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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코리아 스케치] 천년 전통을 자랑하는 숨쉬는 종이, 원주 한지공예
[코리아 스케치] 천년 전통을 자랑하는 숨쉬는 종이, 원주 한지공예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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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한지는 생활용품을 포장하는 용도를 넘어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 수도 있다. 2003년 8월. 사진제공 / 한지문화제위원회
한지는 생활용품을 포장하는 용도를 넘어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 수도 있다. 2003년 8월. 사진제공 / 한지문화제위원회
체험학습장이 있는 한지공예관은 원주 치악산 들어가는 길 오른쪽에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체험학습장이 있는 한지공예관은 원주 치악산 들어가는 길 오른쪽에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원주] 조선인의 예술혼이 면면히 전해온다는 조선 한지. 한지를 제조하고, 그 한지로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원주 한지공예관을 찾았다. 

모처럼의  나들이가 비의 방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 또 걱정했는데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밝게 출렁거렸다. 그 햇빛을 받아 마음껏 푸르름을 발산하고 있는 신록도, 원주를 향하는 여행자의 발걸음도 더 없이 싱그러웠다.

서울에서 두 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원주 한지공예전시관은 깊고 푸른 치악산 자락에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일행을 반겨준 심상분 실장을 따라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원주 한지공예전시관.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원주 한지공예전시관.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팔찌며 목걸이, 열쇠고리 같은 작은 액세서리에서부터 소품을 보관하는 동고리, 옛날에 문서를 보관했다는 고비, 전기 스탠드, 경대, 인형, 바둑판, 찻상 등 한지로 만들어진 공예품은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예쁘고 훌륭했다. 그 중에서도 여러 가지 모양의 스탠드(등)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원앙 등에서부터 벽걸이 등, 연인 등, 원두막 등, 나무 등, 박모양 등, 원통형 등까지 한국인의 정서와 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한지는 이렇게 작품으로 대하는 것도 멋있었지만, 한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한지의 종류는 총 3백여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이 곳에서 본 것만 해도 빨강, 노랑, 파랑, 초록의 원색에서부터 중간 중간 무늬를 넣은 화려한 색상, 자연을 닮은 은은한 빛깔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또 도배지로 쓰이는 한지는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짚지, 운용지, 쑥지, 피지 등 이름도, 느낌도 모두 달랐다.

한지의 멋스러움에 취해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한지공예를 직접 체험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 원주한지공예전시관에서는 우리처럼 한지공예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주말을 제외한 주중에, 방문 3일 전까지 전화로 예약을 하면 된단다.

한지로 만들 수 있는 공예품은 모두 우리네 안방에도 있다. 사진은 초배지 위에 풀칠하는 모습.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한지로 만들 수 있는 공예품은 모두 우리네 안방에도 있다. 사진은 초배지 위에 풀칠하는 모습.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우리가 만들어 볼 공예품은 필통이었다. 미리 만들어진 틀에 색색의 한지를 붙이고 예쁜 문양까지 넣어 보는 거였다. 먼저 심상분 실장이 시범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풀칠을 하고 틀에 맞춰서 한지를 바르는 일은 차분하고 섬세한 정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필통도 이 정도인데, 조금 전에 보았던 그 화려한 공예품들은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졌을지 상상조차 힘들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한 시간 가량을 매달린 끝에 탄생한 예쁜 필통을 보자 마치 내가 공예가가 된 것처럼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풀이 채 마르지 않는 필통을 들고 다음 답사지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전통 방식 그대로 한지를 생산한다는 ‘원주한지’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높게 쌓여 있는 나무더미들이었다. 설마 저게 닥나무? 땔감으로 쓰이는 폐목을 본 우리는 나무들을 의심했다.

한지는 3백여 종류가 생산되고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한지는 3백여 종류가 생산되고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한지 만드는 과정. 닥나무를 삶은 뒤 잡티를 제거하고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한지 만드는 과정. 닥나무를 삶은 뒤 잡티를 제거하고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공장은 작고 소박했지만 공장 곳곳에서 한지를 만들어내는 정성스런 손길이 느껴졌다. 한지 한 장을 만드는데 백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해서 ‘백지(百紙)라고도 불린다는 이름만큼 만드는 과정이 복잡했다. 먼저 양잿물을 넣은 큰솥에 닥나무를 넣고 삶은 다음 세척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얗게 표백한 후 분쇄기에서 잘게 자르고, 다시 가마에 넣고 염색을 한다.

염색을 마친 재료는 큰 통에 담겨져서 한 장 한 장 종이 뜨기를 하게 되는데 한 장을 뜨는데도 1분 정도가 소요된다. 종이 뜨기가 끝나면 물기를 제거하고 한 장씩 떼서 건조기에 말리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손 작업으로 하는데, 이렇게 정성스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인지 한지는 가볍고 보온성이 좋으며 습기와 냄새를 없애 주고, 그 생명이 천년을 갈 만큼 질기며 색상도 은은하고 곱단다. 이런 한지의 우수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계로 만든 한지보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한지를 더 선호한다고.

전통방식으로 만든 한지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장응렬 사장의 얼굴엔 자신이 만든 한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는 그도 자식에게는 이 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지를 만드는 작업이 그만큼 힘들고 지난하다는 뜻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긴 한지의 생명처럼 이 작업이 그에게서 그치지 않고 대를 이어 오래 오래 지속되기를 소망해 보았다.

한지 공예품 만드는 과정
1. 골격 만들기 - 두꺼운 판지를 원하는 모양대로 잘라서 골격을 만든 후 접착제로 붙인다.
2. 초배지 바르기 - 만들어진 틀에 초배지를 바른 다음, 초배지가 마르면 색지를 바른다.
3. 문양 붙이기 - 원하는 문양을 그려서 자른 후, 틀 위에 문양을 놓고 풀칠을 한다.
4. 마감 칠하기 - 풀을 아주 묽게 섞어서 붓에 바른 다음, 얇게 전체에 발라준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에서 새말IC -> 안흥 방면으로 우회전 -> 원주 방면으로 우회전 -> 학곡저수지 앞에서 구룡사 방면으로 좌회전 -> 치악 2교를 지나 오른쪽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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