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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맛시장 멋골목] 일상을 꽃피우는 예술의 힘, 대인시장에서 펭귄마을까지
[맛시장 멋골목] 일상을 꽃피우는 예술의 힘, 대인시장에서 펭귄마을까지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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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시장의 낮과 밤
예술 품은 시장에서 만나는 맛
펭귄이 기다리는 마을
사진 / 김샛별 기자
하루를 온전히 돌아도 모자른 대인시장의 낮부터 밤 풍경을 담았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광주] 평범한 광주 대인시장에 작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지 4년. 대인시장은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고 새로운 얼굴로 오는 이들을 반긴다.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돌아도 모자른 대인시장에 낮부터 밤 풍경을 담았다.

시장 인심이 후하다곤 하지만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객지 사람을 알아보곤 이리로 오라 손짓하며 홍어삼합 한 입부터 떠먹여주는 곳. 광주 동구에 자리한 대인시장이 오는 이들을 반기는 방식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홍어 먹을 줄 안당가?” 물으며 젓가락부터 쥐어준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모퉁이에 있는 전 가게에선 노릇노릇하게 전이 익어간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시장하세요? 시장하세요!
오전 장사를 끝내고 잠시 손님이 없는 시간, 홍어, 삼겹살, 김치를 야무지게 구워 주변 상인들과 먹는 자리에서 “홍어 먹을 줄 안당가?” 물으며 젓가락부터 쥐어준다. 알싸한 홍어 맛과 기름진 삼겹살, 여기에 젓갈맛이 강한 김치가 깔끔하게 맛을 감싸주고 깔끔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염치불구하고 엉덩이가 자꾸만 붙어 있으려고만 한다. 

김해경 동해식품 대표는 시계를 보더니 갓 구워진 뜨끈뜨끈한 전을 맛보자며 손을 잡아끈다. "이리로 쭉 들어가소. 전집이 있응게 내 가리쳐주께. 육전 한번 맛보고 가야쓰지 않것소?"

건어물을 파는 곳을 지나 모퉁이에 있는 전 가게에선 노릇노릇하게 전이 익어간다. 아침부터 밤까지 전만 부친다는 사장님은 부치고 있던 꼬치를 맛보라고 하시고, 육전도 먹어보란다. 닭고기로 만든 것도 있고 소고기로 만든 것도 있다. 1개 1000원. 마음먹고 가게에 들어가 육전을 먹으려면 가격대가 꽤 비싸지만, 시장에서 먹으면 바로 부친 육전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김효자 막둥이 한과 대표가 만든 유과, 강정, 한과 등을 맛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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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구이 냄새는 행인들을 유혹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날 좋은 때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야시장. 사진 / 김샛별 기자

시장 구경의 백미인 먹거리로 전라도의 ‘맛’을 느꼈다면 곳곳에 살아 숨쉬는 전통문화도 눈을 돌려볼 차례. “전국에서 오징어 꽃을 젤로 이쁘게 맹든 양반이여, 저 양반이”. 남현조 정가듬 대표를 두고 한 말이다. “대통령상도 받은 집”이라며 문병남 대인시장 상인회 회장 역시 말을 받는다. 길게 자른 오징어 몸통 위에 잘게 가위집을 주어 예쁘게 오린 폐백음식인 오징어 오림(어물새김)을 만들던 그는 칭찬에 손을 내젓는다. 그러나 옆으로 전국에 택배로 보내기 위해 고운 보자기에 쌓여 있는 폐백 용품들이 쌓여 있는 걸 보니 그 명성을 짐작케 한다. 부부가 함께 정성들여 폐백음식을 준비한다는 이곳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대인시장 ‘별장’에서는 찾는 이들이 오징어 오림 체험도 할 수 있도록 체험 코너를 마련해놓기도 했다.

Info 대인시장
90년대 이후론 대부분의 시장이 그렇듯 대인지당도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려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이후 2008년, 시장의 빈 점포를 작가들의 작업실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며 예술시장으로 변화를 꾀해 대인예술시장이 되었다.
주소 광주 동구 제봉로194번길 7-1

청년·예술가들이 펼쳐놓은 수작(手作) 
땅거미가 져도 대인시장의 왁자지껄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인시장의 밤은 청년들과 예술가들의 시간이다. 부어라 마셔라 놀고 싶은 토요일 밤을 책임지는 이들이 벌인 신나는 판. 대인야시장 ‘별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시장이다. 토요일 밤에만 여는 야시장이면 다 비슷비슷하지 않냐고? 대인야시장은 깔끔하지도, 통일되어 있지도 않지만 그것이 대인야시장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각 점포에서 조금씩 꺼내놓은 것들을 팔고, 가판대를 펼쳐 판다. 통일된 노점상들이 없는 만큼 제각각 꾸민 것을 보는 맛이 있다. 

야시장 먹거리도 풍성하다. 바삭하게 튀겨진 꽃게 튀김, 터질 듯 속이 꽉 찬 오징어순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썰어주는 회, 양념장을 잘 발라 구운 호롱구이, 푸짐하기로 소문난 순대국수. 여기에 젊은 입맛을 사로잡는 수제 맥주와 오징어입, 케이크와 마실 것들이 가득하다. 줄서서 먹는 맛집들 주변 테이블엔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마술 실력을 뽐내는 마술 동아리.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시민과 외국인 문화커뮤니케이션 Dreamers의 공연 중 한 장면.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필리아 앙상블의 공연 등 보다 가까이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문화예술도 빠질 수 없다. 한 편에선 마술쇼가 벌어지고, 골목마다 공연이 이뤄진다. 편견과 차별의 벽을 음악으로 허무는 다국적 밴드의 무대, 국악을 세미클래식으로 선보인 필리아 앙상블의 무대까지. 입만큼 귀도 즐겁다.

문화예술을 보다 가까이 만날 수도 있다. 고요한 아트앤더치 대표는 작가들의 작업실 앞에서 커피 리어카를 끌며 6개월 동안 커피를 팔았던 것을 시작으로 그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작가들의 작품을 넣은 더치커피 병을 만들었다.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이재문 작가는 “손님들은 커피병을 진열해놓는 것만으로도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작가에겐 일정한 소득이 들어오는 구조”라며 “예술가와 상인들이 시장에서 공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예술을 일상으로, 일상을 예술로 물들이는 대인시장의 밤이다. 

온갖 ‘쓰레기’들이 모여 예술이 되다.
이재문 작가는 멀지 않은 거리에 “모든 주민들이 예술가인 마을”이 있다며 양림동 펭귄마을에 가보길 권했다. 대인시장에서 충장로를 지나 광주천을 넘으면 바로다. 

회색 LPG 가스통에 얼굴과 날개를 달아 펭귄 모양을 해놓은 것을 발견했다면, 그곳이 펭귄마을 입구다. 멈춰 있는 시계들이 가득한 벽면, 오래된 광고 전단지, 누군가 신었던 신발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벽, 금이 간 벽을 교묘하게 가리는 줄기 그림, 곳곳에 귀여운 펭귄들이 그려져 있는 마을. 한쪽엔 이곳을 찾은 이들이 쓰레기로 만든 정크아트 작품들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개성 어린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작은 텃밭이 보인다. 활짝 핀 꽃과 키작은 나무들 사이로 깨진 장독대와 지구본, 캔으로 만든 작품들이 즐비하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회색 LPG 가스통에 얼굴과 날개를 달아 펭귄모양을 해놓은 것을 발견했다면, 그곳이 펭귄마을 입구다. 사진 / 김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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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방 할머니가 달고나를 만들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잘 꾸며진 펭귄마을 텃밭. 사진 / 김샛별 기자

오늘은 펭귄마을 김다방이 문을 열었다. 달고나를 만들다 말고 커피를 주문한 손님이 오자 구경하던 아이에게 “휘휘 젓고 있어라” 맡겨놓곤 집으로 휙 들어가신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달고나를 들고 있던 아이는 ‘이제 어떻게 하냐’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조금 더 걸어 펭귄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마을 주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주막이 하나 있다. 수퍼 가운데 테이블이 놓인 것뿐인데 막걸리 한 잔에 번데기 한 그릇을 놓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일명 거리의 ‘사랑방’이다. 이 ‘사랑방’ 뒤의 숨은 텃밭도 놓치지 말자. 이곳이야말로 오래된 광고 전단지부터 누군가의 자랑이었을 상장, 7080의 추억이 담긴 옛 기타, 볼록한 텔레비전에 소녀상까지 잡동사니가 펭귄마을 작목반의 손을 거쳐 조화를 이룬다.

양림동 건축투어를 진행하는 박종호 건축사는 “원래 이곳엔 화재로 전소된 집이 하나 있었다”며 “보다시피 오래된 동네라 군데군데 빈집들도 있었고, 곳곳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고 설명한다. 김동균·이춘대 어르신이 버려진 생활 소품 등으로 동네벽에 전시하고 텃밭을 꾸민 것이 이제는 마을 주민들 모두가 나서서 펭귄마을을 가꾸고 있다. 

2~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정도로 규모가 작은 이곳은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배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오래된 추억 속 물건들이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언뜻 보면 고물덩어리, 폐품에 불과해 보이지만 주민들의 일상과 정서가 예술과 버무려지니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Info 펭귄마을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은 한때 뇌졸중을 앓은 뒤로 걸음걸이가 뒤뚱뒤뚱 걷는 것이 펭귄을 닮았다 해 ‘펭귄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은 촌장님에게서 비롯되었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마을을 이렇게 뒤바꿔놓은 것이 그이기 때문에 그 별명을 따 ‘펭귄마을’이 되었다.
주소 광주 남구 천변좌로446번길 7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월호 [맛시장 멋골목]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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