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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休 여행] 창실고택에서의 하룻밤 사색 여행
[休 여행] 창실고택에서의 하룻밤 사색 여행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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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고향 집을 기억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100년 전통의 ‘창실고택’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하게 하루를 즐겨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청송]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초가을 빗소리에 눈이 떠지는 새벽녘. 창살 미닫이문을 제치니 대문 없는 낮은 담벼락 뒤로 논과 밭 그리고 원두막이 보인다. 100년 전통의 ‘창실고택’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하게 하루를 즐겨본다.

이른 아침, 고무신을 신고 대문 밖을 나선다. 오랜만에 전원 풍치를 느끼며 마을 산책을 즐기기 위해서다.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벼 이삭이 파릇파릇한 기운을 뿜어내는 덕천마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잠시 서서 한 바퀴 돌아본다.

열대야가 단 하루도 없었던, 청송 덕천 마을
낮지만 포근한 자세로 마을 전체를 감싼 산자락에서는 일 년 내내 시원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가 불어온다. 지난여름 전국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에도, 청송 덕천마을은 하루 정도 문을 열고 잠을 청할 정도로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최근 기상청도 “올해 여름 열대야가 단 하루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경북 청송을 비롯해 강원 영월, 충남 금산, 전북 임실 등 모두 19곳”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덕천마을의 시원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공중에서 마을 전경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그네를 타자. 창실고택에서 가로수 길로 가는 코너에 마련된 그네의 높이는 약 6m에 가까워 그네 실력에 따라 마을의 모습이 달리 보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100년 역사를 지닌 창실고택은 전체 27칸의 규모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창실고택을 2008년부터 운영하는 강병극·최점순 부부. 사진 / 조용식 기자

그네 뒤편으로 가로수 길과 경의재가 있다. 이곳은 덕천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세워져 있다. 경의재는 청송심씨 시조 심홍부(沈洪孚)의 3세손(증손)이며 향파의 시조인 악은공(岳隱公) 심원부(沈元符)위패가 모셔져 있는 청송심씨 재실로 지난 1983년에 건립됐다. 다시 창실고택을 지나 사거리에 ‘덕천마을 길’ 안내판을 보며 마을을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보는 것도 좋다. 

전날 밤, 창실고택 강병극·최점순 부부가 “평상시 우리가 먹는 아침 밥상에 수저 하나를 더 놓을 건데, 식사하시겠냐?”는 말에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맙다”고 답했다.

따끈따끈하고 찰진 밥, 속을 풀어주는 북엇국 그리고 직접 재배한 호박잎과 막장, 가지무침, 깻잎절임 등 풍성한 아침 식단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분들도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강병극 대표는 “손님이 1~3명 정도로 많지 않을 경우, 우리가 먹을 때 같이 수저 하나 얹어 아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고택, 불편한 줄 알았는데 편안하네요”
아침을 먹으며, 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잠자리는 불편한 것이 없었느냐?”는 강병극 대표에게 “개운하게 잘 잤다. 새벽에는 살짝 춥게 느껴져 이불을 덮을 정도였다”고 답했다. 취재 당시의 날씨는 연일 폭염이 이어지다 갑자기 가을로 바뀌었던 그 시점이었다.

고택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선입견은 무엇일까? 올해로 8년째 창실고택을 운영하는 최점순씨는 “샤워 시설, 여름철 모기, 겨울철 난방 문제를 가장 궁금해한다”고 말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손님들이 편안하게 책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청원당’. 사진 / 조용식 기자

“방이 안 추워요?”라는 질문이 제일 많은데, 최점순씨는 “아직도 여름 이불을 덮어요. 저희는 군불을 많이 때기 때문에 오히려 덥다고들 하세요”라며 답을 한다고. 사랑방, 안채, 행랑채, 초가부속채에 모기장이 마련되어 있고, 샤워시설도 잘 준비되어 있다.

전화로는 샤워 시설, 모기와 난방 문제로 고민해도 막상 고택에서 지내고 나면 “굉장히 불편할 줄 알았는데 좋았다”며 불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창실고택을 찾는 손님들은 좀 독특하다. 일부러 터미널에서 30분 넘게 걸어오는 손님도 많은 편이다. 온종일 방안에서 책을 보면서 지내다 돌아가는 손님도 있다. 단골인 일본 여행자는 창실고택에서 직접 재배한 명이나물, 산나물 등으로 산채비빔밥을 즐겨 먹는다. 

“고기를 구워 먹거나,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은 숙박을 받지 않고 있어요. 고택을 이용하시는 대부분의 고객은 제대로 된 힐링을 느끼려고 오기 때문이지요.”

올해로 100년 된 창실고택, 마실도 즐거워  
1917년에 지어진 창실고택은 당시만 해도 송소고택의 부잣집이었다고 한다. 창실고택으로 시집을 온 새색시가 신랑집으로 들어갈 때 마을 어귀에서 대문까지 200m를 비단으로 깔고 들어가며 엄청난 혼수를 준비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당시 창실고택의 재력이 대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27칸 규모의 창실고택은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안채를 나와 뒤로 들어가면 C자형 정원이 나온다. 가을밤 정원에 놓인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창실고택의 부엌에서 묻어나는 생활감.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창실고택의 C자형 정원. 사진 / 조용식 기자

최점순씨의 안내로 고택 뒤편에 있는 텃밭을 둘러볼 수 있다. 정원 옆으로 7개의 돌계단과 장독대 그리고 사람 모양의 굴뚝은 창실고택의 재미있는 포토존으로 인기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텃밭에는 호박, 방울토마토, 깻잎, 참깨, 팥, 송이버섯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가득하다. 사랑채 오른쪽에는 겨울철 아궁이에 군불을 피우기 위한 장작이 수북하게 쌓여있으며, 그 옆으로는 샤워시설이 있다. 창실고택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밭에는 도라지꽃, 산나물 등을 만날 수 있다. 

창살 밖, 사각 액자에 걸린 풍경화 느낌
마실 나온 김에 덕천마을의 먹거리를 찾아가 본다. 송소고택 바로 옆에는 덕천 할매들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덕다헌’이 있다. 직접 뽑은 국수로 온면, 건진국수, 메밀국수 등을 비롯해 파전, 부추전, 빈대떡, 감자전 등을 판매한다. 관광두레의 하나인 ‘덕다헌’은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관광사업의 하나이다.

고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의 전통 차를 경험하기 위해 ‘청원당’을 찾았다. 탁 트인 마당에 화사한 꽃들이 고택을 떠받치고 있는 인상을 준다. 청원당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다도 박물관을 찾은 기분이다. 곡선의 나무 테이블에 놓인 찻잔세트와 방 주변에 장식된 찻잔, 찻주전자, 다기세트 등을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마음가짐이 가지런해진다. 

이제 편한 자세로 방에 잠시 밖을 내다본다. 창살 밖 풍경이 마치 사각 액자에 걸린 풍경화로 보인다.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루를 고택의 정겨움과 고향의 마을과 닮은 덕천마을에서 보내니 말이다. 고요함, 시원한 바람 그리고 전원적인 풍경에 제대로 힐링을 한 하루였다. 

사진 / 조용식 기자
7개의 돌계단과 장독대.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덕천마을은 고택의 정겨움과 고향의 마을을 닮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Info
창실고택
주소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209번지
문의 054-872-2436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10월호 [가을에 떠나는 休 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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