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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섬플러스④] 출렁다리로 이어진 천혜의 두 섬, 통영 연대도ㆍ만지도
[섬플러스④] 출렁다리로 이어진 천혜의 두 섬, 통영 연대도ㆍ만지도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5.22 17: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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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출렁다리 건너 만나는 연대도ㆍ만지도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중 하나인 '지겟길'…섬 트레킹 묘미 선사
한 번에 두 섬 둘러볼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제격
통영 연대도와 만지도 사이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쉽게 오갈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통영 연대도와 만지도 사이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쉽게 오갈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통영] 44개의 유인도와 526개에 달하는 무인도를 품은 남쪽 도시, 통영.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절경을 선사하는 통영의 섬 중에서도 무더운 날 느릿느릿 여행하기 좋은 두 곳이 있다. 꾸밈없는 오솔길을 품은 연대도와 소박한 매력을 지닌 만지도다. 

섬과 섬 사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곳에는 기다란 출렁다리가 놓였다. 한때 배편으로만 오가야 했던 연대도와 만지도는 이제 하나의 섬처럼 여겨진다. 산 능선을 따라 난 옛길과 주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푸근한 마을,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까지. 걸음을 딛는 곳마다 선명한 풍경이 잦아든다.

섬사람 이야기가 스민 마을 한 바퀴
달아항 매표소는 이른 오전부터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섬 풍경을 담기 위해 묵직한 카메라를 챙긴 출사객은 물론 낚시 장비를 짊어진 이들과 생필품을 바리바리 싸든 주민들. 목적은 다르지만 육지를 벗어나 섬으로 떠나는 설렘만은 모두 같다. 

매표소에서 표를 살 때 섬 관련 브로셔를 요청하면 함께 받아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배표를 구매할 때 섬 관련 브로셔를 요청하면 함께 받아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달아항에서 출발해 연대도로 향하는 섬나들이호. 사진 / 조아영 기자
달아항에서 출발해 연대도로 향하는 섬나들이호. 사진 / 조아영 기자
연대도 선착장에 닿으면 소박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갑판에 올라 20분 남짓 짧은 뱃길을 달리면 연대도에 닿는다. 선착장 곁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 표지석이 우뚝 서 있고, 마을 쉼터에는 어르신들이 주거니 받거니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섬에서 나고 자란 이상동 연대도 이장은 “이곳에 실제로 거주하는 분은 45여 가구 정도”라며 “2015년 만지도와 연결되는 출렁다리가 개통된 이후 주말이면 많은 분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독특한 문패를 단 집과 벽화로 치장한 담벼락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 ‘연대도 유일한 담배집-백또성아 할머니댁’에는 연대도를 형상화한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백또성아 할머니댁'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연대도 벽화. 사진 / 조아영 기자
집 주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문패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집 주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문패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선착장 근처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마을 어르신들. 사진 / 조아영 기자
선착장 근처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마을 어르신들. 사진 / 조아영 기자

할머니댁을 지나면 ‘마늘, 쪽파, 시금치 농사를 지으시는 박점복 할머니댁’, ‘음식 솜씨 좋은 아내와 연대도 개그맨 남편이 사는 집’등 푸근한 사담을 담은 문패가 여행자의 걸음을 잠시 멈춰 세운다. 밭일하러 나가랴 바다로 나가랴 대문은 꼭꼭 닫혀있지만, 주민들의 이야기가 반겨주는 마을은 정겹기만 하다.

Tip 연대도 가는 배편
정기 운항 배편인 섬나들이호(달아~학림~송도~저도~연대도~만지도)는 하루 4회 운항하지만, 승객 25인 이상 모객 시 수시로 배편을 운항한다. 인터넷 예매는 불가하며, 현장에서 직접 표를 구매해야 한다. 16진영호(달아~학림~저도~연대도)의 경우 수시 운항 선박으로 당일 15명 이상의 승객 매표 또는 예약 시에만 출발한다. 
입도시간 오전 7시 50분, 오전 11시 10분, 오후 2시 10분, 오후 4시 40분(하절기 운항시간)
출도시간 오전 8시 15분,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 오후 5시
이용요금(연대도ㆍ만지도 편도) 대인 5000원, 소인 3000원

Info 달아항 매표소(저림연곡도선운영회)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남리 822-12

섬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연대도 지겟길'. 사진 / 조아영 기자

섬 트레킹의 묘미, 그 옛날 지겟길 따라
연대마을 초입에는 ‘연대도 지겟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바닥에 그려진 파란 선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길의 시작점인 게이트가 나타난다. 

‘지겟길’은 섬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로이 조성한 길이 아닌 옛길을 잇고 다듬은 만큼 운치가 있다. 미륵도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비진도 산호길, 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 등 통영의 섬에 조성된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중 가장 짧은 길이기도 하다.

연대봉(해발 220m) 5부 능선을 따라 2.3km가량 펼쳐지는 지겟길은 마을 선착장과 이어진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걸을 수 있어 오전 시간을 할애해 돌아보기 좋다. 또한, 250~500m 간격으로 현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어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경사가 가파른 구간에는 나무 계단과 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게이트에서 700m가량 산길을 오르면 북바위 전망대에 닿게 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만한 조붓한 길에 들어서면 짙은 녹음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울창하게 숲을 이룬 나무는 그늘과 시원한 바람을 내어주고, 멀찍이 파도 소리가 실려 온다. 일행이 있다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함께 자연을 누릴 수 있다.

게이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지점에서는 ‘북바위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내부지도, 연화도, 욕지도 등 망망대해 위로 솟아난 섬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전망대를 지나면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이어지지만, 나무 계단과 데크가 번갈아 조성되어 있어 수월하게 지날 수 있다.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지겟길의 뷰포인트. 사진 / 조아영 기자

약 1km 정도 굴곡진 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시야가 확 트이는 뷰포인트가 나타난다. 숲이 걷히는 곳에는 바다, 그리고 섬뿐이다. 북바위 전망대에서 볼 수 없었던 가마섬, 소장군도, 곤리도 등 수많은 섬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섬과 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어선은 정적인 풍경에 생동감을 더한다. 

섬의 북동쪽에 자리한 에코체험센터. 사진 / 조아영 기자
섬의 북동쪽에 자리한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 현재는 센터 내 숙박시설만 이용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Tip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는 화석 연료를 쓰지 않고 태양광과 지열만을 이용해 냉난방을 해결하는 ‘에너지 제로하우스’다. 다양한 대체 에너지 체험 기구가 마련되어 있지만, 현재는 유지ㆍ보수 문제로 인해 센터 내 숙박시설만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단체 30명 이상).

출렁다리 건너 만나는 또 하나의 섬, 만지도
지겟길을 걷고 나면 다시 마을 초입으로 되돌아온다. 연대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명소, 몽돌해변으로 향하기 위해서다. 해변은 만지도로 이어지는 출렁다리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연대도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삼기도 좋다. 바닥에 깔린 몽돌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을 만큼 투명한 바닷물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절경을 이룬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드나드는 연대도 몽돌해변. 사진 / 조아영 기자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평일에도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평일에도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 사진 / 조아영 기자
해안산책로를 따라 10분 남짓 걸으면 만지마을에 도착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산책로를 따라 10분 남짓 걸으면 만지마을에 도착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몽돌해변 곁 언덕을 따라 해송 숲을 지나면 이내 길이 98.1m, 폭 2m의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한 번에 두 섬을 여행할 수 있게 만든 고마운 다리다. 출렁다리에 두 발을 디디면 제법 아찔한 느낌이 든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흔들림이 더욱 거세진다. 알록달록 등산복을 차려입은 여행객들은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고, 다리 위를 재게 뛰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릴을 만끽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이내 말쑥한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바다를 끼고 나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쉬엄쉬엄 바다를 눈으로 어루만지며 걸어도 10분이면 만지마을에 닿게 된다.

만지도는 연대도의 채 절반 크기가 안 되는 자그마한 섬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만지도는 연대도의 채 절반 크기가 안 되는 자그마한 섬이다. ‘만지(晩地)’라는 이름에는 인근 섬 중에 가장 늦게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선착장 근처에는 꽃게와 갈매기, 조개껍데기 등 아기자기한 색색의 타일 벽화가 붙어있고, 배편을 기다리면서 잠시 책을 읽을 수 있는 만지도서관이 자리한다.

마을을 파고들면 곳곳에 마련된 안내판이 시선을 잡아끈다. 안내판에는 100년간 한자리를 지킨 우물, 섬에 지어진 최초의 집 등 섬에 얽힌 이야기와 흑백사진이 담겨 있어 그때 그 시절을 헤아려볼 수 있다. 

깊은 감칠맛이 일품인 전복해물라면. 사진 / 조아영 기자
깊은 감칠맛이 일품인 만지도의 전복해물라면. 사진 / 조아영 기자
고샅길에 올라 바라본 만지마을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고샅길에 올라 바라본 만지마을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에는 바람길 전망대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부지런히 두 섬을 누비다 보면 자연스레 허기가 밀려온다. 만지도에는 출출한 속을 달랠만한 식당이 여럿 자리한다. 그중 이모전복해물라면은 8년 전 만지도에서 처음 ‘전복해물라면’을 팔기 시작한 식당으로, 수많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섬 앞바다에서 양식한 큼지막한 전복, 홍합과 꽃게를 넣어 끓여낸 라면은 깊은 감칠맛이 돌아 금세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배 시간이 남았다면 식사 후 마을 고샅길을 천천히 둘러볼만 하다. 식당에서 5분 남짓 떨어진 바람길 전망대에서 근사한 사진을 남기거나 섬마을 연인의 이야기가 담긴 ‘견우직녀터널’을 걸으며 여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Info 만지도선착장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만지길 3

Info 이모전복해물라면
운영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만지길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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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2019-07-07 10:23:18
배편에 구매방법, 먹거리까지 알려주시니~
마음이 동동~ 발걸음이 옮겨지겠어요^^

김은혜 2019-05-22 19:19:19
조기자님 글 잘 보고 있답니다 ^^
볼때마다 느끼지만 기사 참 좋아요^^
잘 보고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