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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부지런히 돌아본 곡성 읍내, 오일장과 곡성에서 만난 사람들– 곡성 안개마을 ③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부지런히 돌아본 곡성 읍내, 오일장과 곡성에서 만난 사람들– 곡성 안개마을 ③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4.25 13: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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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과 8일마다 열리는 곡성 오일장
곡성 토란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부터
오색발아현미를 만드는 미실란까지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은 3일과 8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은 3일과 8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곡성]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어디서든 마찬가지겠지만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확실히 얻는 것이 많다. 곡성에서의 하루도 마찬가지. 아침 식사를 해 먹고, 빨래를 널고, 읍내에 다녀와도 아직 해가 중천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가용이 없는 사람이라면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움직이는 게 좋다. 10분에 한 대씩 다니던 버스를 생각하면 계획한 일정이 엉키고 말테니.

기차마을이 있는 곡성의 버스 정류장은 기차 모양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기차마을이 있는 곡성의 버스 정류장은 기차 모양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5일 간격으로 열리는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3일과 8일은 곡성의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오후 4시 일정까지 자유시간이 생겨 오일장에 가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들고 올 짐을 생각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고달면사무소까지 5분, 기차마을이 있어서인지 버스 정류장의 모양이 기차모양이다. 굴뚝까지 있는 모습이 귀여워 정류장 이곳저곳을 살피게 된다.

배차간격이 넓은 버스의 요금은 천원. 사진 / 김세원 기자
배차간격이 넓은 버스의 요금은 천원. 사진 / 김세원 기자

버스를 기다리고 있자 장바구니를 손에 쥔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는가?” 간단한 답과 함께 오늘 장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린다고 말하니 본인의 행선지도 장이라며 여기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알려주신다. 버스 요금은 천원, 수도권에서 쓰는 교통카드는 쓸 수 없으니 꼭 현금을 준비하자.

정류장에서 직진해 고달교 하나만 건너면 바로 읍내가 나오지만 버스는 주변 마을을 돌고 돌아서 가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덕분에 안개마을 외에 다른 마을도 구경한다. 이곳에 내려오니 대부분의 상황을 여유롭게 받아들이게 된다. 황소 방앗간을 지나자 곧 곡성전통시장이 보인다. 오일에 한 번 열리는 이곳은 지붕이 덮여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자에 맞춰 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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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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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직접 채취한 두릅을 판다.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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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온 두릅을 데쳐 먹으니 입 안 가득 향이 퍼진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시장으로 들어서자 봄나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향긋한 맛이 일품인 두릅을 보자, 입맛이 돈다. 바구니 가득 두릅을 놓고 파는 할머니에게 “조금씩은 안 파세요?”하고 물어보자, “팔지, 얼마나 필요한데?” 하며 답이 돌아온다. “오천원 이하로 팔면 남는 게 없당께, 오천원 어치 가져가” 한 끼에 다 먹을 자신은 없지만, 남으면 두고두고 먹지 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봉지를 받아들었다. 인심 좋은 할머니가 만원어치 같은 오천원 어치 두릅을 주셨다. 

시장 한켠에 설치된 곡성 간이역. 장을 보다 사람들이 휴식을 취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시장 한켠에 설치된 곡성 간이역. 장을 보다 사람들이 휴식을 취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채소를 시작으로 생선, 과일, 고기 그리고 각종 공산품까지 살펴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곡성은 인접해 있는 큰 도시 광주, 순천 등을 중심으로 총 세 개 권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위치에 따라 장도 따로따로 열리고 날짜도 제각각 다르다. 이곳의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도 아침부터 읍내에 나가려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서인지 배가 고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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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를 매일 직접 만드는 시장 안 순두부 가게.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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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와 부추전 모두 고소하고 맛이 좋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시장 한편에 자리한 순두부 전문점에서 솔솔 나는 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미 장보기를 마친 곡성 군민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곤 음식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게의 대표메뉴인 순두부 백반과 함께 부슬부슬 비 오는 날 어울리는 부추전도 시켜본다. 사장님은 “이 자리에서 10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며 “직접 만든 순두부라 맛있다”고 말한다. 전남도의 다른 음식에 비해 조금 심심한 맛이지만 고소한 순두부 맛을 느끼기에 좋다. 함께 나온 부추전도 바삭하고 고소하다.

곡성 토란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가는 카페 ‘미카129’. 사진 / 김세원 기자
곡성 토란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가는 카페 ‘미카129’. 사진 / 김세원 기자

토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청년 창업자, 이성복 기관사
곡성 하면 대부분 효진이가 “뭣이 중헌디”하고 외치던 영화 <곡성>을 떠올릴 테지만, 사실 곡성은 우리나라 토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토란이 많이 나고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곡성에는 토란빵을 시작으로 토란 마카롱, 토란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토란 디저트들이 있다. 

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 옆으로 보이는 가게가 바로 토란 아이스크림을 파는 ‘미카 129’이다. 이곳의 주인장인 이성복 기관사는 “이곳은 곡성 청년 창업 1호점 카페”라며 “곡성에서 나는 특산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곡성 토란이 생각나 아이스크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란 아이스크림은 ‘전국이색아이스크림’ 지도에 실리기도 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토란 아이스크림은 ‘전국이색아이스크림’ 지도에 실리기도 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아이스크림을 시킨 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알게 된 사실, 이성복 기관사도 곡성으로 귀촌한 귀촌인이다. 고향인 곡성을 떠나 광주에서 살다가 이곳에 카페를 차리면서 완전히 곡성으로 귀촌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귀농귀촌 체험 중 들른 곳이 실제 귀촌인의 가게라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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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은 전국 토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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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토란 캐릭터가 가게 앞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콘과 컵 중 먹기 편한 컵을 선택하자 금세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이 기관사는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곡성 건모마을에서 나는 토란을 3~4알 정도 넣는다”고 말한다. ‘무색, 무취, 무미’의 대명사 토란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한 스푼 떠먹어 보니, 단 맛이 가미됐지만 고소한 맛이 입 안을 감돈다. 귀농이 아닌 귀촌을 선택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궁금했던 차에 귀촌해 카페를 차린 귀촌인을 만나니 궁금증이 조금 해소된다. 

이동현 ‘미실란’ 대표가 회사의 발아현미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이동현 ‘미실란’ 대표가 회사의 발아현미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오색 발아현미를 만드는 이곳은 ‘미실란’입니다.
오후 4시에 예정 되어 있던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을 기업 방문’은 안개마을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미실란’에서 진행되었다. 오색 발아 현미를 만드는 이 기업은 발아현미 공장 뿐 아니라 발아현미를 재료로 하는 식당과 카페까지 운영한다. 폐교를 활용해 만들어 색다른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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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을기업 미실란.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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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미실란’ 대표. 사진 / 김세원 기자

농업 분야의 노벨상으로 통한다는 ‘대산농촌문화상’의 농업기술 부문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이동현 대표는 곡성 군수의 설득으로 이곳에 자리 잡은 지 15년이 되어간다. 발아현미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최초의 기업이다. 이곳은 발아현미를 비롯해 1000개의 벼 품종을 재배해 가공이나, 현장 재배에 적합한지 시험한다.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면 농가에 보급하는 방식. 이 대표는 “발아현미 외에 미숫가루도 만들고 있다”며 “현재 CJ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작지만 탄탄한 기업이다.

함께 운영하고 있는 카페 ‘반하다’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는 방금 본 미숫가루를 직접 맛볼 수 있다. 한 모금 마시니 거품을 먹는 것처럼 목 넘김이 부드럽다. 이 대표는 “발아현미로 만들어 위에 부담도 적고, 배변 활동에도 무척 도움이 된다”며 자신도 매일 마신다고 말한다. 카페 옆쪽에는 곡성 농가 맛집 1호인 식당도 자리하고 있다. 발아현미 비빔밥이 대표 메뉴인 이곳은 하루 전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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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란이 시험 재배한 벼 품종들.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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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란 발아현미로 만든 미숫가루의 목 넘김이 부드럽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이 대표는 “귀농을 하면 서울에서 살 때보다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적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미생물만 알았었는데 이곳에 내려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며 덧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아이들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 수가 적어 아이들 한 명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 이 대표는 “제 아이들도 곡성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덕에 승마와 악기 등을 무료로 배웠다”고 전한다. 

‘기회는 누리는 자의 것’이라는 이 대표의 말처럼 귀농귀촌 후의 삶은 각자가 아는 만큼, 하는 만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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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129 2019-04-26 11:58:08
우와~기사 잘봤어요^^
곡성에 또 놀러오세요~~
여유로운 시골이랍니다^^

박인영 2019-04-26 10:28:44
곡성 두릅 샀어요? 맛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