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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름꽃 나들이②] 여름 한복판을 노랗게 물들인, 해남 해바라기농장
[여름꽃 나들이②] 여름 한복판을 노랗게 물들인, 해남 해바라기농장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6.11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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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내 세발낙지 최대 산지였던 해남 산이면ㆍ마산면 갯벌
간척지에 심은 해바라기, 수많은 여행객 불러모아
끝이 보이지 않는 해바라기 농장…이국의 초원 연상케 해
사진 / 김보성
해남군 마산면에 있는 해바라기 농장은 축구장 1개 크기보다 크다. 사진 / 김보성

[여행스케치=해남] 전국 최대 해바라기 농장이 있는 곳을 아는가? 한때 국내 세발낙지 최대 산지였던 해남군 산이면과 마산면 갯벌이 간척지로 바뀐 지 수십 년 만에 끝이 안 보이는 대규모 해바라기농장으로 변신하여 여행객을 부르고 있다. 

해남에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땅끝마을이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큰 몫을 하지만, 새로운 관광자원이 늘고 있는 탓이 더 크다. 목포나 진도에서 접근하기가 더 쉬운 마산면 해바라기 농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학의리 해바라기 농장은 오랜 세월 바다였고, 1996년 금호방조제가 건설되면서 간척지란 이름으로 버려진 땅이었다. 마산면과 산이면 일대 갯벌을 매립하여 농지로 개발하겠다는 정부의 야무진 꿈은 쌀이 남아돌면서 저주받은 땅으로 버려져 있었다.

그러던 땅이 옥토로 탈바꿈했다. 농업법인 (주)남해에서 30만 평을 임대하여 논농사의 대체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쪽에는 과수원, 한쪽에는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나머지 5만여 평에 해바라기를 재배하고 있다.  

“해바라기는 꽃이 피었을 때 아름답기도 하지만, 열매와 푸른 줄기는 소 사료로 씁니다. 마른 줄기는 축사나 비닐하우스에 난방용 화목으로 사용합니다. 버릴 것이 없어요.”

사진 / 김보성
이곳은 염도가 높아 식물이 자라기 힘든 간척지이지만, 현재 해바라기 농장으로 바뀌었다. 사진 / 김보성
사진 / 김보성
지난 2013년 처음 해바라기 재배에 성공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진 / 김보성
해바라기 농장은 ㈜남해가 마산과 산이면 일대 간척지 330만㎡를 농어촌공사와 30년 임대 계약한 것이다. 사진 / 김보성

남해에서는 관광객을 유치하여 수익을 낼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직 대체 작물 재배와 생산으로 수익을 내면 될 테니까.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여기저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여름이면 도로나 농로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 날도 있는데, 인근 마을 주민들은 시골 인심 상 찾아오는 손님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허허 웃는다.   

아스라이 펼쳐진 황금 들판
2011년 처음 해바라기를 파종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다. 서너 해가 지나면서 여행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유치원생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찾아오고, 청소년들이 단체로 찾아왔다. 가족들이나 친구들 손을 잡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해바라기가 다 시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이즈음에는 씨앗 파종을 며칠 간격으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파종한다. 꽃이 피었다 지는 시간이 달라지니 수확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농장은 이국의 초원을 연상케 한다. 사진 / 김보성

해바라기 농장은 어른이 까치발을 하고 서서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럽이나 호주의 초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다. 사람들은 농로를 따라 걷고, 꽃을 구경하고, 사진을 촬영한다.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라는 꽃말처럼 해바라기들은 여행객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더러는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바라보거나 흠모한 탓인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한다. 

커다란 꽃이 있고, 자그마한 꽃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눈부시게 샛노란 색을 자랑한다는 사실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뒤를 잇겠다는 듯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고, 카메라에 수많은 해바라기를 열심히 담는 사람들도 있다. 방긋 웃고 있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많은 해바라기 꽃이나 이렇게 많은 노랑 물결을 보기란 쉽지 않다. 여행객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그늘도 없는 땡볕으로 걸어 다니지만 마냥 즐거워한다.

바로 이웃에 농수로 겸 작은 하천이 있다. 붕어나 물방개가 헤엄치고 논다. 어린 개구리도 헤엄을 친다. 농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저수지에는 홍연이 피어 있다.

Info 해남 해바라기 농장
입장료는 무료이며 안내하는 사람도 없다. 여행객은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해바라기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주소 전남 해남군 마산면 학의리 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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