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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다시 찾은 여행지] "변했지만 미워할 순 없었어요" 안동 하회마을
[다시 찾은 여행지] "변했지만 미워할 순 없었어요" 안동 하회마을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7.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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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 공연.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하회 별신굿 탈놀이 공연.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하회마을 북쪽 낙동강변의 절벽.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 기자
하회마을 북쪽 낙동강변의 절벽.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 기자

[여행스케치=안동] 한국적인 자연미를 잘 간직하고 있다는 하회마을. 영국 여왕이 다녀간 이후로 국제적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데, 미국에서 살다온 한 독자가 두 아이와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안동처럼 볼거리 많은 곳이 또 있을까? 특히 안동 땅이 품고 있는 병산서원이나 봉정사는 여행 떠나기 전부터 얼마나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지…. 그렇다면 하회마을은? 글쎄, 안동에 들렀다면 이 두 곳을 포기하고서라도 꼭 가봐야만 할 곳이 아닐까?

어렵사리 비포장도로를 뚫고 찾아간 병산서원을 일찌감치 뜨는 것이 아쉬웠지만 하회 별신굿 탈놀이를 보기 위해 서둘러 하회마을로 향했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앉아 강바람 맞으며 평소 읽고 싶던 책 한 권 떼고 올 수 있는 여유는 언제쯤 찾아오려나.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것은 이번으로 세 번째다. 스무 살 때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답사여행이 처음이었고 서른 무렵에는 취재차 들렀었다. 마흔 줄에 접어든 이번엔 그저 내 아이들과 함께 고즈넉한 마을 골목길을 걷고 싶고 솔숲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마음껏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지난 7년 동안 우리 가족은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왔다. 추적추적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작은 감기라도 걸려 몸이 아프면 얼마나 생각나던 우리 땅이던가. 마음이 외로워질 때마다 담양 소쇄원 광풍각이나 담양호가 내려다보이는 식영정, 부석사 무량수전과 안양루에서 바라보던 산세, 지리산 연곡사 터의 부도 같은 것들이 간절하게 생각났다. 그리고 그 기억의 한가운데 하회마을도 있었다.

머지않아 다시 돌아가게 될 남의 땅(미국은 여전히 남의 땅이다)에서 내 아이들과 함께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가, 아니면 엘리자베스 여왕의 영향력이 그다지도 엄청났단 말인가.

각종 하회탈을 만나볼 수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 기자
각종 하회탈을 만나볼 수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 기자
국적을 알 수 없는 우산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 기자
국적을 알 수 없는 우산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 기자

하회마을은 변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주차장의 규모, 그리고 그 넓은 주차장을 채우고도 모자라는 차량의 행렬이었다. 온 마을을 채운 인파는 유원지를 방불케 하는 어수선함을 자아냈고 강가에 새로 닦아놓은 임시주차장은 강변의 경치를 완전히 버려놓았다.

예전엔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아름다운 전경이었건만 무척 아쉬웠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좀 좋아지려나? 아니나 다를까, ‘국적을 알 수 없는 저 우산의 정체는 뭘까? 용인 민속촌에서도 똑같은 걸 팔고 있던데….’ 호젓한 토담 길을 기대하고 들어섰건만 두 집 걸러 한 집은 기념품 가게였고 농가에서도 아이스크림 통 하나를 대문 앞에 내놓고 손님을 부른다.

토속 전통문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마을 골목.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토속 전통문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마을 골목.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한국 시골의 전형을 보여주는 담쟁이 넝쿨.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한국 시골의 전형을 보여주는 담쟁이 넝쿨.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하지만 하회마을의 미덕은 이 모든 아쉬움을 덮고도 남았다. 황토색 토담을 덮은 담쟁이 덩굴이나 6백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느티나무, 삼신당도 그 모습 그대로다. 큰길에서 약간 비켜 있어 인파를 피할 수 있는 북촌댁 솟을대문도 여전히 늠름한 모습이다. 담장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소담스런 수국이며, 공터에 수줍게 자리 잡은 패랭이꽃을 보며 ‘역시 오길 잘했어’라고 안도했다.

북촌댁네 집 안채.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북촌댁네 솟을대문에서 옛날 집주인의 위엄이 풍긴다.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북촌댁네 집 안채.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북촌댁네 집 안채.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마을에는 가족 단위로 숙박할 수 있는 민박집이 여럿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마을에는 가족 단위로 숙박할 수 있는 민박집이 여럿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현득 객원기자

이 집 저 집 구경하면서 개방되지 않은 살림집 안뜰까지 훔쳐본다. 그리고 인파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 같은 관광객이 아니라 집안 속살을 송두리째 내보이며 살아가는 하회마을 주민들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와중에도 이 마을 농부들은 밭을 갈아 고추를 심고 부지런히 모내기를 끝내놓았다. 8백 년 넘게 이 마을이 유지되는 것은 여기가 바로 저 농부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회마을에서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3시에 하회 별신굿 탈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실 인파가 몰릴 걸 알면서도 주말을 택한 건 이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상설 공연장이 수리중인 덕분에 강변의 솔숲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마당극다운 관객의 추임새가 어우러져 1시간 동안 공연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였다.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연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고마운 기회도 있었는데  인간문화재인 연기자들의 겸손함에 또 한 번 놀랐다.

그 분들에게서 국보 제 121호로 지정된 하회탈이나 중요무형문화재 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이름 값에 어울리는 정열과 애정을 읽을 수 있어 정말 고마웠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좀 어떤가, 주변이 어수선하면 좀 어떤가. 차라리 이 좋은 구경을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즐겁다. 게다가 돈 한 푼 내지 않고 공짜로 공연을 볼 수 있다니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물으니 탈놀이도 좋았지만 강변에서 모래장난 하던 것이 제일 재미났단다. 10년쯤 뒤에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아이들의 눈엔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들어오게 될까?

하회마을 가는 길
서울 -> 춘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 IC(예천, 풍산 방향) -> 풍산읍 직전 중리 -> 하회마을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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