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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별빛 아티스트들 만나볼랍니까? 전남 담양 향교리 마을
별빛 아티스트들 만나볼랍니까? 전남 담양 향교리 마을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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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투어 ② 담양
나이를 잊은 7인의 향교리 아티스트 
예술, 대나무와 마을 사이 스며들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죽녹원과 관방제림, 관방천을 품고 있는 향교리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예술을 만나러 갔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담양] 담양을 떠올리면 초록의 댓잎이, 그 댓잎들이 바람결에 싸락싸락 부딪치는 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이 대숲과 관방제림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 향교리에서 불어오는 예술 바람도 맞아보는 건 어떨까.

전남 담양의 작은 마을, 향교리는 죽녹원과 관방제림, 관방천을 품고 있는 마을. 하지만 수려한 자연 풍경만 ‘감상’하고 떠날 것이 아니라 향교리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예술도 볼 가치가 있다. 예술 마을이라고 해서 향교리가 거창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을 한바퀴만 돌면, 다른 예술 마을들과는 조금 다른 향교리만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뭐냐고? 향교리 할머니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다.

향교리 아티스트들의 집을 소개합니다
7인의 향교리 아티스트들도 시작은 “그림이 뭐다요?” “나 그림 한번도 그려본 적이 없서라.” “그거 그려서 뭐던다요?” 했단다. 처음에는 잡지에서 먹고 싶은 걸 오려 붙였다. 그게 콜라주였다. 여기에 하나둘씩 그림을 덧그려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했다. 이제는 각자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 하얀 타일이 할머니들의 도화지다. 참빗을 잘 만드는 김금복 할머니는 참빗 그림을 자주 그리고, 꽃을 좋아하는 박점순 할머니는 색색의 꽃을 그리고 칠한다. 정정순 할머니는 손자 손녀들을 그려 직접 초대장도 만든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관방천가를 따라 난 관방제림. 사진 / 김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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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감싸져 있는 향교리 마을의 지도를 그려둔 <향교리 미래(美來)이야기>.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7인의 향교리 아티스트 중 하나인 정정순 할머니와 그의 작품들. 사진 / 김샛별 기자

대담미술관이 문을 연 첫 해부터 7년간 꾸준히 일주일에 1~2번씩 모여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그린 향교리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죽녹원 뒤편 길로 가면 된다. 길 초입의 타일 지도를 참고해도 좋고, 어차피 한 길로 이어져 있어 슬슬 걸어 다시 돌아나오면 된다. 대나무숲과 관방천의 징검다리 등 풍경 그림들이 재밌다. 여기에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과 타일 명패들을 구경하면 동네 한바퀴가 금방이다. 외부에서 전문 작가나 학생들의 봉사로 꾸며진 예술이 아닌 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그리고 붙인 타일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소박하지만 진솔한 멋을 낸다.

요가를 배우러 가는 길이라던 정정순 할머니는 명패를 구경하고 있자 “7명껄 다 봤다요?” 묻는다. 두 집을 못봤다고 하니 앞장서서 길을 일러준다. 내친 김에 집에 들어와 작품 구경도 하라고 한다. 작품으로 만든 달력을 마치 도록처럼 한 장 한 장 보여주던 정정순 할머니는 “서울서 뭣한디 이걸 사갔는지 몰러”하며 내심 자랑도 한다. “그림이야 더 잘 그리는 사람도 많은데 재밌어 보였나벼”하며 수줍게 웃더니 “미술관에서 아티스트라고 명함도 뽑아줬당게”한다. 

이제는 직접 그림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신안 태평 염전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에게 그림 수업도 했다고. 그때 수업한 작품들이 궁금하면 대담미술관 안의 ‘동네방네 미술관’과 ‘예술가의 집’에 가보라고 일러준다.

자연스럽게 마을에 스며드는 예술
방치된 오래된 폐가를 활용한 작품인 <예술가의 집>과 <향교리 대나무 정원>은 동네 사랑방이자 전시실 역할을 하는 공간. 주걱과 참빗, 타일 등에 그림을 그려넣은 향교리 아티스트들과 전문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고, 커다란 테이블이 가운데 놓여 있어 마을 주민들의 모임 장소가 되어준다. 낡은 집을 허물어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벽면과 문살을 보존하고, 개선해 역사는 지우지 않되 새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탈바꿈 한 것이다. 전문 작가들의 작품은 작품 자체만 오롯하게 솟아나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예술이 시나브로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향교리 마을회관 옥상에 설치된 <향교리 대숲 속 빛의 하모니>. 사진 / 김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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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영 작가의 <휴>. 사진 / 김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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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리 아티스트들의 작품 전시장이자 커뮤니티 장소인 <예술가의 집>. 사진 / 김샛별 기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마을회관 옥상에 설치된 진시영 작가의 <향교리 대숲 속 빛의 하모니>다. 국수골목 맞은편, 죽녹원을 향하는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 작품은 유리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안에 대나무와 LED를 넣은 것. 낮이면 유리 구조물에 붙은 특수 시트지의 색감이 햇빛에 비쳐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무지개색으로 반짝이고, 밤이면 형형색색의 LED 등불이 찬란하게 빛을 발해 환상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마치 빛의 대나무숲 같은 이 작품은 단순한 가로등의 역할뿐 아니라 예술로 길을 밝혀주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진시영 작가는 <휴>라는 의자를 마을회관 앞에 설치해 쉼의 공간도 만들었다. ‘바람이 분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이 의자에 앉아 앞쪽에는 죽녹원을, 뒤쪽으론 관방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대숲의 바람과 강바람에 뒤섞인 문화와 예술의 바람이 오롯이 느껴진다.

이러한 예술의 바람의 중심에 선 것이 바로 대담미술관이다. 향교리 예술의 센터 역할로 기성 작가들과 주민들을 연결하고, 할머니 아티스트들을 꾸준하게 교육시켜 ‘마을 미술’을 정착시켰다. 정희남 대담미술관 관장은 “주민 참여도가 낮은 마을 미술이 아닌 그 지역의 정서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정서를 담아 그려내는 그림, 조각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프로젝트가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미적 체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진솔함을 꺼내는 게 마을 미술의 첫걸음이 아닐까. 

발 맞춰 걷는 예술
대담미술관과 향교리 마을의 예술 바람이 순풍을 달고 주변으로 뻗어가고 있다. 죽녹원에는 이이남 아트센터가 개관해 한국화와 비디오 아트를 접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죽녹원 안에 개관한 이이남 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이남 작가는 담양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로 ‘신(新) 묵죽도’를 비롯해 죽녹원과 대나무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처럼 멈춰 있는 작품들 앞에 서면, 움직임과 소리로 관객들을 흔들어 깨우는 작품들. 멈춰 있는 것만 같은 작품들이 자세히 살펴보면 움직임과 소리로 관람객들을 흔들어 오감을 자극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이남 작가의 <신(新) 묵죽도>.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갤러리와 카페가 함께 있는 ‘담빛예술창고’가 문을 열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미술과 음악,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는 담빛예술창고. 사진 / 김샛별 기자

이웃마을인 객사리에서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담양10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카페가 함께 있는 ‘담빛예술창고’가 문을 열었다. 대담미술관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 전시도 좋지만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 정기 연주를 놓치면 아쉽다. 국내 최초 유이한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는 이곳은 공휴일·토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20분 동안 정기 연주가 펼쳐진다. 미술과 음악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향교리에 여행을 온다는 건 이런 것이다. 단순히 대나무를 보고, 강을 보러 오는 게 아니라 그 지형 속에서 이런 풍경이 생겨났고 그 풍경 속에서 어떤 정서가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 여행을 안내하는 작은 마을에 불어오는 예술 바람에 취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향교리를 온전히 여행하는 방법이다. 

Info 담빛예술창고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75
문의 061-383-8241

Tip 향교리 주변 여행 정보

사진 / 김샛별 기자
아트센터 대담의 전경.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아트센터 대담에서는 숙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아트센터 대담
죽녹원 근처에 위치한 아트센터 대담은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이면서 동시에 미술 체험 및 숙박이 가능한 곳. 카페 입구 왼편으로는 메인 갤러리가 있다. 1년에 4~6번 전시가 진행되며, 별관 갤러리·동네방네미술관 한켠갤러리·체험&교육 공간 등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큰 창으로 고즈넉한 나무와 잘 손질된 정원에 흐르는 물, 감나무집의 정겨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뮤지엄 카페에서는 음료와 샌드위치·피자 등을 판매하며 이 금액은 미술관 후원금으로 환원된다. 숙박 역시 가능하다. 뮤지엄 카페 2층을 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대적인 시설의 프라이빗공간(1박 50만원)과 전통적인 외관을 살려 고즈넉하게 꾸민 은행나무집과 감나무집(1박 30만원)에서 숙박과 함께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메뉴 아메리카노 5000원, 죽녹차 7000원, 샌드위치 9000원, 죽순 피자 1만9000원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연골길 5-4
문의 061-381-0081~2

사진 / 김샛별 기자
국수거리 가장 끝에 있는 ‘미소댓잎국수’는 댓잎국수를 처음 개발한 집. 사진 / 김샛별 기자

미소댓잎국수
국수거리 가장 끝에 있는 이 집은 댓잎국수를 개발한 집. 직접 뽑는 댓잎 생면에 우렁과 죽순을 더하고 매콤하고 고소한 양념에 비벼낸 죽순비빔국수를 특히 추천한다. 

메뉴 죽순비빔국수 7000원, 물국수 4500원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3길 20
문의 061-381-9789

사진 / 김샛별 기자
‘박물관앞집’은 게장, 잡채, 호롱구이, 죽순무침, 제육볶음, 된장국, 생선구이 등 다양한 밑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박물관앞집
한국대나무박물관 앞에 있는 ‘박물관앞집’은 게장, 잡채, 호롱구이, 죽순무침, 제육볶음, 된장국, 생선구이 등 다양한 밑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대통밥은 다 먹고난 뒤 대나무 식기를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메뉴 떡갈비 2만5000원, 대통밥 1만2000원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향문화로 22
문의 061-381-1990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7월호 [아트투어]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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