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제주] 초원의 소처럼 한가롭게 마냥 세월을 보내고 싶은 섬. 절벽 아래 바다, 등 뒤의 초원, 초원 너머 바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그 위를 떠도는 구름이고 싶다.
우도 8경중의 하나인 주간명월은 대낮에 굴속에서 달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현지 분들이 10월, 오전 10시쯤이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달이 비치는 바위벽이 조금 무너졌지만 우도 8경의 하나로 손색이 없다. 동굴 안에서 수영하는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우도봉 아래의 기암절벽인 후해석벽은 온통 줄무늬 바위를 형성하고 있다. 바로 앞에 박혀있는 바위 덩어리는 우도가 떠내려가지 않게 말뚝을 박았다는 우스게 소리가 있다. 우도봉 아래 검멀래 해안에는 콧구멍이라고 불리는 동안경굴이 있다. 동굴에서 다시 바다로 빠져나가면 또 하나의 동굴로 이어지는 이중동굴이다.
산호가 부서져서 하얀 모래사장을 만드는 서빈백사는 산호해변이다. 하얀 모래에 앉아 쪽빛 바다에 발을 담그고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가끔은 돌고래 가족을 만날 수 있다. 해수욕장 위로 예쁜 레스토랑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우도 8경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지두청사다. 풀들이 바람에 눕고 삐비꽃이 햇살을 받아온통 초원의 빛이다. 저절로 긴 한숨이 나온다.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자. 절벽 아래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성산일출봉이 바다 건너에서 우도봉 정상까지 길동무를 한다. 반대편 초원의 나지막한 무덤들은 정겹게 앉아있다. 우도의 무덤들은 사람 곁에 가까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검멀래 쪽에서 등대로 올라가는 길은 사람들이 적어서 좋다. 영일동과 비양도 등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형상이 그물을 펼쳐놓은 것 같아 파닥파닥 뛰는 들녘이 금방이라도 잡혀서 올라 올 듯 하다. 비양도 다리를 건너면 붉은 등대가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손을 잡고 걸어보라.
우도의 명동을 구경하다 마을 중앙동 구경에 나선다. 중앙동은 우도의 명동이다. 우체국이 있고 주유소, 농협이 있다. 중앙동에는 PC게임방도 있다. 연평초·중고등학교가 있고 뒤에는 옛 연평초등학교 건물이 있는 데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수업이 끝난 시간,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박지성을 좋아하는 소년들의 축구연습이 있다. 제주도에서 3위를 할 만큼 실력이 많단다. 몇 년 후, 월드컵 스타가 우도에서 나오리라.
자전거를 타고 밭두렁을 미로처럼 돌아다니니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은 게 없다. 여유롭다는 게 아지랑이같았는데 우도, 이곳에서 여유롭다는 게 뭔지 알게 된다.
Tip.
산일출봉은 성산항 가는 길에 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성산일출봉을 못 봤다면 우도 관광을 하고 나서 성산일출봉에 올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성산으로 해가 지는 일몰이 매우 아름답다. 일출봉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우도 앞바다에서 어선들의 불빛이 하나둘 켜져서 바다에 별들이 내려앉는 듯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성산항에서 20분 거리. 일출봉까지 왕복 50분 정도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