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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전깃줄 따라 흐르는 별빛, 광주 발산마을
전깃줄 따라 흐르는 별빛, 광주 발산마을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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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투어 ④ 광주 발산마을
푸른색 청춘빛이 아름다운 곳
주민들의 일상과 예술이 함께 만든 이야기
사진 / 김샛별 기자
주민들의 일상과 마을에 새로 들어온 청년들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건강하게 거듭난 발산마을. 사진 / 김샛별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광주] 피난민과 이주노동자들로 이루어진 발산마을은 광주의 달동네 중 하나다. 달이 뜨면 별이 함께 뜨듯 발산마을에도 ‘별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예술의 별빛으로 반짝반짝 물든 마을의 변신을 구경해보자.

광주의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발산마을은 그 높이만큼이나 이야기가 쌓여 있다. 마을 초입의 샘물 경로당 벽면에서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기억저장소를 만나게 된다. 마을 초기 정착부터 마을이 지나온 흔적을 벽 안에 가두어둔 것. 오래 이곳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말과 함께 자개장, 재봉틀,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왔던 마을 주민들의 사진 등이 나열되어 있어 작은 마을 박물관의 기능을 한다.

Info 광주 발산마을
주소 광주 서구 천변좌로 12-16

삶의 기억, 장소의 기억… 발산의 기억
가로로 가로지르는 큰길가에 난간에 기댄 아이들이 보인다. 신호윤의 <엄마 언제와? 누나 빨리와>다. 방직여공들이 많이 살던 그 시절, 공장이 바라다보이던 그 언덕에서 일 나간 가족들을 기다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동생을 포대기로 업고 있는 누나와 그 아래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린 철없는 남동생들의 모습이 고난했던 그 시절의 풍경을 그리게 해준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엄마와 누나를 기다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작품화한 <엄마 언제와? 누나 빨리와>.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에 설치한 <발산마을 이야기>.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별의 모습을 형상화 한 <별빛이 흐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길을 따라 언덕 끝자락까지 가는 길 펜스엔 마을의 역사가 나열되어 있다. 최윤미의 <발산마을 이야기>다. 그때 그 시절의 동네 어귀의 분위기, 일신방직을 뜻하는 재봉틀, 일신방직과 발산마을을 연결 짓던 뿅뿅다리… 마치 그러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듯 형상화한 작품들을 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를 전망대로 인도한다.

별 그리고 꿈이 뜨다
길을 따라 돌아 오르막길을 오르면 보이는 커다란 전망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성웅의 <별빛이 흐르다>와 박상현, 이성웅이 함께 작업한 <별집>은 마치 실타래처럼 둥근 막대를 엮어 별을 형상화한 작품. 별은 곧 꿈. 모두의 꿈을 마을의 주 수입원이었던 방직공장의 실로 엮어 새로운 꿈을 엮어 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상현 작가는 “마을 정상에 있는 이 작품은 낮 동안 충분한 태양광을 받아 밤이면 반짝인다”며 “스스로 별이 되는 작품을 통해 꿈을 되새기고 이뤄나가길 바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망대에서 내려갈 땐 곳곳의 거미줄처럼 나있는 작은 골목길을 헤매며 가보자. 별을 형상화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구헌주 작가의 <희망탐사 프로젝트>는 스테인리스스틸에 우주인이 커다랗게 프린팅 되어 벽에 걸려 있는 작품. 다른 벽면에는 우주선도 있다. 별이 뜨는 발산마을에 희망을 찾아 탐사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예술가를 우주인으로 비유해 마을에서 희망을 탐사하고 찾아간다는 컨셉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발산마을에 시착한 우주선을 형상화 한 <희망탐사 프로젝트>.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매번 새로운 전시가 기획되는 <뽕뽕브릿지>. 사진 / 김샛별 기자

이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뽕뽕브릿지’의 벽면. 옛 가구 보관 창고를 개조해 문화예술 공유공간이자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이 공간을 구성한 박상현 작가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를 느꼈다”며 갤러리를 오픈한 이유를 설명했다. ‘뽕뽕브릿지’에서는 지역 작가들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 작가 등 국제 전시에 이르기까지 의미 있는 전시를 통해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선보이고, 주민들은 보다 가깝게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마치 발산마을 주민들이 방직공장을 출퇴근 할 때 이용했던 ‘뽕뽕다리’의 역할처럼, 삶과 예술을 잇는 ‘뽕뽕브릿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아우라팩토리’ 역시 문화예술복합공간. 전시는 물론 이곳에서는 작품을 프린팅한 아트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지역민들에게 예술 교육도 진행 중이다.

Info 뽕뽕브릿지
주소 광주 서구 월산로268번길 14-36

마을을 어루만지는 무늬, 무늬가 만들어내는 마을
‘공공미술프리즘’이 발산마을의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주목한 것은 마을의 무늬를 드러내고, 그 무늬가 다시 마을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곳곳의 벽화에 담긴 무늬는 어딘가 익숙함을 자아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집들의 창살 무늬다. 창살무늬를 고스란히 따라 패턴화한 작업인 셈이다.

이정은 공공미술프리즘 프로젝트 매니저는 “도색한 색들은 모두 마을의 색”이라며 “심어진 꽃, 마을 전경 등에서 색을 추출해 마을 고유의 색으로 도색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몇몇 도색된 집들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간을 맞춰 가는 것도 재미다. 전깃줄이 많은 발산마을은 햇빛에 따라 그림자가 지며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벽에 무늬를 만들어낸다. 그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간인 오후 4시 30분, 그림자가 지면서 만들어진 ‘마을이 그린 그림’을 찾아보자.

우리 만나 함께 밥 먹을까요?
발산마을은 작지만 언덕에 있는 탓에 108계단을 중심으로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뉜다. 알록달록한 계단 아래엔 발산광장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계단 한가운데의 빨간 계단손잡이는 윗동네와 아랫동네가 소통할 수 있도록 소리 파이프를 본 따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발산마을은 마을 주민과 청년들, 손님들이 함께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집집의 창살무늬를 패턴화해 벽화로 새겼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발산마을의 랜드마크, 108계단. 사진 / 김샛별 기자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폐가를 리모델링해 주민과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 ‘청춘빌리지’ 1호와 2호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이자 주민들이 직접 만나 활동을 도모하는 곳. 월~목요일까지 ‘주부9단’이 운영하는 ‘청춘빌리지 2호’ 식당은 마을 안 초등학교에 자녀들이 있는 어머니들이 모여 상추튀김, 유부떡볶이, 잔치국수 등을 판매한다. 

‘청춘빌리지 1호’는 카페 ‘여기가 오아시스야’. 인디 가수인 주인이 공연을 하기도 하는 이 카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든 음료를 판매한다. 안쪽의 숨겨진 ‘할매포토’도 놓치면 섭섭하다. ‘할매포토’는 할매들이 직접 만든 화관과 셀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천 원을 내고 사진 인화지를 구매해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후 인화한 사진을 가져갈 수 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밥을 먹는 프로그램도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경로당에 모여 주민들과 청년 입주가들이 밥을 먹기도 하고, 해설프로그램을 신청하면 1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먹을 수도 있다. 함께 사는 것은 함께 밥을 먹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함께하는 밥상, 거기서 떠오르는 정이 마을을 마을답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마을페와 할매포토가 있는 청춘빌리지 1호.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108계단 아래에 있는 발산광장. 사진 / 김샛별 기자

광주 발산마을 주변 여행 정보

청춘빌리지 2호
월~목요일까지는 ‘주부9단’이, 금~일요일까지는 청년상인인 ‘진지’가 운영하는 요일식당이다. ‘주부9단’은 상추튀김, 유부·짜장떡볶이, 새우볶음밥, 잔치국수 등을 판매하며, ‘진지’는 혼자서 여행하는 이들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도록 고추장 삼겹살 정식, 간장계란밥을 판매한다.
가격 상추튀김 小 5000원 中 8000원, 잔치국수·유부떡볶이 3000원, 새우볶음밥 5000원.
주소 광주 서구 천변좌로 12-14 청춘빌리지 2호

사진 / 김샛별 기자
발산마을의 맛을 보여주는 요일식당 청춘빌리지 2호. 사진 / 김샛별 기자

발산상회
108계단 위에 있는 ‘발산상회’는 옛날 과자부터 시작해 빈티지 물건을 판매하는 슈퍼이자 편집샵이면서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카페 역할까지 수행하는 곳. 특히 옥상에서 발산마을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아름답다.
주소 광주 서구 천변좌로 110-11 

사진 / 김샛별 기자
슈퍼이자 편집샵이면서카페 역할까지 하는 발산상회. 사진 / 김샛별 기자

카페 표류
카페 표류는 문으로 만든 테이블, 화려한 샹들리에 등 앤틱한 분위기로 SNS에서 입소문을 끌고 있는 카페. 108계단 중간에 있는 이곳은 지역 작가 2명의 작업실이기도 하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 (월요일 휴무)
주소 광주 서구 천변좌로 118번길 9, 2층 

사진 / 김샛별 기자
108계단 중간에 있는 카페 표류는 앤틱한 분위기로 SNS에서 입소문을 끌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양림동 펭귄마을
발산마을에서 양림동 펭귄마을까지는 차로 약 15분 거리. 온갖 잡동사니들을 모아놓은 것이 이제는 특별한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빈집과 공터가 많았던 낡은 주택가에 펼쳐진 정크아트들이 궁금하다면 방문해보자.
주소 광주 남구 천변좌로446번길 7

사진 / 김샛별 기자
빈집과 공터가 많았던 낡은 주택가에 펼쳐진 정크아트들이 궁금하다면 펭귄마을로. 사진 / 김샛별 기자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9월호 [아트투어]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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