원 건축 양식인 쇼인즈쿠리 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은 한 때 200명에 달하는 기생이 일했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던 요정이었다. 세월이 흘러 영화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같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정란각이란 이름을 버리고 2016년도에 문화공감수정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잎녹차와 칡차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어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전형적인 일본식 복도가 전해주는 감성에 인생사진을 찍기도 좋다. 햇볕이 내리쬐는 창틀 사이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시간은 누구나 풍류를 즐기게 해준다.

Info 문화공감수정
운영시간 오전 9~오후 6
주소 부산 동구 홍곡로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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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민 2019-03-28 07:55:49
부산에 오래살았지만 이런곳이 있는건 잘 모르고살았네요.
그리고 문화공감수정이라는곳이 범죄와의전쟁 촬영장소였군요ㅎㅎ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동욱 2019-03-27 22:40:45
나의 고향 부산을 다시한번 돌아보게되었습니다^^
매번 좋은글 써주신 권동환작가님께 감사합니다
언제나 화이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