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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인터뷰] "우도가 너무 좋아 살아보러 왔어요", 제주 우도 해안도로 순환버스 기사 황경환 씨
[인터뷰] "우도가 너무 좋아 살아보러 왔어요", 제주 우도 해안도로 순환버스 기사 황경환 씨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7.10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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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 따라 운전하며 해설도 술술
“아름다운 우도 더 재미있게 알리고 싶어…”
쉬는 날엔 중국어 공부‧텃밭 가꾸기도
사진 / 유인용 기자
우도 해안도로 순환버스를 운전하는 '48번 버스 기사' 황경환 씨. 그는 지난 2017년 우도에 순환버스가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근무한 창립멤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저는 우도가 너무 좋아 ‘살아보러’ 왔어요. 그냥 버스 기사가 아닌, 우도에 대해 좀 더 잘 아는 선배의 입장에서 함께 드라이브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오른쪽 끄트머리 섬, 우도에서 해안도로 순환버스를 운전하는 ‘48번 기사’ 황경환 씨의 우도 사랑은 끝이 없다.

위트 있는 설명과 함께 즐기는 우도 여행
우도의 해안도로 순환버스는 관광객들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타고 내리면서 우도를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관광버스다. 우도 버스의 특이점이 있다면 관광지 관련 해설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 해설을 풀어주는 이는 다름 아닌 버스 기사들이다.

“지금 보이는 곳은 서빈백사해수욕장입니다. 해변이 모래 대신 흰 홍조류들로 이뤄져 있는데 동글동글한 덩어리들이 마치 팝콘 같죠. 궁금한 분들은 여기서 내려 구경하시면 되겠습니다.”

황경환 씨는 우도에 순환버스가 처음 도입된 2017년 7월부터 일을 해온 ‘창립 멤버’다. 버스가 우도를 한 바퀴 도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45분. 이 시간 동안 버스 기사들은 우도에 관한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낸다. 위트 있는 설명에 이따금씩 승객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우도 해안도로만 수백 번을 돌았을 그가 꼽는 ‘우도 3대 비경’은 검은빛 모래의 검멀레해수욕장과 백패커들의 로망 여행지인 비양도, 제주도와 우도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우두봉이다. 특히 검멀레해수욕장은 모래의 온도가 높아 모래찜질을 즐기기도 좋고 보트를 타면 해안 옆 동굴도 들어가 볼 수 있어 가장 추천하는 곳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황경환 씨는 ‘우도 3대 비경’으로 검멀레해수욕장과 비양도, 우두봉을 꼽았다. 사진은 우두봉의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검멀레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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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환 씨는 "우도에선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짬뽕라면을 꼭 맛보시라"고 추천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그의 말을 듣고 검멀레해수욕장에서 내리니 아담한 규모의 해변에는 관광객들이 가득 차 있었다. 검은빛 모래는 발에 살짝만 닿아도 그 열기가 엄청나고 해수욕장 한편에는 보트를 타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버스 승객들이 가장 많이 하차하는 정류장도 검멀레해수욕장이라는 것이 그의 부연 설명이다.

‘승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뭐냐’고 물으니 이번엔 ‘맛집’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 우도의 버스 기사들은 특정한 맛집을 일러주기보단 해당 버스정류장 인근의 식당을 안내하는 편이다. 대신 황 씨는 몇 가지 메뉴를 추천했다.

“우도에서는 뿔소라를 꼭 드셔보세요. 회로 먹어도 좋고 구이도 맛있죠. 또 고동이 들어간 보말칼국수도 별미예요.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짬뽕라면과 해물짜장도 추천한답니다.”

첫눈에 반해 시작한 우도 살이
사실 황경환 씨는 우도에 전혀 연고가 없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귀어촌을 준비하던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제주도였다. 그런데 막상 제주도에 내려온 그의 마음을 한 번에 빼앗아간 곳은 우도였다. 마침 우도에서는 버스 기사를 구하던 중이었고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곧바로 면접을 봤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황경환 씨는 "그냥 단순히 버스 기사가 아니라 우도에 대해 좀 더 잘 아는 선배의 입장에서 관광객 분들과 함께 드라이브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며 "업무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우도 해안도로 순환버스의 주요 노선도. 우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관광지 9곳을 포함한 27곳 정류소에 멈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됐지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어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휴무일에는 제주도로 나가 관광을 즐기기도 하고 집에서 우도의 관광지나 외국어 공부를 할 때도 있다. 최근엔 버스 탑승객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보니 간단한 회화는 할 줄 알아야 한단다. 특히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이 굉장히 많이 늘어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공부하고 있다. 또 집 앞 텃밭에 농작물을 키우며 농촌 생활에 대해 꿈꿔왔던 낭만도 하나둘 실현하는 중이다.

그가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우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다. 버스도 매연이 나오지 않는 전기차를 들여온 만큼 우도의 주민들은 섬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 씨는 청정한 우도를 지속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광객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간혹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분들이 있어요. 또 우도의 해안도로는 차선이나 신호등이 따로 없는 외길이라 갓길에 주차하면 다른 차량이 지나가기 무척 힘들어진답니다. 두 가지만 꼭 지켜주신다면 아름다운 우도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INFO 우도 해안도로 순환버스
1일 이용권을 구입해 자유롭게 타고 내렸다가 관광지를 둘러본 뒤 다시 탑승해 다음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는 관광 버스. 우도의 메인 관광지 9곳과 임시 정류장 18곳까지 총 27곳의 정류소에서 정차하며 섬 한 바퀴를 모두 돌면 표를 반납해야 한다. 티켓은 배가 들어오는 하우목동항과 천진항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20분마다 한 대씩 운행한다. 버스는 짝수일에는 반시계 방향으로, 홀수일에는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돈다.
이용요금 성인 5000원, 유아 및 초등학생 3000원
주요노선 (하우목동항 출발 기준) 하우목동항-전흘동망루-하고수동해수욕장-비양도-비양동해수욕장-검멀레해수욕장-우두봉-천진항-서빈백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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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2020-01-01 08:44:55
우도에 갔다가 순환버스와 기사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48번 버스를 두 번이나 타게 되었는데, 이 버스를 타면 아저씨의 말솜씨가 너무 재밌어서 주요 관광지에서 내리고 싶지 않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자연 경관을 보고 힐링하러 갔다가 이분을 보고 힐링하고 오게 됩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하루하루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신 것 같아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힘들 때면 우도에 가서 당신의 버스를 타고 싶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