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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흰 몸통이 곧게 뻗은 이국적인 여름 풍경…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흰 몸통이 곧게 뻗은 이국적인 여름 풍경…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7.12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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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32만명 방문한 명품숲…
숲 전체에 자작나무 70만 그루 있어
여름부터 낙엽 떨어지며 이른 월동 준비
사진 / 유인용 기자
강원도 인제의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산림청이 지정한 국유림 명품숲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인제]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산 속에 곧게 뻗은 가느다란 나무기둥들. 자작나무를 떠올리면 겨울의 설산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북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자작나무숲이 우리나라 강원도에도 있다. 핀란드와 같은 맑은 공기를 한껏 마실 수 있는 곳,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이다.

70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만든 산
지난 한 해에만 32만명이 방문한 인제 자작나무숲은 지난해 산림청이 지정한 국유림 명품숲이기도 하다. 자작나무숲으로 올라가려면 입구에서 도보로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입구와 숲을 직선으로 잇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3.9km의 원대임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경사가 완만하고 그늘이 있어 쉬엄쉬엄 걷기 좋은 길이다. 3.2km의 원정임도는 경사가 꽤 있어 20~30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한낮엔 그늘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대신 오후가 되면 해가 기울면서 그늘이 지기 때문에 햇볕이 강렬한 한여름에는 하산할 때 선택하기 좋은 코스다.

원대임도를 따라 숲으로 향하는 길, 걷다 보면 길 가까이에 핀 작은 꽃들과 다양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 곳곳에서 흰 몸통의 나무를 발견한다면 자작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김달환 인제 자작나무숲 숲해설사는 “산 전체에 70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고 ‘자작나무숲’이라고 불리는 메인 포인트에는 약 2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원대임도를 따라 자작나무숲으로 오르는 길. 길 중간에 전국 산악회에서 달아놓은 리본들이 한데 모여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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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자작나무숲까지 잇는 원대임도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로 이어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입구에서 2.7km를 올라가면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코스로 이어진다. 임도에서는 중간중간 드리운 나무 그늘이 태양을 막아줬다면 이번엔 한창 철을 맞아 머리 위로 우거진 가지들이 산 속에 시원한 통로를 만들어준다. 운이 좋으면 나무 사이로 잽싸게 뛰어다니는 작은 다람쥐도 만날 수 있다. 돌 틈새로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어느새 곧고 높게 하늘로 뻗은 자작나무숲의 풍경이 펼쳐진다.

흰색의 가느다란 자작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진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진귀한 풍경이다. 핀란드의 어느 숲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바람이 불면 가느다란 나무 기둥들이 통째로 좌우로 춤을 추면서 ‘스스스스’ 이파리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자작나무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자작나무숲 사이로 바람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가면 여기저기서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신기하게도 바닥에 떨어진 잎들은 초록이 아닌 노란색이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품종인 자작나무가 겨울을 더 빨리 준비하기 때문. 자작나무는 은행나무처럼 나무 전체가 노란빛으로 물드는 것이 아니라 이파리가 하나둘 색을 바꾼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가느다랗고 흰 기둥들이 하늘로 곧게 뻗은 자작나무숲.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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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는 여름부터 이파리들이 노란빛으로 바뀌며 하나둘 떨어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자작나무에는 가지들이 떨어진 흔적들이 거뭇하게 남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숲에서 바람이 불 때 떨어지는 것은 이파리뿐만이 아니다. 작게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앙상한 나뭇가지가 통째로 떨어지기도 한다. 자작나무는 하늘을 향해 높게 뻗어나가는 습성이 있는데 자라면서 기둥 아래쪽의 가지들이 해를 보지 못해 죽으면서 떨어지는 것이다. 가지가 자랐던 자리에는 거뭇한 흔적만 남는다. 현재 수령이 30년쯤 됐으니 높이는 다 자랐지만 나무가 성숙해지면서 아래쪽의 제 몸체를 쳐냈던 숱한 흔적들은 몸에 지니고 있는 셈이다.

김달환 해설사는 “자작나무가 가진 메시지는 ‘당신을 기다립니다’인데 나무 몸체의 흔적들을 눈에 비유하기 때문”이라며 “수십 개의 눈을 뜬 채 임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자작나무 겉면을 벗기지 마세요
흰색 몸체를 가진 자작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무를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반질반질한 얇은 흰 껍질이 테이프처럼 나무 기둥을 감싸고 있는 모양새다. 겹겹이 둘러싼 수피는 무려 50겹에 달한다. 자작나무는 불에 태울 때 이 껍질에서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 이름 붙었다.

김달환 숲해설사는 “자작나무의 껍질은 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나무가 죽어서 몸통이 썩더라도 껍질은 썩지 않는다”며 “신라 때 제작된 국보 제207호 천마도가 훼손이 심하지 않은 채 발굴될 수 있었던 것도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숲을 둘러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작나무의 껍질을 절대 벗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데크길 근처의 사람 손을 많이 타는 위치에 있는 나무들은 흰색 껍질이 모두 벗겨져 진갈색 살갗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고, 어떤 나무들은 사람들이 이름을 새겨놓아 훼손되기도 했다. 방문객들의 문화 의식이 아직은 더 성장되어야 한다는 흔적이기도 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50겹으로 겹겹이 쌓인 수피가 모두 벗겨져 살갗을 드러낸 자작나무.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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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겉면에 글자를 새겨놓은 흔적. 껍질에 상처가 나고 모두 벗겨지면 자작나무는 생명을 잃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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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위쪽으로는 나무 움막이 세워진 작은 공터가 있다. 시기에 맞춰 음악회나 작은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숲 위쪽으로는 나무 움막이 세워진 작은 공터가 있다. 시기에 맞춰 음악회나 작은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공터에서 원정임도로 이어지는 길은 자작나무숲의 허리를 감싸는 길이다. 자작나무숲 사이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숲이 끝나고 임도로 이어진다.

숲을 한참 돌아본 뒤 오후가 되어 하산하는 길은 해가 제법 기울어 그늘이 많다. 숲에서 원정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편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오는 14일부터 방송되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의 티저 영상을 통해 촬영지로 공개된 바 있다. 핑클의 네 멤버가 14년 만에 모여 캠핑카를 몰고 떠나는 모습이 소개될 예정이다.

INFO 인제 자작나무 명품숲
하절기에는 오는 10월 31일까지만 개방하며 동절기 개방 기간은 12월 16일부터 1월 31일까지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다. 입산 가능 시간은 하절기는 오후 3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2시까지다.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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