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8월호
[여행 레시피] 구례, 딱 하루만 허락된 그대에게 권하는 길
[여행 레시피] 구례, 딱 하루만 허락된 그대에게 권하는 길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8.04.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섬진강변에서 지리산 노고단까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에서 딱 하루만 허락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구례] 섬진강변에서부터 천상의 화원이 펼쳐지는 지리산 노고단까지 누빌 수 있는 곳, 구례에서 보내는 하루는 특별하다. 꽃터널이 지난 자리에서 푸릇한 풍경과 섬진강 바람을 맞으며 쉬엄쉬엄 걷거나 화엄사를 비롯해 세월이 묻어나는 고택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곳곳에 숨은 맛집과 카페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2시 구례실내체육관 앞 서시천변에선 프리마켓 콩장이 열려 구례를 찾은 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마지막조차 아름다운 섬진강 벚꽃길

대나무숲길에서 섬진강두꺼비교를 건너면 ‘섬진강 벚꽃길’에 닿는다. 5월에 이 길을 걷는 이는 많지 않다. 구례와 순천을 오가는 차량이 간혹 먼지를 내며 달릴 뿐인 이 길은 4월의 길. 연분홍 꽃잎에 환호와 감탄이 쏟아졌던 벚꽃 터널이다. 엔딩조차도 아름다운 꽃길 터널은 초록을 덧칠한 5월의 길이 되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만발한 벚꽃에 감탄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떨어진 벚꽃도 감성을 자극하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꽃이 지난 자리는 여전히 화사하다. 강 너머 조금 전 걸었던 대숲이 보인다. 길과 길 사이에 섬진강이 놓여 있다. 강 위에 지리산의 온화한 미소가 그림자처럼 너울댄다. 문척교에서 시작한 이 길은 사성암 주차장까지 약 5km, 쉬엄쉬엄 1시간 30분쯤 걸린다.

천년을 넘는 세월, 화엄사
신라 진흥왕 5년(544)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된 화엄사는 계곡에서부터 산기슭 쪽으로 이어졌다. 이른 봄이면 각황전(국보 제67호)과 원통전 사이, 홀로 선 매화를 찍기 위해 찾아온 사진작가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절, 붉은 색이어서 홍매지만 붉다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흑매’로도 불리는 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화엄사는 매화를 찍기 위해 찾아온 사진작가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절.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붉은 색이어서 홍매지만 붉다못해 검게 보인다는 홍매가 흐드러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봄의 홍매는 천 년이 넘는 화엄사와 맞물려 역사가 된다. 꽃잎은 열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흙으로, 바람으로, 추억으로 기억된다. 절집만큼은 아니지만 족히 300년은 되었을 이 늙은 나무에도 투명한 태양이 비치고, 그 빛이 닿은 곳마다 무럭무럭 매실을 맺는다.

Info 화엄사
요금 어른 3500원, 청소년 1800원, 어린이 1300원 ※7세 이하 65세 이상 무료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문의 061-783-7600

빵과 커피, 그 소소한 즐거움
지리산둘레길 오미~난동 구간엔 밀밭이 있다. 대다수의 식물이 몸을 낮추고 겨울을 보낼 때 밀은 새싹으로 태어나 5월이면 홀로 황금빛으로 물이 든다.

길 가운데 보라색 빵집이 보인다. 갈색 간판에 노란 글씨로 써놓은 ‘목월빵집’이라는 이름이 퍽 서정적이다. 아버지가 수확한 구례 호밀과 흑밀, 그리고 천연 효모로 반죽해 아들이 굽는 빵. 지리산에 의지해 살아가는 아버지와 그 땅에서 그의 굵은 힘줄을 보며 자란 아들, 자줏빛 모자를 눌러 쓴 털보 제빵사는 오늘도 아버지가 수확한 우리밀로 건강한 한 끼를 굽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건물은 작고 낡지만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부부는 봄날처럼 활기찬 굿베리 베이커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목월빵집이라는 이름이 퍽 서정적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화엄사 가는 길의 두루 카페.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모퉁이를 돌아 큰길로 나서면 유기농 밀로 빵을 굽는 ‘굿베리베이커리’가 있다. 건물은 작고 낡지만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부부는 봄날처럼 활기차다. 구례에서 생산한 쑥부쟁이를 넣고 만든 바게뜨는 부드럽다. 팥과 크림치즈가 섞인 궁둥이빵도 있다. 아가의 새하얀 엉덩이처럼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느낌이 좋아서 자꾸만 먹게 된다. 수도권에 살다가 고향으로 귀촌한 부부란다. 두 집 모두 착하고 맛있는 빵을 선보인다.

천상의 화원 노고단에서
산의 봄은 더디다. 5월이 되어서야 산은 비로소 연둣빛 신록으로 옷을 입는다. 구례의 봄은 산수유와 매화와 벚꽃을 거쳐, 또 화엄사를 훑고 연기암을 지나 이 산의 꼭대기에 닿고서야 절정에 달한다. 5월이면 진달래 진 자리에 철쭉이 핀다. 여름엔 샛노란 원추리와 동자꽃, 이질풀 등의 야생화로 천상의 화원이 되는 곳….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은 5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연둣빛 신록으로 옷을 입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건상 노고단 산행이 어렵다면 성삼재까지만 다녀와도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전망대에 서면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해 호남의 산줄기를 훑고 달려온 굽이굽이 섬진강 물줄기가 보인다. 노고운해는 ‘지리10경’ 절경 중 하나다. 정상까진 왕복 약 7km에 3시간쯤. 여건상 노고단 산행이 어렵다면 성삼재까지만 다녀와도 좋다. 간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끝없이 펼쳐진 능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Info 노고단(천은사)
요금 어른 16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 (남원에서 올 경우 문화재관람료 없음)

※노고단 정상 탐방예약제 운영 매년 7월 1일~10월 31일까지
주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문의 061-783-1507

그 이름처럼 정겨운 콩장
올망졸망 알콩달콩,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2시 구례실내체육관 앞 서시천변에선 프리마켓 콩장이 열린다. 가게와 가게 사이엔 두툼한 벽 대신 싱그러운 나무가 서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엔 판매자가 직접 수확한 농산물과 어여쁜 수제 공예품, 건강한 먹거리와 향 좋은 커피 등이 놓였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실내체육관 앞 서시천변에선 프리마켓 콩장이 열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개인이 만든 예쁜 수제품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준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나무와 나무 사이엔 판매자가 직접 수확한 농산물과 어여쁜 수제 공예품, 건강한 먹거리와 향 좋은 커피 등이 놓였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고민을 한다. 솜씨 좋은 손끝이 풀어놓은 작품마다 정성이 콩콩,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아쉬워서 콩콩. 이것도 살까? 저건 어때? 마음은 가게와 가게를 지날 때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콩콩 방망이질을 한다. 매달 3일과 8일엔 구례 5일장이 열린다

원데이 구례 여행 레시피
① 꽃터널이 지난 자리, 푸릇한 풍경과 불어오는 섬진강 바람을 맞는다. 
② 곳곳에 숨은 맛집과 카페에 들른다.
③ 명찰인 화엄사·천은사·연곡사·사성암, 쌍산재·운조루·곡전재 등의 고택을 둘러본다.
④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왕복 7km를 3시간 동안 걷는다.
⑤ 5월이면 황금빛으로 들판을 물들이는 밀밭을 보고, 소소한 체험을 즐긴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8년 5월호 [One Day Trip Recipe]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