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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닷새간 땅끝마을에서 ‘살아요’ - 해남에다녀왔습니다①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닷새간 땅끝마을에서 ‘살아요’ - 해남에다녀왔습니다①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4.22 21: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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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해남에 자리한 민박촌 ‘해남에다녀왔습니다’
고산윤선도유적지ㆍ대흥사 등 틈틈이 여행 즐길 수 있어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 자리한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 자리한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30여 개의 마을 중에서 해남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땅끝마을’이 주는 알 수 없는 설렘과 여운. 그곳에서라면 여백이 있는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잠깐 머무는 여행이 아닌, 낯선 마을에서 귀촌을 경험하며 살아보는 흔치 않은 기회를 해남에서 누리게 됐다.

여행기자 1년 차, 이제는 살러 떠납니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월요일의 ‘지옥철’을 눈앞에서 한번 보내고 나서야 센트럴시티터미널에 닿을 수 있었다. 서울발 해남행 고속버스 승차 플랫폼은 2번. 괜히 목이 바짝바짝 말라와 편의점에서 산 생수를 몇 모금 털어 넣고 버스에 올랐다.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해남행 고속버스. 사진 / 조아영 기자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해남행 고속버스. 사진 / 조아영 기자

잊은 것은 없는지, 충전기 하나를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평일 내내 몽땅 비어 있을 방에 불은 다 끄고 나왔는지. 다종다양한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났지만, 햇살이 쏟아지는 차창 밖 풍경을 내다보니 금세 마음이 누그러졌다. 

구수한 장(醬) 내음 가득한,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꼬박 4시간 30여 분이 지나서야 해남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내부에 자리한 작은 카페와 오가는 승객들로 분주한 매표소까지 낯익은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해남에다녀왔습니다’는 터미널에서 차량으로 10분 남짓 떨어진 민박촌에 자리한다. 민박촌은 한 집 걸러 한 집이 한옥 민박 등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그마한 마을로, 인근에는 고산윤선도유적지와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 사찰 중 하나인 대흥사 등 역사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즐비해 틈틈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해남종합버스터미널까지는 4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서울에서 해남종합버스터미널까지는 4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입구. 사진 / 조아영 기자
전통음식교육농장이자 민박을 운영하는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입구.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채로운 빛깔의 꽃들이 반겨주는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채로운 빛깔의 꽃들이 반겨주는 평온한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쭈뼛쭈뼛 마을에 들어서자 고즈넉한 한옥 앞에 줄줄이 늘어선 장독대가 눈길을 끈다. 코끝을 파고드는 구수한 향기는 덤이다.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는 전통 된장 분야로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인회가 선정하는 대한명인 제10-293호로 지정된 인물. 그가 운영하는 마을인 만큼 장이 익어가는 맛있는 향기가 온 마당을 가득 채운다.

이승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아담한 방에 짐을 부려 놓으려던 찰나, 먼저 와있던 손님들이 한목소리로 “식사는 했냐” 물어온다. 오전에 유승연 미트공방 然(연) 대표가 현직 중년여성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육가공 수업’이 막 끝난 참이란다. 

교육장에는 전북 순창, 경남 합천, 경남 함안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업인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상 앞에 앉자 멜젓에 졸여 만든 제주식 오겹살, 다채로운 색깔을 띤 젤리 등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음식이 차려진다.

교육장에서 맛본 멜젓에 졸여 만든 제주식 오겹살. 사진 / 조아영 기자
교육장에서 맛본 멜젓에 졸여 만든 제주식 오겹살.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양한 채소의 즙으로 색을 낸 젤리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모양새다. 사진제공 / 박신영
직접 수확한 재료와 젤리를 플레이팅한 모습. 사진제공 / 박신영

두툼한 제주식 오겹살은 쫄깃한 식감에 짭조름한 간이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 그만이고, 파프리카 등 다양한 채소의 즙으로 색을 낸 젤리 역시 입에 착 감기는 맛이다. 

경남 합천에서 가야산 별빛농장을 운영 중인 이현주 중년여성농업인CEO중앙연합회 회장은 “농업은 종자를 뿌리고 싹을 틔워 키워서 많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며, 그 과정은 엄마의 삶과도 닮아있다”며 “오랜 시간 농업과 농촌을 지켜온 우리(중년여성농업인)가 귀농하는 분들과 청년 농업인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예정”이라고 말한다. 

마을 곁 고샅길 풍경. 연둣빛 이파리가 여름의 초입을 알리는 것만 같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 곁 고샅길 풍경. 연둣빛 이파리가 여름의 초입을 알리는 것만 같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정성스레 차려진 음식이 더욱 귀하게 다가왔다.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라 생각했던 귀촌과 귀농.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 한편이 든든해지며 앞으로의 여정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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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영 2019-04-23 12:55:42
앗 해남에 가셨군요~ 부럽습니다!! 이건 기자들만 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