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자연휴양림] 해송사이로 노을이 지는 산, 희리산
[자연휴양림] 해송사이로 노을이 지는 산, 희리산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7.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희리산해송휴양림은 해송, 낙엽송, 소나무, 삼나무, 잣나무, 층층나무, 참나무로 각각 집을 지어서 엷은 나무 향을 맡으며 쉴 수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희리산해송휴양림은 해송, 낙엽송, 소나무, 삼나무, 잣나무, 층층나무, 참나무로 각각 집을 지어서 엷은 나무 향을 맡으며 쉴 수 있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충남] 안면도 해송처럼 키 크고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젊은 해송이 산길을 내내 함께 걸어준다. 맑은 사람과 함께 하는 기분이랄까. 희리산에는 때묻지 않은 젊은 해송이 있다.

해송이 95%를 차지한다는 희리산은 해발 329m.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산이 험하지 않아서 ‘아버지 돌 굴러가유’ 충청도 사투리 가락으로 느릿느릿 등산을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소나무들의 수령은 3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따위 다른 수종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짙다.

휴양림 산책로를 통해서 등산을 할 수 있다. 저수지 옆에 있는 숲 속의 집을 통해서 등산을 하면 서천의 들녘과 흥림저수지를 볼 수 있는데 2시간 30분 소요된다. 휴양관 뒤쪽의 등산로는 바다를 볼 수 있으며 2시간 정도 걸린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휴양림 산책로를 통해서 등산을 할 수 있다. 저수지 옆에 있는 숲 속의 집을 통해서 등산을 하면 서천의 들녘과 흥림저수지를 볼 수 있는데 2시간 30분 소요된다. 휴양관 뒤쪽의 등산로는 바다를 볼 수 있으며 2시간 정도 걸린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어찌나 빽빽하게 들어찼는지 100년 묵은 해송의 역할을 거뜬히 해낸다. 등산로를 따라 걷는 동안에 닮은 듯 하지만 서로 닮지 않은 여러 해송들을 만날 수 있다. 같은 나이를 먹었는데도 능선을 따라 키가 다르다. 바람이라든지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사람 키 보다 조금 큰 나무들을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만만하다. 엉덩이가 있으면 툭툭 치며 ‘어서어서 커라’고 격려를 해 주고 싶다.

또 해송 몇 그루는 한바탕 경쟁이 붙었는지 솔방울이 덕지덕지 매달려있다. 그 빽빽한 해송 사이로 뿌리를 내릴 자리가 있는지. 하기는 자기 밥그릇은 다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니까. 희리산은 여느 산에서 볼 수 있는 계곡이 없다.

휴양림 산책로를 따라 물이 흐르기는 하지만 시원한 물소리를 들을 수 없다. 대신 휴양림 입구의 저수지가 시원한 운치를 자아내고 있으며 야외수영장이 있어 물놀이를 하기에 좋다.

드라이브 삼아 해변가를 달려도 좋다. 서천은 바다, 논, 밭이 어우러져서 더 친근하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드라이브 삼아 해변가를 달려도 좋다. 서천은 바다, 논, 밭이 어우러져서 더 친근하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휴양림 근처에는 춘장대해수욕장, 선도리 등 갯벌체험지가 몇 곳이 있다. 멀리 충북 괴산 보광초등학교에서 갯벌체험에 나섰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휴양림 근처에는 춘장대해수욕장, 선도리 등 갯벌체험지가 몇 곳이 있다. 멀리 충북 괴산 보광초등학교에서 갯벌체험에 나섰다. 2003년 7월. 사진 / 김연미

희리산 정성인 문수봉에서는 서천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푸레나무 사이로 낚시 배가 한가롭게 떠 있는 흥림저수지도 보인다. 서쪽 능선 너머로는 바다가 살짝 이마를 내밀고 있다는데 아쉽게도 스모그가 끼어 바다를 보지 못했다.

산 등선을 따라서 해풍이 분다. 모자를 벗으니, 눌린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솔솔 간지럽다. 떡갈나무 잎살 사이로 송홧가루가 노랗게 고인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은 비가 내린다고 하던데, 뻐꾹새 징하게 울고 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