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마을의 속살 엿보기,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 - 해남에다녀왔습니다④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마을의 속살 엿보기,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 - 해남에다녀왔습니다④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4.26 09:3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촌에서 먼저 살아보기, 어떤 팁이 있을까
귀농귀촌 결심했다면 미리 탐색하는 시간 가져야
소박한 매정마을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논과 밭이 펼쳐져 있는 소박한 매정마을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농촌에서 산다는 건 쉽지만은 않겠죠. 눈에 보이는 것마다 일이에요. 새벽부터 무성하게 자란 마당의 풀을 베다 보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그렇지만 도시에서 정착하는 일도 어렵잖아요. 여건이 된다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아봐도 좋을 것 같아요.”

경기 화성시에서 해남을 찾은 임수현 씨의 말이다. 해남군 현산면이 고향인 그는 오랜 시간 도시에 거주하며 시골에 대한 향수를 늘 품어왔다고.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다시 귀촌을 염두에 둔 그에게 제격이었다. 체험 4일 차인 그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는 자유 시간에 마음에 드는 마을을 돌아보고, 예전에는 쉽게 지나쳤을 법한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인기척을 듣자마자 ‘아이구 내 새끼’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가 눈에 아른거리는 동네. 나흘간 해남에다녀왔습니다에 머물며 이곳저곳을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농촌에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매정 정류장. 기와를 얹은 모양새가 예스럽지만, 버스 정류장임을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매정 정류장. 기와를 얹은 모양새가 예스럽지만, 버스 정류장임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배차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까지 벌어지는 마을버스 운행 시간표. 사진 / 조아영 기자
배차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까지 벌어지는 마을버스 운행 시간표.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이 아닌 살아보기를 하고 싶다면
해남에다녀왔습니다가 자리한 해남군 삼산면 매정마을은 해남읍내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남짓 걸린다.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매정 정류장에서 버스를 탈 수 있지만, 배차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까지 벌어져 운행시간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읍내에 나가기도 쉽지 않다. 읍내에서 마을로 되돌아올 때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 차가 없다면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만약 수도권 등 해남과 먼 지역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해 방문한다면 터미널에 도착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렌터카로 해남 내를 이동 중인 임수현 씨는 “터미널 근처 읍내에 렌터카 업체 2곳이 있다”고 귀띔한다.

본격적으로 살아보기 전 장보기도 빼놓을 수 없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약 1.3km가량 떨어진 하나로마트 옥천농협 삼산점. 마트는 마을 초입에 있어 숙소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들러 장을 보는 것을 권한다. 

대부분의 민박집은 전기밥솥, 전기포트가 마련되어 있고, 취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래 머물 예정이라면 생수와 쌀, 반찬거리, 약간의 간식을 사오는 것이 좋다. 매번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어렵고, 출출한 야밤에 배달 음식을 쉽게 주문할 수도 없으니까.

하나로마트 앞 삼산우체국. 사진 / 조아영 기자
하나로마트 맞은편에 자리한 삼산우체국. 사진 / 조아영 기자
마트는 마을 초입에 자리해 숙소에 도착하기 전 들르는 것이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트는 마을 초입에 자리해 숙소에 도착하기 전 들르는 것이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커피를 좋아한다면 미리 인스턴트 원두커피나 믹스커피도 함께 구비해 가자. 첫날 방문했던 가까운 찻집은 체험 기간 내내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커피를 맛보기 어려웠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농촌은 그만큼 밤이 길고 깊다.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해남에다녀왔습니다가 둥지를 튼 매정마을 역시 마찬가지. 주변에 큰 건물이 없고, 대부분 민박을 운영하고 있어 평일 밤은 대체로 깜깜하고 고요하다. 

마을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의 찻집은 며칠째 닫혀 있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의 찻집은 며칠째 닫혀 있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대낮에 낯선 사람을 보면 컹컹 짖던 충견들도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특히 길눈에 어두운 외지인이라면 긴 저녁 시간을 숙소에서 충실하게 보내는 편이 좋다.

“인사는 기본이지라, 사람 사는 데가 똑같제”
체험 마지막 날이 코앞에 다가오자 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매정리 마을회관의 문을 두드렸다. 마침 어르신 여러 분이 회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선뜻 맞아주셨기에 귀농귀촌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었다. 

이곳 매정마을에서 어떤 농사를 많이 짓느냐 여쭤보자 한 주민이 “다들 귀농해가꼬 뭘 하면 좋느냐고 물어본디 고추 농사도 많이 짓고, 고구마도 많이 심제”하고 답한다. 이번에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젊은 사람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물어보자 “다 지 하기 나름일 테지”라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딜 가나 제 하기 나름인 것을 알면서도 선뜻 귀농귀촌에 뛰어들기는 두렵다. 다른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휴식을 취하는 매정리 마을회관.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휴식을 취하는 매정리 마을회관. 사진 / 조아영 기자
이예심 할머니는 민박 운영과 농사를 겸하고 있다. 사진은 고구마 밭에 물을 주는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이예심 할머니는 민박 운영과 농사를 겸하고 있다. 사진은 고구마밭에 물을 주는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 매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예심 할머니.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 매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예심 할머니. 사진 / 조아영 기자

들꽃민박을 운영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예심 할머니는 “나는 여서 나서 계속 살았제, 벌써 65년째여”라며 “느타리버섯 재배 하믄 굶어죽지는 않는데 외지서 온 분들은 민박을 많이 혀”라고 말한다. 이어 “어디서건 인사만 잘 하믄 잘 살지”하고 덧붙인다.

마을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김준홍 매정리 이장은 “해남군에서 귀농귀촌하는 분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농 희망자들이 해남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김 이장은 “농사를 하려면 천 평 단위로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대규모 농지 확보는 어렵기 때문에 숙박업을 겸해 소규모 농사짓기를 권하는 중”이라 설명한다.

해남군 삼산면 매정마을은 많은 이들이 숙박업에 종사하는 민박촌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군 삼산면 매정마을은 많은 이들이 숙박업에 종사하는 민박촌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는 “앞으로 체험자들을 위해 체험뿐만 아니라 농사 기술까지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며 “귀농지 정보를 공유하고, 각 마을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을 소개해주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말한다.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귀농귀촌을 희망한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마을을 탐색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마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더욱 아쉬움이 짙어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인영 2019-04-26 10:36:15
시골ㅇ에 카페도 잇고, 음식점도 있고... 버스도 다닌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