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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갈 곳 많고 볼 데 많은 우리나라 치즈의 고장 - 전북 임실
갈 곳 많고 볼 데 많은 우리나라 치즈의 고장 - 전북 임실
  • 황병우
  • 승인 2019.06.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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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치즈를 처음 만든 '임실 치즈의 아버지' 고 지정환 신부의 고장
고려와 조선의 건국신화가 전해지는 '성수산'…정치인도 찾는 한반도 제일의 기도터 '상이암'
신선들의 쉼터 '사선대'와 망국의 한을 달래던 '운서정'…자연이 선물한 신비의 섬 '옥정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리게 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 내 잔디밭 조형물. 사진 / 황병우 기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리게 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 내 잔디밭 조형물. 사진 / 황병우 기자

[여행스케치=전북] 서울에서 자동차로 3시간가량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전북 임실은 매력이 많은 관광지 중 하나다.

대부분은 치즈로 유명한 곳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사실 임실은 치즈를 포함해서 섬진강의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 자전거와 걷기에 알맞은 청정 자연 등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다. 

전북 임실군은 서울과 유사한 597㎢ 면적으로 섬진강 상류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산이 행정구역에 전체 면적의 75%에 달한다. 덕분에 잘 보존된 자연과 다양한 명소들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올 여름 휴가 트렌드 중 하나가 '나에게 맞는 여행'이다.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는 '느린 여행'이나, '멍'하게 아무것도 안하는 '무민 여행' 그리고, 맛집 탐방 등 식도락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도 있다.

신비의 옥정호, 신선들의 쉼터 사선대, 임실치즈테마파크, 필봉농악전수관, 전북119안전체험관, 강변사리, 오수의견, 왜가리서식지 등 임실 9경과 임실N치즈축제, 옥정호 꽃걸음 빛바람 축제, 의견문화제, 사선 문화제, 필봉마을굿축제, 섬진강다슬기축제, 둔데기백중절 등의 축제가 풍성한 임실은 올 여름 휴가 트렌드에 딱 맞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임실의 대명사가 된 치즈는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테마다. 웰빙 농특산품과 다양한 먹거리를 바탕으로 하는 맛집들도 임실 여행의 매력 포인트로 삼을 만하다.

구담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 임실에서는 섬진강 상류를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구담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 임실에서는 섬진강 상류를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구담마을로 발을 들이면, 마을회관 옆 정자를 지나면 당산나무가 서있는 언덕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구담마을로 발을 들이면, 마을회관 옆 정자를 지나면 당산나무가 서있는 언덕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임실에서 첫 방문지로는 구담(九潭)마을이 좋다.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이 멋진 마을로, 산과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구담마을에 봄이 오면 섬진강변을 따라 희고 붉게 핀 매화의 자태와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곳을 다녀간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흡사 무릉도원에 있는 듯 한 착각마저 들 수 있다고 전할 정도다.

구담마을은 지난 1998년 이광모 감독이 만들어 대종상의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도쿄영화제 금상 등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었던 작품 ‘아름다운 시절’의 배경이 된 곳이다.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오면 마을회관과 함께 당산나무가 서있는 언덕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섬진강 건너를 바라보면, 수묵화 속에서 봤을 법한 산들이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당산나무를 비롯해 10그루의 키 큰 고목들 사이로 널따란 공터가 있다. 그 공터에 영화촬영 현장비가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당산나무를 비롯해 10그루의 키 큰 고목들 사이로 널따란 공터가 있다. 그 공터에 영화촬영 현장비가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구담마을 언덕 위 공터에는 한국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촬영했다고 하는 영화촬영 현장비가 있다. 영화촬영 현장비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세웠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구담마을 언덕 위 공터에는 한국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촬영했다고 하는 영화촬영 현장비가 있다. 영화촬영 현장비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세웠다. 사진 / 황병우 기자

당산나무를 비롯해 10그루 정도의 키가 큰 고목들 사이로 시원하게 그늘진 널따란 공터가 있다. 공터 한 쪽에는 '아름다운 시절'을 촬영했다고 하는 영화촬영 현장비가 있다.

영화촬영 현장비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세운 것인데, 고래사냥의 남애항, 화엄경의 우도 등 전국 10여 개소에 밖에 없다고 한다.

구담마을의 본래 이름은 안담물이었다고 하는데, 이후에 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에 자라가 많이 서식한다고 구담이라 하기도 했고, 강줄기에 아홉 군데의 소(沼)가 있다 하여 구담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구담마을에 매화향이 가득할 즈음에는 관광객은 물론 미술애호가, 사진전문가 등이 많이 찾는다. 산과 강이 한 폭의 수채화를 담아낸 듯 한 분위기를 풍겨 이곳을 한 번 찾은 방문객은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곳이 구담마을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작가의 생가가 있는 진메마을에는 두 그루의 커다란 나무가 여행객들을 반긴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작가의 생가가 있는 진메마을에는 두 그루의 커다란 나무가 여행객들을 반긴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구담마을에서 자전거길을 따라 6km 정도 이동하면, 임실을 대표하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작가의 문학세계를 느낄 수 있는 진메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는 시인 김용택 작가의 생가가 거의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 생가 마루에서 강 건너편 산을 바라보면 30년 이상 섬진강을 노래해 온 시인의 치열한 삶의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진메마을 앞에 줄기를 크게 한껏 벌린 큰 나무 두 그루가 시원한 그늘로 반겨준다. 그 안쪽으로 나지막한 돌담을 두르고 있는 작은 기와집이 눈에 들어온다. 문패부터 분명히 김용택 시인의 생가다. 

돌담 안쪽으로는 잘 가꿔진 잔디와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들이 알수 없는 정취를 느끼게 한다. 오래돼 삐걱거리기도 하는 마루 한켠에는 무심결에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린 듯 전기주전자와 커피믹스가 놓여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작가의 생가는 거의 대부분 개방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작가의 생가는 거의 대부분 개방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김용택 시인의 생가 내 서재는 항상 문을 열어 둬 여행객들을 헛걸음하지 않게 했다. 김용택 시인의 배려가 느껴지는 듯 하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김용택 시인의 생가 내 서재는 항상 문을 열어 둬 여행객들을 헛걸음하지 않게 했다. 김용택 시인의 배려가 느껴지는 듯 하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오는 손님은 막지 않는다는 듯, 서재의 문을 열어둬 주인 없는 집을 찾는 이들이 헛걸음하지 않게 배려해 주고 있다. 서재에는 글이 돌아온다는 뜻의 회문재(回文齋)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고, 방 입구에는 책과 메모장이 있다.

방 안 벽과 책꽂이에는 책이 높이 쌓여 있었고, 몇 장의 사진들이 시인이 거주하던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책이 가득한 조그만 이 방에서 시인은 섬진강을 보며 섬진강을 노래했다. 그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섬진강 시인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

현재 생가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김용택 작가는 생가 뒤에 새로 지은 집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운이 좋으면 김 작가의 설명도 들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섬진강을 따라 둘레길을 걸어보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보는 것을 권한다. 

 

옥정호를 바라보기 위해 국사봉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으로 꽤 오래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옥정호를 바라보기 위해 국사봉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으로 꽤 오래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국사봉 전망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국사봉 전망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임실에는 인공적인 호수로 인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명물이 있다. 그 명물을 직접 보기 위해 30여분 정도 차량으로 이동했다. 

임실의 아름다운 명물 옥정호는 아침햇살을 받아 호수면으로 부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마치 신선이 놀 것만 같은 풍경으로 물들여지는 곳이다. 

물 맑기로 소문난 섬진강 상류에 자리잡은 옥정호는 일교차가 큰 편으로, 물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봄과 가을에는 그야말로 절정의 풍경을 이룬다고 한다.

그 때문에 옥정호 둘레를 끼고 도는 순환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으며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하다.

 

국사봉 전망대에 다다르니, 비로소 붕어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 황병우 기자
국사봉 전망대에 다다르니, 비로소 붕어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옥정호 가운데에 있는 붕어섬을 보기 위해 국사봉 아래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약 20분 정도 가파른 나무 계단과 산 능선을 올라 해발 475m의 국사봉 정상의 전망대에 서면 멀리 옥정호 가운데 헤엄치는 한 마리 금붕어를 볼 수 있다.

붕어섬은 섬진강 다목적댐이 만들어진 후 물이 채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금붕어 모양 섬으로 댐이 생기기 전에는 수몰 지역의 뒷동산이었다. 원 지명은 산 바깥 능선의 날등이란 뜻의 '외앗날'이었으나, 지금은 거대한 인공호수인 옥정호의 명물인 붕어섬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붕어섬 주변은 경관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 경에는 배를 타고 섬에 상륙해 붕어섬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고 문화해설사 분이 조심스럽게 전했다.

 

임실 치즈가 맛있게 익어가는 곳 '숙성실'은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꼭 견학해야 할 곳이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임실 치즈가 맛있게 익어가는 곳 '숙성실'은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꼭 견학해야 할 곳이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치즈 한덩이를 만들려면, 양을 기준으로 보통 10배 가량의 원유가 들어간다고 한다. 사진은 숙성실에서 임실치즈가 숙성 중인 모습. 사진 / 황병우 기자
치즈 한덩이를 만들려면, 양을 기준으로 보통 10배 가량의 원유가 들어간다고 한다. 사진은 숙성실에서 임실치즈가 숙성 중인 모습. 사진 / 황병우 기자

붕어섬까지 봤으니, 임실 여행의 필수 코스인 치즈를 찾아 떠나자. 임실에서 치즈를 전혀 빼고 간다면,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즈를 주테마로 삼고 있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 도착하니 유럽 특히 스위스의 한 마을에 온 듯 한 기분이 든다.  드넓은 초지 위에 스위스 아펜젤을 닮은 이국적인 풍경과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깨끗한 임실의 청정원유를 재료로 오감만족의 '임실N치즈체험', 돈가스 식사, 홍보관, 놀이시설, 포토존 등을 통해 임실치즈에 관한 모든 것을 한 눈에 만나보고 추적을 쌓을 수 있는 힐링 체험공간이 임실치즈테마파크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8년간의 사업기간을 거쳐 임실군 성수면 도인리 13만㎡, 축구장 19개 넓이의 초원 위에 조성됐으며, 고 지정환 신부가 임실에서 첫 치즈를 만든지 50여년이 지난 2011년 10월 개장했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임실치즈마을과 함께 문화관광의 장으로 임실치즈관광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임실치즈마을은 한국관광 100선에 2회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풍경은 유럽 스위스의 한 마을을 연상시킨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임실치즈테마파크의 풍경은 유럽 스위스의 한 마을을 연상시킨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치즈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맛있는 스트링치즈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치즈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맛있는 스트링치즈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임실치즈테마파크에는 임실청정원유로 임실N치즈를 생산하는 유가공공장, 치즈가 맛있어 지는 공간으로서 치즈가 숙성되어 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치즈숙성동굴 등 치즈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와 시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곳에서 열리는 치즈축제가 볼만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치즈 발상지 50년 역사와 임실N치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임실N치즈축제는 유럽풍의 건축물과 푸른 초원이 어우러진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임실치즈마을에서 개최된다.

축제장은 낙농 및 치즈 등 다양한 체험을 비롯해 1000만 송이의 국화가 전시되어 향기 가득한 오감만족 가을 추억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올해 축제는 '치즈愛 반하다 임실愛 끌리다'란 주제로 오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개최된다.

테마파크에서 치즈만들기 체험은 꼭 하는 것을 권한다. 닭고기처럼 쭉쭉 찢어지는 스트링 치즈를 만들어 보는 경험은 임실치즈테마파크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필봉문화촌 한옥스테이는 우리 고유의 정취를 느끼는 데 제격인 곳이다. 사진 / 황병우 기자
필봉문화촌 한옥스테이는 우리 고유의 정취를 느끼는 데 제격인 곳이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우리 전통 가락이 흐르고 배울 수 있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임실의 매력이다. 붓을 닮은 필봉산 자락 아래에 있는 필봉문화촌은 초중고등학생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풍물, 민요, 천연염색, 국악공연 등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가 있는 전통문화체험학교다.

필봉농악의 발상지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전승, 교육, 전시, 체험 공간을 고루 갖춘 특성화된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조성됐으며, 전설이 된 풍물굿을 축제로 만들고, 아버지의 업을 천직으로 이어가는 노동과 생활의 근심을 신바람으로 바꾸는 가락과 흥이 있는 장소다.

필봉농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풍물전시관과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한옥촌, 한옥자원을 활용한 야간상설공연, 문화관광 상설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과 필봉한옥스테이 '취락원'을 중심으로 내방객들의 편의시설과 주차공간, 굿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마련된 한옥스테이 취락원은 필봉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한옥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한옥생활체험관으로 문화촌 옆에 위치해 있다.

필봉한옥 취락원은 2인실, 4인실, 5인실, 8인실, 12인실, 15인실 등 인원에 따라 숙식이 가능하다. 방 구조는 한옥답게 온돌식으로, 침대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한옥에서의 숙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옥스테이에서 해가 저문 후 비까지 내려주면 더욱 운치 있는 밤을 보낼 수 있다. 아침에 처마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상쾌한 바람과 함께 기운을 돋게 한다. 취락원에서 나와 전국 최고의 명당지로 가보자.

 

성수산 상이암은 한반도 최고의 기도처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영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성수산 상이암은 한반도 최고의 기도처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영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전국 최고의 명산이라고 불리는 성수산은 고려와 조선의 건국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명산이다. 해발 876m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빼어나다.

숲이 깊고 울창하며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많은 휴양객들이 찾고 있다. 이곳은 '구룡쟁주지지(九龍爭珠之地)'라고 하여 아홉 마리의 용이 구슬을 물려고 다투는 형국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곳에는 한반도 제일의 기도처로 알려진 상이암이 있다. 바라는 소원이 있는 여행객이라면 상이암에 꼭 들렀다 가는 것을 권한다. 

이곳은 지난 2014년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방영되면서 이성계의 기도터로 알려져 하루 20~30명 정도 찾던 절에서 하루 500명 이상이 찾는 한반도 제일의 기도터로 조명 받은 바 있으며, 지금도 매일 1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다.

특히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군인 등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작은 누각 안에 태조 이성계가 친필로 쓴 '삼청동'이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작은 누각 안에 태조 이성계가 친필로 쓴 '삼청동'이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상이암 무량수전 뒤 편 언덕길 위에는 조선 때 입적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님의 사리가 봉인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상이암 무량수전 뒤 편 언덕길 위에는 조선 때 입적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님의 사리가 봉인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상이암 주변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백일기도 후 관음의 계시를 받은 기쁜 마음에 바위에 글자를 새겼다는 '환희담'과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한 후 발용의 대몽을 꾸고 조선 창건에 성공해 친필로 새긴 '삼청동'이 전해 내려온다.

산 아래 주차장에서 도보로 50여분 가량 이동하면 상이암에 도착하게 된다. 상이암 입구에는 하늘을 뚫을 듯 한 큰 나무가 있다. 사진으로 흔적을 남기자.

무량수전이 보이는 경내로 발을 들이면, 개구리가 사는 작은 연못과 잘 가꿔진 작은 정원이 여행객을 반긴다. 경내를 잠시 둘러보다 상이암에서 거주하고 있는 진영스님과 잠시 차담을 나누니 마음 깊은 곳부터 위로를 받는다. 

진영스님은 “속세에서 힘든 것은 마음에 욕심이 넘쳐서다”라며 “욕심이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지만 너무 많은 욕심은 스스로를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을 다 버리면 나처럼 절에 들어와야 되니 많은 욕심 중에 조금만 내려놓고, 또 조금 내려놓은 욕심 중에 조금 내려놓다 보면 스스로 아프게 한 원인이 사라지니 살아가기에 편해질 것”이라고 살아가는 지혜를 나눴다.

상이암 경내에는 환희담비와 삼청동비를 비롯해 무량수전과 요사채, 산신각, 전라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상이암부도 3기가 있다.

 

사선대 조각공원에는 다양한 조각들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사선대 조각공원에는 다양한 조각들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사선대에는 그 이름의 유래가 된 네 사람의 신선과 선녀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사선대에는 그 이름의 유래가 된 네 사람의 신선과 선녀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상이암에서 내려와 신선들과 선녀들의 놀이터였다고 전해지는 물과 경치가 좋은 사선대(四仙臺)에서 임실 여행객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예로부터 사선대는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다워 하늘에서 신선과 선녀들이 내려와 놓았다는 전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자연환경이 빼어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

봄에는 산개나리와 벚꽃, 여름에는 푸른 신록,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낙엽, 겨울에는 하얀 눈길이 있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한다.

사선대 관광지 안에는 아름다운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조각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의 뛰어난 조각품과 인근 오궁리 미술촌에서 제작한 조각품들이 사선대를 방문한 여행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선대 맞은 편 언덕에는 전통적인 조선시대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진 운서정이 있다. 운서정은 당대의 부호인 승지 김양근의 아들 김승희가 부친의 유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1928년 당시 쌀 3백 석을 들여 6년간에 걸쳐 지은 곳으로, 건립 후 일제하에 경향의 우국지사들이 모여 망국의 한을 달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선대 맞은 언덕 꼭대기에는 운서정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사선대 맞은 언덕 꼭대기에는 운서정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황병우 기자

사선대 조각공원에 한켠에 그려진 벽화에서 신선과 선녀의 풍류를 즐기는 모습에 살짝 부러움이 묻어난다. 그 모습에 부러워하기만 했다가는 내 옆의 도끼자루가 썩어도 모를 수 있으니 조심하자.

사선대에는 사선대 조각공원과 해발 430.5m의 성미산 정상의 산세를 이용해 산꼭대기를 둘러쌓은 성미산성, 다양한 목재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전통의 목재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된 목재문화체험장 등이 주변에 있다.

치즈를 비롯해 임실이 가진 또 다른 매력들을 하나하나 접하고 보니, 하루 이틀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섬진강변을 따라 바람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풍류와 함께 여러 날 머물고 싶은 곳. 아쉬운 마음에 재차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곳. 그곳이 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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