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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구수한 장(醬) 내음 가득한 마을, 해남에다녀왔습니다(종합)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구수한 장(醬) 내음 가득한 마을, 해남에다녀왔습니다(종합)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5.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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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1ㆍ6일 펼쳐지는 해남읍 5일시장에 가다
전통 장 명인이 직접 운영하는 ‘해남에다녀왔습니다’ 
귀농귀촌 꿈꾼다면 숙박업 겸 소규모 농사 권해
해남읍 5일시장은 매 1일, 6일마다 열린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읍 5일시장은 매 1일, 6일마다 열린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해남] 시끌벅적한 해남읍 장터에 들어서자 제주산 갈치를 파는 아주머니가 어깨에 멘 카메라를 보고 어디서 취재를 왔느냐 묻는다. <여행스케치>에서 왔다고 하자 손짓으로 꼭 우리 책만 한 작은 직사각형을 그려 보인다. “아, 요만 한 책 본 적 있지라, 재미있더만” 엉겁결에 성사된 독자와의 만남. 쑥스러우면서도 괜히 신이 난다.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해남에다녀왔습니다’에서 보낸 나날들, 이곳에서 만든 소박한 추억과 주민과의 따뜻한 대화를 다시금 꺼내어본다.

땅끝마을의 부엌, 복작복작한 해남읍 오일장
쉼 없이 음식을 지지고 볶는 소리, 값을 부르고 흥정이 오가는 대화, 시끌벅적 분주한 장터는 언제 가도 ‘사람 냄새’라는 단어가 꼭 들어맞는 곳이다. 해남읍 5일시장은 매 1일과 6일 해남읍 고도리 일대에 펼쳐진다. 상설시장인 해남매일시장과 도보로 7분 남짓 떨어진 거리다. 

장터에서는 신선한 수산물과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장터에서는 신선한 수산물과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오늘부터 5000원'이라는 가격을 건 옷가게. 사진 / 조아영 기자
'오늘부터 오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건 옷가게. 사진 / 조아영 기자
완도 보길도 멸치 등 인근
완도 보길도 멸치, 신안 갯벌 김 등 건어물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아케이드 아래 공간은 물론 골목골목마다 자리 잡은 상인들이 인근 바다에서 수확한 싱싱한 수산물, 농축산물을 판매한다. 완도 보길도 멸치, 신안 갯벌 김 등 건어물을 비롯해, 토하젓, 새우젓 등 신선한 젓갈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오늘부터 오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건 옷가게와 잡화 가게도 곳곳에 자리한다. 대부분의 오일장은 이른 시각 파장하지만, 해남읍 5일 시장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3~4시까지 한창이어서 오래 둘러볼 수 있다.

쿵짝쿵짝 초입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구성진 트로트 가락을 따라 장터를 파고들어 본다. 짭짤한 내음이 감도는 반찬가게에서 걸음을 멈추자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김예중 씨가 반겨준다. 

젓갈과 반찬을 판매하는 김예중 씨는 "새우젓은 목포에서 경매를 받아 바로 가져온다"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젓갈과 반찬을 판매하는 김예중 씨는 "새우젓은 목포에서 경매를 받아 바로 가져온다"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장터에서 20여 년째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권연숙 씨는 "요즘은 특히 갑오징어가 제철"이라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장터에서 20여 년째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권연숙 씨는 "요즘은 특히 갑오징어가 제철"이라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토하젓, 밴댕이젓, 새우젓 다 있지요. 새우젓은 목포에서 경매를 받아 바로 가져오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이 좋아요. 칠게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같은 밑반찬은 제가 직접 만들어요.”

온통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장터에서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것이 어디 젓갈뿐일까. 꼬박 20여 년째 장터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권연숙 씨는 “요즘에는 갈치도 좋고, 특히 갑오징어가 제철”이라며 “막 삶아가꼬 초고추장 찍어 먹어도 좋고, 미나리랑 무쳐 먹어도 맛이 좋제”라고 말한다. 이어 “갑오징어 하나에 만원쓱인디 네 마리 3만원에 줄텡께 갖고 가”하며 덧붙이는 말에 인심이 뚝뚝 묻어난다.

장터에서 맛보기 제격인 소머리국밥. 사진 / 조아영 기자
장터에서 맛보기 제격인 소머리국밥. 사진 / 조아영 기자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터를 누비고 나면 슬슬 허기가 진다. 이럴 때에는 팔팔 끓여낸 국밥 한 그릇이 제격. 30년간 변함없는 맛으로 사랑받는 ‘장터뚝배기’는 한우 암소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고, 담백한 소고기를 얹어 맛보다 보면 금세 만족스러운 한 끼가 완성된다. 

Info 해남읍 5일시장
주소
전남 해남군 해남읍 중앙2로 100-2

전통 장 명인이 운영하는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든든하게 속을 채웠다면 이제 ‘살아볼’ 마을로 향할 시간이다. ‘해남에다녀왔습니다’는 장이 서는 읍내에서 차량으로 10분 남짓 떨어진 해남군 삼산면 매정마을에 자리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한옥 앞에 줄줄이 늘어선 장독대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코끝을 파고드는 구수한 향기는 덤이다.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는 전통 된장 분야로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인회가 선정하는 대한명인 제10-293호로 지정된 인물. 그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장이 익어가는 맛있는 향기가 온 마당을 가득 채운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매정마을에 자리한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남 해남군 삼산면 매정마을에 자리한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 사진 / 조아영 기자
이승희 해남에다녀왔습니다 대표. 사진 / 조아영 기자

이승희 대표는 “앞으로 체험자들을 위해 단순한 체험뿐만 아니라 농사 기술까지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며 “귀농지 정보를 공유하고, 각 마을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을 소개해주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말한다.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 두부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 청국장 띄우기, 농산물 가공 등 명인의 비법을 직접 배워볼 수 있으며, 귀농귀촌 선배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이 아닌 ‘살아보기’를 하고 싶다면
여행과 살아보기는 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도시와는 달리, 농촌에서는 ‘기동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튿날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여행하면서도, 그 다음날 읍내 마실을 갈 때에도 좀체 마을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늘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배차 간격이 긴 마을버스는 운행 시간을 숙지하고 있어야 편히 탈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배차 간격이 긴 마을버스는 운행 시간을 숙지하고 있어야 편히 탈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매정정류장. 사진 / 조아영 기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매정정류장.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버스는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 매정정류장에서 탈 수 있지만, 배차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까지 벌어진다. 읍내에서 마을로 되돌아올 때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 차가 없다면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만약 수도권 등 해남과 먼 지역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해 방문한다면 터미널에 도착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렌터카로 해남 내를 이동 중인 체험자 임수현 씨는 “터미널 근처 읍내에 렌터카 업체 2곳이 있다”고 귀띔한다.

본격적으로 살아보기 전 장보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장이 서는 날이라면 양손 가득 필요한 음식과 물건을 살 수 있지만, 5일마다 열리므로 매일 영업하는 마트 위치를 숙지해두는 편이 좋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약 1.3km가량 떨어진 하나로마트 옥천농협 삼산점이다. 

숙소 인근에 자리한 하나로마트 옥천농협 삼산점. 본격적으로 살아보기 전에 장을 보는 것은 필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숙소 인근에 자리한 하나로마트 옥천농협 삼산점. 본격적으로 살아보기 전에 장을 보는 것은 필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에 있는 여러 식당은 주로 보리쌈밥을 판매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의 여러 식당에서는 주로 보리쌈밥을 판매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 고구마로 만든 여러 음식도 함께 맛보길 권한다. 해남에서 난 고구마는 포근포근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 고구마로 만든 여러 음식도 함께 맛보길 권한다. 해남에서 난 고구마는 포근포근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 고구마를 쏙 빼닮은 피낭시에 고구마빵.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남 고구마를 쏙 빼닮은 피낭시에 고구마빵. 사진 / 조아영 기자

마트는 마을 초입에 있어 숙소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들러 장을 보는 것을 권한다. 대부분의 민박집은 전기밥솥, 전기포트가 마련되어 있고, 취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래 머물 예정이라면 생수와 쌀, 반찬거리, 약간의 간식을 사오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농촌은 그만큼 밤이 길고 깊다.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매정마을 역시 주변에 큰 건물이 없고, 대부분 민박을 운영하고 있어 평일 밤은 대체로 깜깜하고 고요하다. 

대낮에 낯선 사람을 보면 컹컹 짖던 충견들도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특히 길눈에 어두운 외지인이라면 긴 저녁 시간을 숙소에서 충실하게 보내는 편이 좋다.

“인사는 기본이지라, 사람 사는 데가 똑같제”
어느덧 해남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매정리 마을회관의 문을 두드렸다.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인 매정리 마을회관.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인 매정리 마을회관. 사진 / 조아영 기자
민박을 운영하며 농사를 짓는 이예심 할머니는 "외지서 온 분들은 민박을 많이 혀"라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민박을 운영하며 농사를 짓는 이예심 할머니는 "외지서 온 분들은 민박을 많이 혀"라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들꽃민박을 운영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예심 할머니는 “나는 여서 나서 계속 살았제, 벌써 65년째여”라며 “느타리버섯 재배 하믄 굶어 죽지는 않는데 외지서 온 분들은 민박을 많이 혀”라고 말한다. 이어 “어디서건 인사만 잘 하믄 잘 살지”하고 덧붙인다.

마을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김준홍 매정리 이장은 “해남군에서 귀농귀촌하는 분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농 희망자들이 해남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김 이장은 “농사를 하려면 천 평 단위로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대규모 농지 확보는 어렵기 때문에 숙박업을 겸해 소규모 농사짓기를 권한다”고 설명한다.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라 생각했던 귀촌과 귀농. 닷새간 한옥에 머물며 사람을 만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차츰 마을의 속살에 가까워진다. 자연과 호흡하는 지속 가능한 삶은 어쩌면 화려한 도심이 아닌 농촌에 깃들어있을지도 모른다.

Info 해남에다녀왔습니다
주소
전남 해남군 삼산면 덕촌길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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