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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부엉이 어깨 위에 여행의 추억을 쌓다, 부엉이 수집가 정희옥
부엉이 어깨 위에 여행의 추억을 쌓다, 부엉이 수집가 정희옥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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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들의 행복한 집, 속초 해피아울하우스
부엉이의 매력에 빠진 부엉이 수집가 정희옥
전세계의 부엉이 공예품과 수집품 모아
사진 / 유은비 기자
정희옥 씨가 여행의 추억을 기억하는 방법은 바로 부엉이다. 사진 / 유은비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속초] 여행의 추억을 기억하는 방법은 그 나라의 자석을 수집하거나 나라별 종을 모으는 등 다양하다. 강원도 속초에 부엉이만을 모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엉이를 모으는 걸까?

‘부엉이들의 행복한 집’인 해피아울하우스는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부엉이가 비행을 마치고 내려앉은 모습을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부엉이 천지다. 유리로 된 테라스 안에서 따뜻한 차 한 잔 할 수 있는 카페, 화분, 창틀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곳에는 부엉이 조각품이 있다.

부엉이 수집의 시작
“해피아울하우스에 공예품과 수집품을 합쳐서 3천 2백 마리 정도가 전시되어 있어요. 본격적으로 부엉이 수집에 나선 것은 10년 정도에요.”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던 정희옥씨(51)는 어느 날 TV프로그램에서 수리부엉이를 보게 된다. 수리부엉이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집중력과 힘찬 날갯짓에 매료된 그는 부엉이를 공부하고 수집하면서 점점 더 부엉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부엉이는 오랜 세월 동양에서는 부를, 서양에서는 지혜를 상징해왔다. 이런 영물을 모으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그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여행을 다니며 부엉이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집안 곳곳에도 온통 부엉이로 가득 차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사진 / 유은비 기자
해피아울하우스의 부엉이 전시관 내부. 사진 / 유은비 기자

“서울의 신설동 풍물시장, 동묘, 종묘, 황학동, 답십리 등 각종 고미술상가와 지방으로 출퇴근 하며 부엉이를 모았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엉이를 찾아다니니까 황학동에서는 저를 ‘작은 부엉이 언니’라고 부르더라고요.”

정희옥씨의 부엉이 수집은 세계로도 뻗어나간다. 그는 영국 런던, 파리, 미국, 이탈리아, 태국, 그리스 등지를 찾아가 부엉이를 수집했던 여행담을 들려준다.

부엉이 찾아 떠난 세계여행
“영국 런던의 포토벨로라는 벼룩시장 내의 엔틱 상가들이 있어요. 거기서 영국의 150년 된 시계 물은 부엉이와 캔디 통 부엉이를 만났어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고 파리로 넘어갔는데 그 부엉이들이 눈에 밟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부엉이를 품에 안고 귀국했던 적도 있어요.”

사진 / 유은비 기자
미국에서 데려온 해리포터 부엉이 시리즈. 사진 / 유은비 기자
사진 / 유은비 기자
정희옥씨가 퀼트 작업 한 부엉이와 수집품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여행의 목적이 부엉이 수집에 맞춰져 있어 중국의 만리장성을 눈앞에 두고도 정신은 온통 그 주변 벼룩시장 어딘가에 숨어 있을 부엉이에게 가 있었다는 정희옥씨. 그의 남편 임종남씨는 오로지 부엉이만을 찾아다녔던 아내를 떠올리면 중국에서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고 한다.

“집사람이 여행 잡지를 보다가 북경의 엔틱샵 사진에 찍힌 부엉이를 보고 말았어요. 그 부엉이 도자기를 사겠다고 북경으로 떠났죠. 자금성 뒤에 있는 고미술상가 거리였는데, 온 시장을 뒤져서 잡지 속의 부엉이를 찾아냈어요. 실물로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참을 다른 엔틱샵들을 돌아다니더니 결국 마음에 꼭 드는 다른 부엉이를 데리고 나오더라고요.”

먼지가 뽀얗게 쌓인 부엉이에 관심을 보였던 정희옥씨에게 중국 엔틱샵 상인은 바가지를 씌웠지만 그는 그 값을 다 치르고 부엉이를 데려왔다고. 그렇게 발품 팔아 모아 놓은 부엉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별 특징이 드러난다. 이탈리아의 부엉이 조각은 고급스러운 유리 재질로, 태국의 부엉이는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깔로, 미국의 부엉이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스페인의 부엉이는 탱고의 나라답게 악기를 들고 있는 부엉이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부엉이는 너털웃음 짓는 할아버지의 소박한 모습이 보인다.

꿈꾸는 수집가의 여행
수집하는 여행을 하고 있는 정희옥씨는 세계 각국의 부엉이들을 보며 자기만의 스타일로 ‘행복한 부엉이’를 작품으로 만든다. 천과 솜만으로 부엉이를 만드는 그는 퀼트 부엉이 안에 자신의 삶과 여행의 추억을 담는다고 한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완성된 부엉이는 1천 8백 마리가 넘는다. 그는 총 5번의 개인전을 열며 얻은 수익금으로 매번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탁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싶다는 정희옥씨의 또 하나의 꿈. 사진 / 유은비 기자
사진 / 유은비 기자
해피아울하우스에는 공예품과 수집품을 합쳐서 3천 2백 마리 정도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유은비 기자

10여년의 세월동안 오직 부엉이만을 고집했던 정희옥씨는 “아직 가보지 못 한 나라들이 더 많다”고 말한다. 그것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부엉이가 더 많다’는 뜻일 터, 세계의 부엉이를 찾아 떠나는 정희옥씨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Info 해피아울하우스
입장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5000원, 초·중·고 4000원, 소아 3000원
주소 강원 속초시 바람꽃마을길 118
문의 033-638-8475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3월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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