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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봄 여행주간] 맨발로 만나는 산, 대전 계족산 황톳길
[봄 여행주간] 맨발로 만나는 산, 대전 계족산 황톳길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5.08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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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에 조성된 14,5km 황톳길 남녀노소 무료 입장
맥키스컴퍼니의 공유가치 창출 활동의 일부
매주 주말 열리는 뻔뻔한 클래식부터 이달 열리는 맨발축제까지
대전 계족산 둘레길에는 14.5km의 황톳길이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대전 계족산 둘레길에는 14.5km의 황톳길이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대전] 대전 계족산에는 산을 빙 둘러 걷는 둘레길이 있다. “둘레길은 우리 동네에도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둘레길은 조금 특별하다. 14.5km의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 있기 때문. 

‘계족산 황톳길’이라는 명칭 때문에 둘레길 전체가 황토로 덮여있는 것은 아닐까 했지만 반은 황톳길, 반은 신발을 신고 걸어야 하는 일반길이다. 덕분에 황톳길을 걷고 싶은 아내와 일반 둘레길을 걷고 싶은 남편이 손을 잡고 함께 걸을 수도 있다. 

볼을 꽁꽁 얼렸던 매서운 꽃샘추위 뒤에 찾아온 봄 날씨가 유난히 부드럽게 느껴진다. 발을 감싸고 있던 양말까지 벗어던지자 시원하다. 집 안도 아닌데 맨발이 되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어린아이가 되어 장난치는 기분까지 들 정도.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3회 연속 뽑힐 정도로 아는 사람은 다 이는 이곳은 옛 선양, 현재는 맥키스컴퍼니로 이름으로 불리는 소주 회사의 조웅래 회장이 조성한 곳이다. 

2006년 지인들과 계족산 등산을 나섰다가 하이힐을 신고 온 여성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고 그는 맨발로 계족산을 올랐다. 그날 이후 몸에 찾아온 좋은 변화를 느낀 그는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족산을 둘러싼 14.5km의 길에 황토를 뿌렸다.

맨발로 걸어야 하는 황톳길 입구,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는 신발들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맨발로 걸어야 하는 황톳길 입구,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는 신발들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예술, 맨발로 느껴보는 황톳길
주차장을 기준으로 3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장동산림욕장 입구는 계족산 황톳길의 시작점이다. 황톳길 안내판 뒤쪽을 살짝 보니 사람들이 벗어둔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맨발로 길을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귀엽다. 

맥키스컴퍼니는 황톳길을 하루에 한번, 혹은 이틀에 한번 꼴로 물을 뿌리고 흙을 갈아엎으며 관리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맥키스컴퍼니는 황톳길을 하루에 한번, 혹은 이틀에 한번 꼴로 물을 뿌리고 흙을 갈아엎으며 관리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아침 일찍 방문하면 물을 뿌리며 산을 오르는 차를 구경할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아침 일찍 방문하면 물을 뿌리며 산을 오르는 차를 구경할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붉은 빛을 띠는 갈색 황토 바닥을 맨발로 딛자 시원함에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부딪히는 생소한 느낌이 재밌다. 작은 나뭇가지와 돌을 시작으로 폭신폭신 물기를 머금은 황토까지 다양한 것들이 밟히며 자연스럽게 지압이 된다. 물기를 머금고 있어 발바닥에 찰싹찰싹 달라붙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매일 흙을 갈아엎기 전 길을 한 번 쓸기 때문에 큰 나뭇가지나 돌에 발 다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온 가족이 걸어도 좋은 황톳길. 아이를 목마태운 부부가 앞서 걷는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온 가족이 걸어도 좋은 황톳길. 아이를 목마태운 부부가 앞서 걷는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황톳길이 생긴 이유를 설명해둔 설치물. 사진 / 김세원 기자
황톳길이 생긴 이유를 설명해둔 설치물. 사진 / 김세원 기자

이정행 맥키스컴퍼니 홍보팀 대리는 “왜 소주회사에서 이렇게 까지 길을 관리하는지 많이들 물어 본다”며 “황톳길 조성은 맥키스컴퍼니의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활동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대전⦁충청권에 본사를 둔 회사의 술을 구매하는 지역 소비자들에게 보답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정행 대리는 “이곳을 함께 즐기면서 나중에 맥키스의 술을 소비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인다. 

매주 주말 열리는 '뻔뻔한 클래식'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친다. 관객들의 반응은 굉장하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매주 주말 열리는 '뻔뻔한 클래식'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친다. 관객들의 반응은 굉장하다. 사진 / 김세원 기자

fun fun 하다고? 아니 뻔뻔한 사람들이 하는 공연!
입구에서부터 20분, 숨을 고르며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놀이터와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자 이곳을 찾았다면 꼭 보고 가야 할 ‘fun fun한 클래식(이하 뻔뻔한 클래식)’ 공연이 펼쳐지는 공연장이다. 뻔뻔한 클래식은 맥키스에서 주관하는 공연으로 황톳길에서는 매주 주말 오후 2시 30분에 공연을 한다.

뻔뻔한 클래식 공연장 앞 세족장. 사진 / 김세원 기자
뻔뻔한 클래식 공연장 앞 세족장. 사진 / 김세원 기자
공연 관람 전 사랑의 엽서를 적고 있는 황톳길 방문객. 사진 / 김세원 기자
공연 관람 전 사랑의 엽서를 적고 있는 황톳길 방문객. 사진 / 김세원 기자
공연장 앞에서 황토 발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공연장 앞에서 황토 발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공연을 보기 전 황토가 묻은 발을 닦고 싶다면 공연장 앞에 있는 세족장에서 발을 닦으면 된다. 공연장 앞에는 세족장을 비롯해, 사랑의 엽서 보내기, 맨발도장찍기 등의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이곳에 도착했다면, 다양한 체험을 하거나 미리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레길에서 하는 공연 반응이 얼마나 좋겠어?’ 싶었다면 아마 제대로 놀라게 될 터. 이 대리는 “뻔뻔한 클래식의 반응은 한마디로 말해 굉장하다”며 “직접 보시면 알게 될 것”이라고 미소 짓는다. 

관객과 성악가가 함께 어울리며 만드는 공연. 사진 / 김세원 기자
관객과 성악가가 함께 어울리며 만드는 공연. 사진 / 김세원 기자

양쪽 스피커를 기준으로 가운데 자리에 앉는 것이 가장 좋다. 돗자리를 가져와 데크 위에 자리를 잡은 사람도 보인다. 공연 시작 전 리허설부터 반응이 뜨겁다. 본 공연이 시작되자 제대로 남성 단원이 바람을 잡는다. 흥이 오른 관객들은 더 크게 호응하고, 성악가들도 마찬가지로 더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 레파토리도 무척 다양하다. 오페라부터 뮤지컬, 가요, 트로트까지 두루 섭렵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인다. 마칠 시간이 되면 둘레길 가득 “앵콜”소리가 차오른다. 실내 공연장도 아닌 자연 속의 야외 공연장에서 관람하는 공연은 더 자유롭고 자연스러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길을 걷다 만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그는 "매일 아침 이곳에서 조깅을 한다"고 말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길을 걷다 만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그는 "매일 아침 이곳에서 조깅을 한다"고 말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좀 더 진하게 느껴보는 황톳길
황톳길을 걷다 만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가장 아름다운 곳은 좀 더 올라가야 볼 수 있다”며 공연장에서 1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 그는 “그곳에서 뒤를 돌면 S자 형태의 황톳길이 펼쳐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공연장에 도착하기 전처럼 가파른 오르막 구간이 없어 계족산성으로 가는 데크길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주 평온하게 걸을 수 있다. 차가운 황톳길과 짙은 녹음에 홀려 걷다가도 조 회장의 말이 떠올라 뒤를 돌아보자 굽이치는 길이 보인다. 

뒤 돌아보면 보이는 굽이치는 황톳길. 사진 / 김세원 기자
뒤 돌아보면 보이는 굽이치는 황톳길. 사진 / 김세원 기자
양손에 운동화를 들고 걷는 사람들. 사진 / 김세원 기자
양손에 운동화를 들고 걷는 사람들. 사진 / 김세원 기자

‘S’자 길에 감탄하기도 잠시, 중간에 설치된 조형물에서 사진도 찍으며 걷다보면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작은 가게가 나온다. 이곳에서 길을 따라 계속 쭉 가면 둘레길을 따라 이어진 황톳길이 이어진다. 가게 앞에 멈춰서 몸을 왼쪽으로 돌리면 계족산성으로 가는 데크길을 가리키는 푯말이 나온다. 그 옆쪽에 자리한 계단이 바로 계족산성으로 가는 지름길. 

황톳길 중간 계족산성으로 올라가는 데크길이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황톳길 중간 계족산성으로 올라가는 데크길이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계족산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수지. 사진 / 김세원 기자
계족산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 사진 / 김세원 기자

곳곳에 발 씻는 장소가 구비되어 있지만 이쪽에는 없기 때문에 맨발로 걷다가 계족산성에 가고 싶다면 발을 그냥 탈탈 털고 씻지 않은 채로 신발을 신어야 한다. 숨이 차오를 정도로 계속 이어지는 계단을 15분 정도 걸으면 돌들이 쌓여 거대한 규모를 완성한 계족산성이 나타난다. 살랑이는 봄바람과 발이 시원해지는 황톳길도 좋지만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대전을 내려다보면 마음이 뻥 뚫린다.

에코힐링 축제, 계족산 맨발 축제의 맨발마라톤 사진. 사진제공 / 맥키스컴퍼니
에코힐링 축제, 계족산 맨발 축제의 맨발마라톤 사진. 사진제공 / 맥키스컴퍼니

좀 더 제대로 황톳길을 체험하고 싶다면 오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에코힐링의 대명사 ‘계족산 맨발축제’를 찾는 것도 좋다. 계족산 맨발걷기, 숲속문화체험 등 상설 행사를 시작으로 12일에는 사전 신청으로 진행되는 ‘계족산 맨발마라톤’이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이틀 동안에는 대전역과 행사장, 유성온천역과 행사장을 오가는 유료셔틀과 와동 SK회덕주유소에서 행사장, 탄약창에서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무료셔틀도 운행되니 자차가 없더라도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겠다. 

Info 계족산 맨발축제
기간 5월 11일~12일
주소 대전 대덕구 장동 485

Tip 뻔뻔한 클래식
4월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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