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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꼬마 손님들과의 먹거리 체험, 그리고 읍내 마실 - 해남에다녀왔습니다③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꼬마 손님들과의 먹거리 체험, 그리고 읍내 마실 - 해남에다녀왔습니다③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4.25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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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먹거리 직접 만드는 스타팜 현장 체험 행사
해남 고구마를 쏙 빼닮은 고구마빵을 찾아서
스타팜 현장 체험 행사를 진행 중인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 사진 / 조아영 기자
스타팜 현장 체험 행사를 진행 중인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이른 오전부터 문밖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전통음식교육농장인 ‘해남에다녀왔습니다’의 진면모가 발휘되는 날. 어린이들이 이곳 교육장을 찾아 바른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스타팜(Star Farm) 현장 체험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해남서초등학교 2학년 학생 24명과 함께 소매를 걷어붙이고 바른 먹거리 만들기 체험에 나섰다.

“오늘 여러분의 밥상은 어땠나요?”
꼬마 손님들이 교육장에 자리를 잡고 앉자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의 질문이 시작된다. 오늘 아침밥은 무얼 먹고 왔는지, 즐겨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하나둘 입을 연다. 한 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치킨’을 크게 외치자 친구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퍼진다. 

이승희 대표는 “바른 식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ㆍ건강ㆍ배려 3가지를 기억해야 한다”며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전통 식생활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한 어린이가 직접 만든 두부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한 어린이가 직접 만든 두부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운 두부선은 찜기에 쪄내면 완성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운 두부선은 찜기에 쪄내면 완성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짧은 교육이 끝나자 곧이어 간단한 먹거리 만들기 체험이 진행된다. 오늘 만들어 볼 음식은 궁중음식인 두부선과 달콤한 쌀강정. 먼저 만들어볼 두부선은 한입 크기로 잘라 둥그렇게 속을 파낸 두부에 묵은 김치, 새우살, 당근, 양파 등을 채운 뒤 쪄먹는 음식이다. 

조물조물 고사리 손으로 속을 채운 두부선이 찜기에서 익어갈 동안에는 본격적으로 강정을 만들기 시작한다. 쌀과 물엿, 호박씨 등을 넣어 볶아낸 재료가 식탁 위에 놓이면 주걱으로 두드리고 밀대로 평평하게 밀어 모양을 잡는다. 이승희 대표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조심조심 칼로 썰면 달짝지근한 쌀강정이 뚝딱 완성된다. 나눠준 지퍼백에 직접 만든 쌀강정을 가득 담은 꼬마 손님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쌀강정을 만드는 어린이들. 사진 / 조아영 기자
쌀강정을 밀대로 밀어 모양을 잡는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완성된 쌀강정은 가져갈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완성된 쌀강정은 각자 가져갈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스타팜 현장 체험 행사에 참가한 해남서초등학교 학생들과 이승희 대표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스타팜 현장 체험 행사에 참가한 해남서초등학교 학생들과 이승희 대표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체험 후에는 자리를 옮겨 다함께 식사 시간을 가진다. 도라지 샐러드, 비비추 장아찌, 잡채 등 이승희 대표가 미리 준비해둔 맛깔난 반찬과 학생들이 만든 두부선까지 맛보는 자리다. 정직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로 끼니를 해결하니 마음까지 풍족해진다.

이것은 고구마인가 빵인가…‘고구마빵’을 찾아서
꼬마 손님들을 배웅하고서 무엇을 해볼지 고민하던 찰나, 포근포근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해남 고구마가 떠올랐다. 5일장이 서지 않는 날이어서 고구마를 사와 쪄먹기도 애매한 상황인데다 시원한 커피 한 잔도 함께 즐기고 싶었다. 아차, 해남에 내려와서 우리 <여행스케치>에도 소개됐던 ‘고구마빵’을 아직 안 먹어봤구나!

해남 고구마를 쏙 빼닮은 고구마빵은 이른바 ‘빵지순례’를 이끌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고구마빵을 판매하는 제과점 ‘피낭시에’는 해남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매장은 해남읍내 군청 인근에 자리해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며, 베이커리와 카페를 겸하고 있어 커피를 즐기기도 좋다.

새파란 외관이 인상적인 해남 피낭시에 외관. 사진 / 조아영 기자
새파란 외관이 인상적인 해남 피낭시에. '땅끝마을에 다녀왔습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하루에 약 1000개가량 수작업으로 만드는 고구마빵은 오전 10시, 오후 3시에 2번 나온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 도착했지만, 오전에 나온 빵이 진열대 위에 남아있어 바로 맛볼 수 있었다. 

찹쌀 반죽에 친환경 해남 고구마로 속을 채운 고구마빵은 척 보기에 고구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해남산 자색고구마 가루로 치장한 겉모습이 ‘이것은 고구마인가 빵인가’ 잠깐 고민하게 만들 정도. 하지만 쫀득한 겉을 베어 물면 달콤한 고구마 앙금이 입속에 사르르 퍼져 소문난 이유를 짐작게 한다.

가장 유명한 고구마빵 외에도 고구마 타르트, 고구마 천연효모종으로 건강하게 발효시킨 다른 빵 종류 역시 맛이 좋다. 시원한 커피나 흰 우유를 곁들이면 온 가족 간식으로 그만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낭시에의 고구마빵과 고구마타르트. 사진 / 조아영 기자
피낭시에의 고구마빵과 고구마타르트. 사진 / 조아영 기자
매장 한편에는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해남연호 보리축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매장 한편에는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해남연호 보리축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하나만 먹고 일어서자니 아쉬워 고구마빵 하나를 더 사 들고 마을버스를 타러 간다. 배차 간격이 꽤 길어 초보 귀촌인을 애태우는 노란색 마을버스는 언제 봐도 반갑다. 

논밭이 펼쳐진 풍경을 눈에 담으며 마을에 도착하자 처음 보는 손님들이 인사를 건넨다. 다름 아닌 옆 동네 현산면 장등마을 운영자와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체험자들이다. 다른 마을 사람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고, 고추 다듬기 등 일손을 거들러 왔단다.

배차 간격이 꽤 긴 마을버스는 언제 봐도 반갑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배차 간격이 꽤 긴 마을버스는 언제 봐도 반갑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함께 일손을 도우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귀농을 염두에 두고 미리 살아보기 위해 왔다는 체험자는 이승희 대표와 바삐 정보를 교환하고, 해남이 고향이라는 체험자는 이곳이 주는 정취를 푹 만끽하고 있다고 말한다.

먼저 살아봐야지만 들을 수 있는 귀한 이야기에 어렴풋이 귀촌 생활을 그려보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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