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타이완 슬로시티 여행, 100년 전 거리를 찾는 타이완 사람들의 여행지 신주(新竹), 난좡(南庄)을 가다
타이완 슬로시티 여행, 100년 전 거리를 찾는 타이완 사람들의 여행지 신주(新竹), 난좡(南庄)을 가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9.04.18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낭여행자의 쉼터가 된 100년 건물, 그리고 '유기서점'
80년 타이완 홍차의 원산지, 지금도 건재
현지인들의 인기 여행지, 탁야소옥... 쪽 염색 체험
하카족의 정취가 묻어나는 난좡 옛 거리... 백년 역사 가진 우체국
타이완 현지인들에게 인기 만점인 탁야소옥의 입구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신주] 타이완 사람들의 최근 여행 패턴은 옛 거리가 있는 구도심으로의 추억여행, 시골이나 산골짜기에 위치한 농장을 찾아가는 여행을 즐긴다. 그들만의 여행지인 신주, 난좡 여행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같은 시대의 기억과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에 치유와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타이완의 전형적인 소도시인 관시 중앙로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로 세워진 건물의 기둥을 마주하게 된다. 길가에는 화분들이 놓여 있어 쓸쓸할 것만 같은 붉은 벽돌을 온화하게 감싸고 있다. 

100년 건물에 들어선 ‘유기서점’, 배낭여행자의 쉼터 역할도
이곳은 100년이 넘은 건물들이 밀집된 ‘관시예술거리’다. 이 거리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은 헌책을 모아둔 ‘유기서점’이다. 이 서점은 ‘교류, 대화는 책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취지로 5년 전에 문을 열었으며, 20TWD(한화 737원 - 타이완 1달러 : 한화 36.87원 이하 4월 18일 기준)를 내면 서점에 있는 책을 교환할 수 있다.

100년 건물에 들어선 유기서점의 1층에는 서적은 물론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2층에는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침실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교류, 대화는 책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유기서점에서 책을 교환하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노문균 대표가 유기서점을 만드는 과정을 책으로 집필해 놓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노문균(盧文鈞) 유기서점 대표는 “처음에는 책이 좋아서 시작을 했다. 사실 원시적인 방법으로 책을 교환하는 방법이 잘 받아들일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지금은 주민뿐만 아니라 배낭여행자들도 서점을 일부러 찾아오며, 분위기를 사진에 담거나 잠을 자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배낭여행자가 유기서점을 찾는 이유는 100년 된 건물이 주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주인의 솜씨로 보이는 수제품들, 그리고 이층 다락방에서의 하룻밤이 더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한국인도 2명이 하룻밤을 지내고 갔다고 한다. 하루 숙박비는 700TWD(한화 2만5802원)이다. 

5000권으로 시작을 한 ‘유기서점’은 이미 타이완 현지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는 곳이다. 1층에는 주민들과 교류 흔적이 가득한 교육 교재가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면 벽과 테이블 위로는 그림엽서, 수공예품, 과장, 그림, 언론 매체에 소개된 ‘유기서점’의 기사가 보인다. 한편에는 노문균 대표가 서점을 운영하면서 기록한 내용의 책자도 눈에 들어온다. 

붉은 조명이 커지는 저녁이면 더욱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소도시를 걸으며, 100년 건물에 들어선 상점들을 직접 들어가 상품을 구매하는 즐거움도 만끽하자. 

80년의 이어온 타이완 차 공장, ‘타이홍차 문화센터’ 
1937년 홍차를 처음으로 수출한 ‘타이홍차 문화센터’ 역시 붉은 벽돌의 2층 건물이다. 8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센터는 지금도 차 공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80년을 이어온 '타이홍차 문화센터'의 전시실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홍차를생산하고 판매하던 물건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80년 동안 차를 선별하고 구워내고 있는 기계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나무 상자에 행선지를 탁본하던 명찰패. 사진 / 조용식 기자

왕지정 타이완 관광가이드는 “차 공장이 운영하는 시간은 1년을 합쳐서 한 달 정도”라며 “사계절로 나눠서 차가 생산하는데, 계절마다 1주일을 정도 작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차 공장의 작업 기간이 예전보다 줄어든 이유는 손으로 따던 찻잎을 기계가 대신해 준다는 점과 오래전부터 차를 재배했던 밭들이 대부분 골프장으로 변하면서 예전만큼 차 생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이홍차 문화센터의 1층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벽면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 만드는 공정’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벽면과 장식장에는 일제 강점기의 관시 중산로에 분포했던 차 공장 건물과 수출 당시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으며, 붉은 벽돌, 기와, 포장 판매용 차, 차반, 포스터 등이 전시되어 있다. 1층 공장에는 사계절 차를 도정하는 80년 된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차는 세 사람 이상이 마시면 지혜가 생기고, 두 사람이 마시면 재미있는 일이 있고, 혼자 마시면 정신이 좋다는 내용의 차 현판. 사진 / 조용식 기자
당시 해외로 수출했던 나라들을 표시한 세계 지도. 사진 / 조용식 기자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차량에 실린 타이완 홍차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차량에 실린 타이완 홍차들. 사진 / 조용식 기자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세계로 수출하는 나무 박스에 나라별 이름을 찍은 명판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지도가 그려진 투명 판넬에는 홍차, 녹차, 반발효인 오룡차를 수출했던 나라들이 표시되어 있다. 왕지정 가이드는 “당시 수출했던 차의 70%가 홍차였으며, 녹차 25%, 반발효인 오룡차가 5%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벽면에는 계단처럼 3단으로 구성된 긴 책상이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는 차를 검증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차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폐기했을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졌던 곳이다. 2층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것은 차(茶)라고 쓴 현판이다. 이 현판에는 ‘차는 세 사람 이상이 마시면 지혜가 생기고, 두 사람이 마시면 재미있는 일(취미)이 있고, 혼자 마시면 정신이 좋다’라고 적혀 있다. 

신주시 주변 관광지

신주시 '잉시먼(迎曦門:영희문)'

동문인 잉시먼 주변에는 옛 성곽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타이완 신주시 동문인 잉시먼 모습. 1827년 청나라 시대에는 동, 서, 남, 북의 4개 성문과 성벽이 세워져 있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도로를 만든다는 이유로 동쪽의 잉시먼만 그대로 두고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아치형 성문으로 만들어진 잉시먼을 가기 위해서는 도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서 하천으로 나오면 된다. 하천 광장에는 옛 성곽의 흔적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신주시 쥐엔춘박물관(春村博物館:춘촌박물관)

당시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벽면에 재현해 놓은 쥐엔춘박물관. 사진 / 조용식 기자

장개석은 군인들에게 ‘1년 준비, 2년 방공, 3년 소탕, 5년 완성’이라는 10년 계획으로 군인들을 독려하며, 안심하게 전쟁에 임할 수 있도록 군인 가족들이 기거할 수 있는 집과 마을을 만들어 준다. 이를 ‘쥐엔춘’이라 한다. 신주시에는 육해공군 가족들이 살았던 쥐엔춘이 47개나 된다. 이곳에는 당시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공간이 있는데, 한국전쟁 후 60~70년대의 우리 모습과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난좡 옛거리
타이완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는 객가족은 타이완에서는 하카족이라 부른다. 난좡은 청나라 말기에 대만으로 이주한 하카족이 이주했던 곳이다. 이들 하카족들의 정취가 묻어나는 거리가 바로 ‘난좡 옛 거리’이다. 
 

빨래터로 사용됐던 난좡의 개울가. 사진 / 조용식 기자
난좡 옛 거리 골목으로 들어서면 주전부리를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난좡 옛 거리의 주전부리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계화빙수'. 사진 / 조용식 기자

난좡의 옛 거리에 들어서면 벽면에 화사한 계화꽃이 장식되어 있으며, 아래로는 담벼락을 따라 개울이 흘러간다. 특이한 것은 개울가에는 커다란 돌이 띄엄띄엄 놓여 있는 것이다. 왕지정 가이드는 “예전부터 이곳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빨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라며 “한국의 우물가 빨래터와 같은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제부터는 하카풍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계화꽃 골목 투어를 경험해보자. 좁은 골목 입구에는 상인들의 호객 행위로 벌써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정겹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안으로 걸어가니 사람들이 많이 줄 서 있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계화빙수를 파는 계화권(桂花菤)이다. 가격은 60~70TWD로 저렴한 편이다. 이 밖에도 개화술, 참기름, 과자, 대추, 두부조림 등 다양한 먹거리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먹거리 골목을 나오면, 우체국, 영창사, 난좡 여행자 서비스센터 등이 적힌 안내판과 그 옆으로 난장 스산젠 옛 거리 안내도를 보고 이동 동선을 계획할 수 있다. 골목길로 올라가다 보면, 이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벽화가 있다. 

예전에는 탄광촌이었음을 알려주는 난좡의 벽화. 사진 / 조용식 기자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새겨 있는 마을의 골목투어. 사진 / 조용식 기자
100년이 넘은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엽서를 작성하면 며칠 후에 한국으로 배달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난좡 셔틀버스. 사진 / 조용식 기자
난좡 여행자 서비스센터에는 한글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이 마을은 원래 탄광촌이었어요. 사람들이 많을 때는 3만5000명이 거주했는데, 지금은 1만명이 살고 있어요. 당시 탄광에서 일하던 인부들의 월급은 1만TWD였는데, 교사 월급이  7~800TWD였으니 10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요.”

벽화에는 광부들이 석탄을 나르고 지게를 진 인부, 그리고 탄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벽화로 새겨져 있다. 이제는 그 좋았던 시절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난좡의 옛 거리’라는 타이틀로 관광에 주력하고 있다.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하얀 벽에 코알라, 고양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집을 만난다. 익살스러운 만화 등으로 치장된 이 집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포토존이다. 

이곳의 또 하나의 명물은 백년 우체국이다. 안에 마련된 엽서를 구매해서 편지를 쓰면 전 세계 어디든 배달이 된다. 자신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손편지로 추억을 남겨보는 일도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난좡 여행을 더 즐기려면 한글로 된 여행 정보 책자를 제공하는 난좡 여행자 서비스센터를 찾아가자.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난좡은 자유 여행자를 위해 난좡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사실도 여행자 서비스센터에서 들은 소식이다. 역에서 각 지역까지 출발 시간을 알리는 안내 책자를 제공하니 꼭 이용해 보자. 난좡 셔틀버스는 하루에 7번 운행한다. 

쪽 염색 체험으로 힐링, 자연에서의 치유, ‘탁야소옥(卓也小屋)
타이안 현지인들의 1박 2일 코스로 잘 알려진 ‘탁야소옥’은 시내에서 약 27km 떨어져 있지만, 해발 280m의 깊은 산 속에 자리하고 있다. 

탁야소옥은 ‘탁씨의 작은 집’이란 의미로 주인인 탁명방 대표가 중국의 대표적인 전원시인 도연명이 언급한 도화촌처럼 부엉이 한 마리의 정착을 위해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가 시작한 일은 나무를 세우고, 돌을 깍고, 물을 끓어오면서 조용하고 소박한 집을 만들었다.

탁야소옥의 입구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탁야소옥의 내부 풍경은 친화적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쪽 염색 체험을 시연하고 있는 탁야소옥 직원. 사진 / 조용식 기자
관광객들이 직접 염색한 것을 말리는 장면. 사진 / 조용식 기자

탁씨 부부는 자신들이 가꾼 자연의 집에서 치유를 받으며, 쪽 염색을 취미 삼아 하며 지내왔다.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식자료로 음식을 만들고, 닭, 오리 등도 키우며 생활해 왔다. 이들의 생활을 지켜본 친지들의 권유로 ‘탁야소옥’은 그들이 지내오던 그대로의 모습을 일반에게 공개했다.

꽃 축제가 시작되는 4~5월이면, ‘탁야소옥’의 15개 객실은 모두 매진이다. 그래서 이곳을 이용하려면 4~5월 성수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탁야소옥의 매력은 다양한 ‘쪽 염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간단한 수제 손수건부터, 모자, 티, 가림천 등 10여 종의 쪽 염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 손수건 물들이기(체험비 : 300TWD)를 많이 하는데, 담당 직원이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세한 염색 방법도 알려준다. 

이 과정이 끝나면 직접 염색을 하는데, 식용으로도 가능한 쪽 염료가 들어있는 들통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손수건에 물을 들이는 작업을 한다. 한 번 물 들이는 시간은 약 3분, 그런 다음 물들인 손수건을 물로 세척한다. 그러면 손수건에 진하게 물이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동작을 세 번 한 후 물기를 말리면, 자신이 원하는 문양이 물들어진 쪽 염색 손수건이 완성된다. 

건강식으로 마련된 탁야소옥의 음식. 사진 / 조용식 기자
탁야소옥의 상징인 개구리. 사진 / 조용식 기자
깔끔하게 준비된 침실이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식사는 깔끔하고 맛있는 채식 식단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 시동루 탁야소옥 지배인은 “차분한 마음으로 편안한 식사를 하며, 조용한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라”며 “하늘과 땅이 주는 건강한 식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모양의 말린 두부, 버섯, 호박, 야채, 옥수수, 달걀말이, 떡, 타이완 국수, 과일 등 푸짐하다. 소스는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하루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객실은 독립된 것이 특징이다. 젊은 부부나 연인들도 많이 찾는 2인실(7채)과 가족 단위의 4인 객실(8개)이 있다. 객실에는 창밖의 풍경을 누워서도 볼 수 있게 개방해 놓았으며, 커튼이 있어 개인 생활도 보호할 수 있다. 아침에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 객실에 따라 대나무 숲이 보이거나, 깊은 숲속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고급스러운 호텔 객실을 만나는 기분이다.

숲속의 아침은 청명한 새소리, 닭 울음소리,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더 없는 행복감을 갖는다. 타이완의 슬로시티 여행은 화려한 조명의 도심 여행과는 또 다른 치유와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타이완 관광청 슬로시티 ‘슬슬오숑’ 타이틀처럼 천천히 즐기는 여행을 떠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