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시간으로 이끄는 여름의 밤
밤도깨비들이 모여든다! 서울의 야시장
[여행스케치=서울] 여름의 밤은 길다.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속내를 드러낸 밤은 우리를 문화·예술의 시간으로 이끈다. 더위를 피해 밤의 시간을 기다린 이들이여, 한여름 밤의 꿈을 거닐러 갈 시간이다.
어둠에 내려앉으면 그때부터 알전구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하고 노점상들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간. 바로 야시장의 시간이다. 이색 먹거리는 기본, 신나는 문화와 예술이 스며든 야시장 구경으로 무더위에 잠 못 드는 여름밤, 들뜬 걸음으로 나가보자. 시끌벅적한 여행 분위기에 취할 것이다.
한여름+한강+야시장=완벽해!
여름밤, 한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이들과 돗자리와 텐트를 들고 나온 이들이 누워 저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는 싸온 도시락을 먹고, 또 누군가는 컵라면을 사먹거나 치킨을 시켜먹기도 한다.
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 보면 여름도 꽤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조금 심심하다.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에 휩쓸려 보고 싶은 날도 있다. 특히나 여름은 그러고 싶다. 이들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서울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었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왼쪽으로는 다양한 먹거리 코너가, 오른쪽으로는 마켓 코너가 즐비하다. 즉석에서 캐리커쳐를 그려주거나 손수 만든 악세사리와 공예품을 만드는 이들의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인산인해다. 눈과 입만 충족되었다고? 당신의 귀도 잡아끌 공연들이 매일 준비되어 있다. 인디밴드와 유명가수의 흥겨운 공연을 미리 체크해 시간에 맞춰 가면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여의도 월드나이트마켓을 기획한 신지희 오니트 대표는 “물건을 사고파는 야시장을 넘어서 ‘밤의 명소’라고 야시장을 소개하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다양한 밤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화려함과 청춘이 만났다, DDP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한강의 어쿠스틱한 느낌과 달리 도시의 화려함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DDP는 청춘들의 꿈과 열정이 가득한 ‘청춘런웨이&댄싱나이트’가 컨셉이다. 패션쇼와 DJ 파티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화려한 밤을 즐길 수 있다. 그 컨셉처럼 미러볼이 돌아가는 푸드트럭과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 잔”(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을 외치며 칵테일을 파는 트럭도 있다. 트렌디한 먹거리들도 눈길을 잡아끈다.
부산의 핫한 먹거리인 씨앗호떡과 <이웃집찰스>에 소개된 적 있는 프랑스식 크레페를 파는 한불 부부의 크레페를 시작으로 치킨반 떡볶이반, 그야말로 안 맛있을 수가 없는 조합과 7시 개장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 불꽃 바사삭의 튀김은 한 시간 만에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의 먹거리 트럭들은 까다롭게 선정되어 믿고 맛볼 수 있다. 전문가들과 시민 평가단의 평가로 30개의 푸드트럭이 엄선된 DDP 밤도깨비 야시장은 서로 겹치는 메뉴 없이 서로의 독특한 맛으로 승부한다. 인기가 많은 곳은 이른 저녁부터 줄이 길지만 절대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
매주 금·토, 서울 곳곳에서 밤도깨비 야시장을 만나자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여의도, DDP, 목동, 청계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똑같은 야시장이라고는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야시장이 제각각의 얼굴을 내세워 각기 다른 컨셉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목동운동장에서 열리는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레포츠와 익스트림을 즐길 수 있게 마련되었고, 청계천의 밤도깨비 야시장은 3일 간의 세계여행을 선보인다. 전세계의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어 하룻밤에 세계를 돌아다닌 것 같은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8월호 [문화재 야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