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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2019 올해의 관광도시] 똑딱똑딱 시계 초침 따라 울산 원도심 시간 여행
[2019 올해의 관광도시] 똑딱똑딱 시계 초침 따라 울산 원도심 시간 여행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4.03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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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울산의 모습 엿볼 수 있는 울산동헌
일제강점기 국민가수였던 고복수 선생 흔적 남은 살롱
공업화의 흔적인 시계탑 주변 원도심은 문화의 장으로 탈바꿈
울산 원도심의 중심부에 자리한 시계탑. 지난 1960년대, 공업화를 축하하며 세워졌던 시계탑은 이후 철거됐다가 최근 복원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울산 원도심의 중심부에 자리한 시계탑. 지난 1960년대, 공업화를 축하하며 세워졌던 시계탑은 이후 철거됐다가 최근 복원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울산] 산업화가 한창 진행됐던 1960년대,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 중 하나였다. 공장이 열심히 돌아갔고 골목마다 상점이 넘쳐났다. 돈을 벌기 위해 울산으로 찾아오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당시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중구 성남동 일대에 원도심의 흔적이 남아 있다.

‘2019년 올해의 관광도시’로서 울산 중구의 지향점은 역사와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관광이다. 실제로 울산 중구는 과거의 흔적을 품은 원도심 위에 트렌디한 현대문화가 덧입혀진 모양새다. 어디부터 둘러보아야 할 지 막막하다면 ‘울산큰애기하우스’를 먼저 방문해 보자. 중구의 마스코트 ‘울산큰애기’를 모티프로 꾸며진 관광안내소로 원도심을 비롯한 중구 여행 코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충과 효의 고장이었던 조선시대 울산
역사를 따라 중구를 돌아보는 여정이라면 울산동헌에서 첫 시작을 끊는 것이 좋다. 조선시대 울산도호부의 수령들이 머물던 울산동헌은 원도심의 북쪽에서 중구 시내를 인자하게 품고 있는 위치에 자리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가학루 2층의 북은 누구나 쳐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동헌에서는 문화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동헌으로 들어가는 문인 가학루의 2층에는 큰 북이 하나 놓여 있다. 지금은 방문객 누구나 쳐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주변 지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도둑이 들었거나 적이 침입하는 등 마을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관아에서 북을 울려 위험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정희 울산큰애기관광해설사는 “가학루는 일제강점기 때 소실된 이후 원형을 알 수 없었지만 지난 2013년 서울대 박물관에서 가학루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이 발견되면서 원형을 살려 복원됐다”고 설명한다.

가학루를 지나 들어가면 잔디와 나무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동헌이다. 고을에서 가장 높은 수령이 머무는 공간이었지만 알록달록한 단청이 없어 외관이 수수하다. 높은 곳에 있음에도 욕심을 내지 않고 백성들을 청렴하게 다스리고자 했던 수령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동헌 왼쪽 뒤편의 비석들은 선정을 베풀었던 수령들의 공적비 32기를 한데 모은 것들이고 그 오른편에 홀로 떨어진 비석은 효자 송도선생 정려비다. 동헌 뒤쪽 언덕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신사가 있던 곳으로, 해방과 동시에 울산 사람들이 건물을 없애버려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울산 수령들의 공적비 32기를 동헌 뒤편에 모아 놓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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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동헌 뒤편의 효자 송도선생 정려비. 사진 / 유인용 기자

이정희 해설사는 “울산동헌에서는 과거부터 충과 효의 고장이었던 울산의 옛 단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며 “동헌은 단순히 문화재일 뿐 아니라 울산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날 좋은 주말 동헌 앞 잔디밭은 돗자리를 깔고 햇볕을 즐기는 가족들로 북적인다. 또 중구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Info 울산동헌 및 내아
주소 울산 중구 동헌길 167

일제강점기 <타향살이>의 추억, 청춘고복수재즈길
동헌에서 나와 길을 건너 골목을 조금만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기타를 든 채 앉아 있는 동상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당시 <타향살이>를 히트 쳤던 고복수 선생의 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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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고복수재즈길 한편에 앉아 있는 고복수 선생 동상.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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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수 선생의 동상이 앉아있는 골목은 선생의 이름을 딴 ‘청춘고복수재즈길’이다. 골목길을 따라 당시 공연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 재즈 공연을 하고 있는 벽화 등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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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수음악살롱 1층에서는 고복수 선생의 생애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울산에서 나고 자란 고복수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다. 선생은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에서 합창단으로 활동하며 드럼, 클라리넷 등 고급 악기들을 배웠고, 서울에서 열린 가요콩쿨에서 3등으로 뽑히면서 본격 가수의 길로 들어선다.

당시는 기교가 한껏 들어간 노래가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고복수 선생은 <타향살이>를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시를 읊듯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다. <타향살이>는 조국을 빼앗긴 아픔을 겪던 당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곧 고복수 선생은 국민가수의 반열에 서게 된다.

이정희 해설사는 “일제는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고복수 선생에게 친일 관련 노래를 부를 것을 부탁했는데 선생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며 “이후 고복수 선생은 만주나 일본 등 타지에서 일하는 동포들을 위로하고자 가극단을 꾸려 해외에서 순회공연을 했다”고 설명한다.

고복수 선생의 동상이 앉아있는 골목은 선생의 이름을 딴 ‘청춘고복수재즈길’이다. 골목길을 따라 당시 공연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 재즈 공연을 하고 있는 벽화 등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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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수 선생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고복수 음악살롱.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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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2층의 카페는 1900년대 초 분위기를 살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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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도시락통에 담겨 나오는 티라미스가 방문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길의 한쪽 끝에서는 고복수 선생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고복수음악살롱’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오래된 주택의 내부만 리모델링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렸다. 고복수 선생의 삶을 조명해볼 수 있고 <타향살이>를 포함한 당대의 히트곡들을 들어볼 수 있다.

살롱 2층은 1900년대 초반의 다방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카페다. 골동품 전화기, 추억 속 소파와 같은 소품들이 분위기를 더한다. 양은 도시락통에 담겨 나오는 티라미수, 쑥을 넣은 쑥 아인슈페너 등 메뉴가 이채롭다.

Info 고복수음악살롱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울산 중구 중앙1길 9

거리에 남은 1960년대 공업화의 흔적
고복수음악살롱에서 고복수 선생 동상을 지나 청춘고복수재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이 좁아지면서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진 골목으로 연결된다. ‘똑딱’ 시계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똑딱길이다. 1960~70년대 공업화를 겪으며 성공과 좌절을 맛본 울산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그 당시를 추억하고자 만들었다.

학창 시절을 보내는 여고생, 결혼하는 신혼부부, 퇴근 후 한 잔 하고 골목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아저씨의 뒷모습까지 익살스런 타일 아트로 표현했다. 좁은 골목길에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져 생기가 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1960~70년대 공업화를 겪으며 성공과 좌절을 맛본 울산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그 당시를 추억하고자 만들어진 똑딱길.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똑딱길의 알록달록한 타일 벽화. 사진 / 유인용 기자

똑딱길을 따라 나오면 정면으로 시계탑이 서 있다. 울산의 공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1967년 세워진 시계탑은 당시 울산의 중심이었다.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고 지역 축제가 열리는 공간이던 시계탑은 유동 인구와 차량 통행이 늘면서 교통에 불편을 초래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탑이 철거되고 교통은 편리해졌지만 울산 사람들의 추억 한 구석에는 늘 시계탑이 자리했다. 결국 시민들의 요청으로 1998년 시계탑이 복원됐고 최근엔 정시마다 작은 꼬마기차가 시계 주위를 돌며 시간을 알린다. 지금의 시계탑은 중구의 중심 역할을 다시금 되찾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울산 원도심의 중심인 시계탑. 시계탑 주변에서는 주말마다 플리마켓이나 흥겨운 거리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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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중구의 마스코트 큰애기.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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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에 자리한 울산큰애기하우스는 울산 중구의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관광안내소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중구의 마스코트인 ‘울산큰애기’ 또한 1960년대 당시 김상희 선생의 히트곡 <울산큰애기>에서 모티프를 얻은 캐릭터다. 울산의 경제가 부흥했던 당시 울산 아가씨들은 넉넉한 형편 덕에 외모도 잘 꾸몄고 인심도 후했다. 이를 두고 타지 손님들이 ‘울산큰애기’라고 부른 것이 그 시작이다. 관광안내소인 ‘울산큰애기하우스’를 비롯해 중구 곳곳에서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큰애기 캐릭터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Info 울산큰애기하우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주소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 28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울산 원도심
시계탑에서 세로로 뻗은 길은 ‘문화의 거리’로, 울산 원도심에서 가장 현대적인 거리다. 과거 다방이 줄지어 자리하며 울산 젊은이들의 문화 교류의 장이었던 거리가 지금은 아늑한 카페와 맛집, 크고 작은 공방들이 양옆으로 늘어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말이면 낮엔 플리마켓이, 저녁에는 흥겨운 거리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울산 원도심 문화의 거리. 과거 울산 젊은이들의 문화 교류의 장이었던 거리가 지금은 아늑한 카페와 맛집, 크고 작은 공방들이 양옆으로 늘어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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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거리에서는 매달 1회씩 거리 춤공연인 '울산큰애기의 거리춤바람'이 열린다. 지난달 열린 거리 공연의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특히 울산 중구가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만큼 올해에는 매달 1회씩 거리 춤공연인 ‘울산큰애기의 거리춤바람’이 열릴 계획이다. 북청사자춤, 놀이패 공연 등 전통 공연부터 밸리댄스, 비보이 공연까지 다양한 컨셉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매월 셋째 토요일 오후 6시 30분에 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원도심에 밤이 찾아오고 거리에 등불이 하나둘 켜지면 어디에선가 고소한 음식냄새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냄새를 따라 걷다보면 ‘울산큰애기야시장’에 도착한다. 지난 201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울산큰애기야시장은 원도심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금‧토‧일요일엔 새벽 1시까지 운영할 정도로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철판에 지글지글 볶아낸 똥집볶음, 화려한 불쇼로 눈과 입이 함께 즐거운 불초밥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시장 한편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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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울산큰애기야시장.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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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에서는 계란빵, 소떡소떡 등 간식거리를 즐길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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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함월루.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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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월루는 '달을 품은 누각'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야경이 아름다운 명소다. 왼편 멀리로 울산대교가 보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차량이 있다면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함월루에서 원도심 여행을 마무리 해보자. 함월루는 원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2km 거리인 함월산 한 자락에 자리한 누각이다. 중요무형문화재인 최기영 대목장이 도편수로 참여해 지난 2015년 지어졌다. 높이가 있어 원도심을 비롯해 날씨가 좋으면 멀리 울산대교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달을 품은 누각’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특히 야경이 훌륭하다. 단아한 누각에서 반짝이는 야경을 바라보며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Info 울산큰애기야시장
운영시간 화~목요일 오후 7시~오후 12시, 금~일요일 오후 7시~오전 1시
주소 울산 중구 번영로 329 일대

Info 함월루
주소 울산 중구 성안동 산1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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