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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역사와 함께한 영월에서의 하룻밤
역사와 함께한 영월에서의 하룻밤
  • 문선영 기자
  • 승인 2019.06.0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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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명승 75호, 람사르 습지 보존 지역, 고생대 지질 공원이기도 한 한반지 지형
- 알려진 지는 30년 남짓, 실제로는 2억 9천 년에 만들어진 형태
- 조선시대 단종 임금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곳, 영월의 장릉과 청령포

[여행스케치 - 영월] 강원도라는 물리적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고, 단종 유배지라는 쓸쓸함보다는 충신들의 묵직한 기개가 느껴지는 곳. 영월의 첫인상은 생각과 꽤 달랐다. 따뜻한 민초(民草)들의 마음이 영월의 자연에 스며있음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저녁 노을이 퍼진 한반도 지형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한민국을 외쳐 부르고 싶은 욕구가 불쑥 올라오기도.  사진 제공 / 고명진(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저녁 노을이 퍼진 한반도 지형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한민국을 외쳐 부르고 싶은 욕구가 불쑥 올라오기도.
사진 제공 / 고명진(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26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반도 지형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약 8백 미터의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우리나라 지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어쩜 이리도 똑같을까. 볼수록 신통방통하다.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한반도 지형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국가 명승 75, 습지 보존 지역 그리고 고생대 국가 지질공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한반도 모양을 닮은 곳이 7~10곳 정도 있는데, 그중에서 이곳 영월이 우리나라 지도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해서 유일하게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한반도 지형은 단순한 습지가 아니라 경상남도 창녕에 있는 우포늪이나 순천만 철새 도래지와 같은 람사르 습지 보존 지역이다. 한반도 지형을 마주 보고 섰을 때 왼쪽에 있는 산을 넘어가면 서울 여의도 약 크기의 습지가 자리 잡고 있다.

또 태백, 정선, 평창과 함께 영월은 강원 고생대 국가 지질공원이다. 특히 이곳 한반도 지형은 중국의 장가계, 베트남의 다낭처럼 다양한 지질이 집약되어 있어 약 한 달이면 지구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한반도 지형이 알려진 지는 대략 30년 남짓 하지만, 이곳의 역사가 26천 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이곳이 고생대 지질공원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지형 뒤쪽에 형성된 람사르 습지 보전 지역. / 사진 제공 고명진(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한반도 지형 뒤쪽에 형성된 람사르 습지 보전 지역. / 사진 제공 고명진(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영월은 세 줄기의 강이 흐르고 있다. 모든 강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내려오는데, 월정사가 있는 오대산에서 정선 가수리를 거쳐 영월 읍내까지 흐르는 동강, 평창 시내를 관통해서 한반도 지형까지 흐르는 평창강, 한반도 지형 위쪽의 공장 근처로 내려오는 주천강, 그리고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는 곳이 서강의 시작점이다. 또 서강은 선돌과 청령포를 지나서 정선으로 내려온 동강과 영월 읍내에서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남한강이 시작된다.

한반도 지형을 둘러싸고 있는 평창강에서는 체험 뗏목이 운항 되고 있다. 뗏목꾼(사공)들은 강을 돌면서 오른쪽을 동해왼쪽을 서해, 아래를 남해라고 부른다. 오늘 여러분을 모시고 더 가고 싶으나 휴전선이 있어 부득이 여기에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왼쪽 여울목에서 뗏목을 되돌린다.

평창강에는 뗏목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체험시간 30분. 체험비는 어른 6000원 / 어린이 4000원 / 단체 20인 이상(1인) 5000원이다. 사진 제공 / 고명진 (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평창강에는 뗏목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체험시간 30분. 체험비는 어른 6000원 / 어린이 4000원 / 단체 20인 이상(1인) 5000원이다. 사진 제공 / 고명진 (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 주소 :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선암길 6609(한반도면 옹정리 202) 주차장에 주차한 뒤 올라가야 하며, 주차료는 선불.

 

단종이 머무르던 청령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한다. 저 멀리 육육봉(六六峰)이 보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단종이 머무르던 청령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한다. 저 멀리 육육봉(六六峰)이 보인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단종의 이야기가 있는 청령포와 장릉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동, ,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고 서쪽으로는 육육봉(六六峰)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섬과도 같은 곳이다. 단종의 유배지로 결정된 이유다. 하지만 이곳에서 단종이 머문 기간은 두 달 정도. 큰 홍수로 강물이 범람해 청령포가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이후 단종은 영월 동헌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으며, 그곳에서 사약을 받았다.

청령포에는 현재 초가집과 기와집이 있고, 기와집 앞에는 단묘재본부시유지(端廟在本府時遺址, 단종이 이곳에 있을 때의 옛터)비와 금표비라는 비석이 있는데, 이는 모두 영조 때 세워진 것이다. 금표비는 동서로 300, 남북으로 940척에 임금이 계셨던 곳이라는 뜻이다.

단군이 이곳에 올 무렵 관음송의 수령은 60년 정도였다고 한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단종이 이곳에 올 무렵 관음송의 수령은 60년 정도였다고 한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단종이 오기 전부터 이곳 청령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꼽혔다. 나무는 인간이 해치지 않으면 보통 500~600년을 산다. 죽어서도 소나무는 흔적을 남기는데, 우리나라에 오래된 소나무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곳이 세 군데 있다.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의 관음송, 충북 보은에 있는 정이품송, 경상북도 울진 금강 소나무 숲길을 가면 여러 가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청령포를 꽉 채운 소나무에는 모든 나무마다 번호가 적혀 있으며, 현재 876번까지 확인된 상태. 그 가운데 있는 관음송은 650~700년 정도 되는데, 정확한 수령은 예상할 수 없다. 관음송을 보면서 단종의 유배 생활이 어떠했을지 안타까워하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 든 어른들까지 단종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정말 좋은 곳이 바로 청령포다.

단종이 지내던 어소를 향해 엎드려 절하고 있는 듯한 모습의 소나무들. 사진 / 이해열 기자
단종이 지내던 어소를 향해 엎드려 절하고 있는 듯한 모습의 소나무들. 사진 / 이해열 기자
수백그루의 소나무마다 번호표가 달려 있다. 현재 876번까지 확인된 상태. 사진 / 이해열 기자
수백그루의 소나무마다 번호표가 달려 있다. 현재 876번까지 확인된 상태. 사진 / 이해열 기자

※ 주소 : 강원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133  
이용 시간 오전 9~오후 5
이용 요금 어른 3,000/ 청소년 2,200/ 어린이 2,000/ 경로 1,000

 

장릉은 1561년(중종 11년)에 왕릉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고, 1698년(숙종 24년)에 묘호를 단종, 능호를 장릉이라 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장릉은 1561년(중종 11년)에 왕릉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고, 1698년(숙종 24년)에 묘호를 단종, 능호를 장릉이라 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한편 역사에는 단종이 죽고 난 뒤 59년 동안 그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다가 중종 11년인 1516년에 노산(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청령포로 유배된다)의 묘를 찾아서 증축하고 제사 지낼 것을 지시했고, 단군이 죽은 지 241(숙종 24) 만에 왕릉으로 복위된 곳이 바로 장릉이다.

원래 왕릉에는 석인, 문인석, 무인석이 각각 한 쌍씩 능을 마주 보고 서 있는데, 이곳 장릉에는 무인석이 없다. 다른 왕들에 비해 아주 작고 초라한 능이지만, 1698년에 조형된 석물들이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지금껏 보존되어 있다. 장릉에는 단종 역사관이 있어 그의 탄생과 유배, 죽음과 복권에 이르는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장릉에서 바라본 정자각과 ‘ㄱ’자로 꺾여 있는 참도의 모습. 사진 / 이해열 기자
장릉에서 바라본 정자각과 ‘ㄱ’자로 꺾여 있는 참도의 모습. 사진 / 이해열 기자
장릉으로 올라가는 길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이해열기자
장릉으로 올라가는 길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이해열기자

장릉은 역사적 장소라 영월 여행에서 꼭 둘러봐야 하고, 또 한() 많은 임금은 기가 많고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곳에 들러서 잠시나마 참배를 하면 편안하고 안전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여행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갑순 문화관광해설사의 마지막 한마디에 귀가 쫑긋해진다.

단종 역사관에는 단종의 유배길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단종 역사관에는 단종의 유배길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조선 시대의 역사 이야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단종 역사관이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조선 시대의 역사 이야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단종 역사관이다. 사진 / 이해열 기자
단종 역사관에는 그의 탄생과 유배, 죽음과 복권에 이르는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단종 역사관에는 그의 탄생과 유배, 죽음과 복권에 이르는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주소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이용 시간 : 오전 9~오후 6(연중무휴)
이용 요금 : 어른 2,000원  /  어린이 & 청소년 1,500

 

[인터뷰 - 영월] 2016~2017년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컨슈머 인사이트 소비자 동향 연구소가 공동 주관한 '여름 휴가지 만족도 설문 조사'에서 2년 연속 전국 종합 1위에 선정된 영월. 이곳 영월은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적, 지리적으로 볼거리가 많다. 다른 지역과 달리 기본 자산이 많은 이곳을 최명서 영월군수는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궁금하다. 

"영월은 자연과 역사, 테마가 있는 1등 관광 도시입니다"

집무실에서 업무 중인 최명서 영월 군수. 사진 / 이해열 기자
집무실에서 업무 중인 최명서 영월 군수. 사진 / 이해열 기자

Q 영월만의 테마 관광이 있다면 그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월의 테마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단종 임금의 이야기를 담은 장소들이 많다. 장릉과 청령포, 귀향 오던 길에서 잠시 머물던 쉼터(군등치, 배일치, 어음정 등)가 그러한데, 이들 모두 스토리가 있다. 두 번째는 자연경관이 빼어나 명승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 또 지질학적으로도 굉장히 특화되어 있어 요선암, 돌개구멍, 선돌, 한반도 지형 등이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영월은 박물관 특구다. 23개의 공사립 박물관이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서로 다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영월은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역사와 문화유적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 아이들이 학습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Q 53회 단종문화제가 성황리에 마쳤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글로벌 축제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이 있는지요.

단종문화제는 1966~1967년부터 단종을 기리는 크고 작은 행사로 진행하다가 1967년에 제1회 전통종합문화제로 발돋움했다. 1회 행사 때는 그 당시 교통수단이 좋지 않았음에도 단종문화제를 보기 위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실 단종의 주제는 비운의 임금으로 애절하고 처량한 게 콘셉트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마다 워낙 다양한 축제가 있어 왕실 문화로 콘셉트를 바꿨다. 10년 전부터 단종 대왕 국장재현이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행렬에 800명 정도가 뒤따른다. 조선 왕조의 국장재현은 궁중의 장례 문화, 왕실 문화를 조명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2026년에는 단종문화제가 60회를 맞는데, 본래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적 변화에 맞게끔 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명서 영월 군수는 자연과 역사, 문화 유적을 한곳에 체험하고 즐기기에 영월만큼 뛰어난 곳은 없다고 한다. 사진 / 이해열 기자
최명서 영월 군수는 자연과 역사, 문화 유적을 한곳에 체험하고 즐기기에 영월만큼 뛰어난 곳은 없다고 한다. 사진 / 이해열 기자

Q 영월만의 차별화된 관광 컨텐츠 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월은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과의 큰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발길 닿는 곳, 시선 닿는 곳 모두가 역사와 문화 유적지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장릉과 청령포 사이에 정원을 꾸밀 계획이다. 사실 3만 평 규모의 땅을 저류지로 만들면서 공원처럼 꾸몄는데, 이곳에 서너 개의 주제를 가진 정원을 만들 셈이다. 어찌 보면 영월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테마파크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이뿐 아니라 영월 투어 패스 시스템을 곧 구축할 예정이고, 투어 택시도 운영하고 있다. 펫 힐링 달빛 동물원과 술샘 박물관도 새롭게 개장했다. 사계절을 온전히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영월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영월 홍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월의 여름은 가족끼리, 친구끼리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래프팅과 패러글라이딩은 기본이고, 강과 계곡이 많아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최근 영월이 동강 사진마을로 지정되어 매년 동강 국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사진 찍기와 배우기, 그리고 사진 작품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밤에는 봉래산 천문대에서 자연이 주는 천혜의 야경을 볼 수 있고, 덕포 제방 쪽에는 야시장이 운영된다. 또 조만간 청령포에는 야간 조명을 이용해 다양한 공연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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