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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극장 나들이]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다"...햄릿으로 태어난 여자, 연극 '함익'
[극장 나들이]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다"...햄릿으로 태어난 여자, 연극 '함익'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4.16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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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28일까지 세종M시어터에서 펼쳐져
성별과 시대적 배경이 바뀐 햄릿의 재탄생
함익이 가장 솔직해질 때는 거울속에 사는 그녀의 분신 '익'과 함께 할 때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익이 가장 솔직해질 때는 거울속에 사는 그녀의 분신 '익'과 함께 할 때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감기와, 재채기 그리고 사랑은 감춰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욕망이나 감정도 때때로 감춰지지 않는다. 아차! 하는 순간 속마음이 입으로 튀어나온다. 놀라고 당황스럽긴 해도 속이 후련해진다. 하지만 ‘함익’은 아니다. 그녀는 스스로의 감정과 욕망을 꼭꼭 숨긴다. 거울 속의 나 자신, 분신에게 마저. 그녀가 속에 숨긴 그녀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2016년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를 맞아 고전 작품 ‘햄릿’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창작한 작품 <함익>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원작에서 선왕을 죽인 삼촌이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고 왕의 자리까지 오르자 복수심과 광기에 휩싸였던 햄릿의 성(性)과 배경을 바꿨다. 여자 햄릿 '함익'은 극 중 30대의 재벌 2세로 대학교 연극과의 교수이다. 그녀의 외양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현재도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함익은 재미없는 사교 모임에도 참석하고 마음에도 없는 상대와 결혼하려 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익은 재미없는 사교 모임에도 참석하고 마음에도 없는 상대와 결혼하려 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필형은 마하그룹의 딸이자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함익에게 청혼하려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필형은 마하그룹의 딸이자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함익에게 청혼하려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대사 중 함익은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인물이다. 재미없는 사교모임에 참석하고, 마음에도 없는 상대와 결혼하려 하고, 어머니의 자살이 아버지와 계모의 짓이라는 의심을 품고 있지만 아버지의 폭력성과 권위 앞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인간미를 잃은, 인간애를 잃은 고독한 30대’, 함익을 수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다. 

2016년 연극 <함익>에서 함익 역을 맡아 열연했던 최나라 배우는 올해도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연기력으로 100분의 시간을 끌고 간다. 최 배우는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이어서 힘들고 부담되는 면이 있었다”며 “극 자체가 계속 진행되는 극이다 보니 연습할 때나 공연할 때 함익이라는 인물에서 빠져나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을 전했다. 

함익은 거울 속 분신 익을 만나면 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내 놓는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익의 분신인 익은 겉으로 보기엔 함익과 무척 달라보이지만 함익의 속내를 아는 것은 익 뿐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익은 함익의 아팠던 기억을 상기시키면서도 위로도 해주는 힘익의 분신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익은 함익의 아팠던 기억을 상기시키면서도 위로도 해주는 힘익의 분신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익을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은 익 뿐이다.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함익을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익.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함익이 유일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상대는 거울 속 그녀의 분신 ‘익’과 만날 때뿐이다. 고상한척을 벗고 걸걸하게 욕을 하고, 아버지와 계모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기도 한다. 

함익의 분식인 익 역의 이지연 배우는 “함익의 아팠던 기억을 상기시키면서 위로도 해주고 함익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역이기 때문에 함익 역을 맡은 최나라 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연극과 복학생 연우는 주연을 맡지도 못했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연극과 복학생 연우는 주연이 아닌 파수꾼 버나도 역을 맡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연우로 인해 변화하는 함익의 모습. 사진 /김세원 기자
평소라면 학생과 어울리지도 않았을 함익이 연우가 주는 소화제를 받고 있다. 연우로 인해 변화하는 함익의 모습. 사진 /김세원 기자

이렇게 숨막힌 삶을 살던 함익은 연극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햄릿’공연의 지도를 맡는다. 그런 그녀 앞에 연극과 복학생인 연우가 나타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은 문제도 아니야,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야”라고 말하는 연우는 살아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주인공 햄릿도 아닌 파수꾼 버나도 역을 맡지만 그는 연기에 있어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연우의 그런 모습은 외형만 화려했던 함익의 고독한 내면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연우 역에 더블캐스팅 된 오종혁 배우 또한 “뮤지컬과 달리 마이크 없이 하는 연극에서 발성을 크고 선명하게 내는 게 힘들었다”며 “연우가 함익이라는 인물의 변화에 직·간접 적으로 영향을 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정연우라는 인물이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지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연우 역에 더블캐스팅 된 오종혁 배우. 함익의 변화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연우 역에 더블캐스팅 된 오종혁 배우. 함익의 변화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다"라는 극 중 대사는 김은성 작가의 메모 중 하나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다"라는 극 중 대사는 김은성 작가의 메모 중 하나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김은성 작가는 “연극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햄릿”이라며 “아주 오래전부터 햄릿에 관한 극을 써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장르적인 냄새가 나는 희곡을 써보고 싶었는데 아주 오랫동안 염원했던 햄릿이 이런 바람과 맞아떨어져서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공연 중 연우가 하는 많은 말들이 대부분 작가의 메모에서 나왔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햄릿에 관한 작품을 열망한 작가의 마음이 전해졌다.

극이 흘러가면서 함익의 감정선도 계속 변화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극이 흘러가면서 함익의 감정선도 계속 변화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익이 눈을 감고 생각을 고르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익이 눈을 감고 생각을 고르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극이 흘러가면서 함익의 감정선은 계속 변화한다. 멈춰서 숨만 쉬는 것 같았던 함익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함익은 결국 그녀의 이름처럼 햄릿의 결말을 따라가게 될까?

연극 '함익'은 오는 4월 28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열린다.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연극 '함익'은 오는 4월 28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열린다.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그것이 문제다.” 연우로 비롯된 변화의 시작은 어떻게 끝이 날까?

3년만에 돌아온 연극 <함익>은 오는 4월 28일까지 ‘세종M시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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