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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족 섬여행] 모래 위에 남긴 가족발자국, 승봉도 나들이
[가족 섬여행] 모래 위에 남긴 가족발자국, 승봉도 나들이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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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승봉도의 아름다운 풍경.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승봉도의 아름다운 풍경.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한적한 승봉도 해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한적한 승봉도 해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아빠! 발자국이 자꾸만 따라와요. 엄마! 파도가 자꾸만 따라와서 발자국을 지워요. 오랜만에 떠나온 섬 여행, 온가족이 흥분한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승봉도로 가는 배가 있는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바닷가 풍경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뱃고동이 길게 울리고는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 바다의 풍광에 휩싸였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볼수록 새롭다.

새우깡을 따라다니는 갈매기들
수평선 위로 머리를 내민 여러 섬들. 오밀조밀한 섬의 모양이 가히 제일의 풍경이다. 탁 터진 바다, 그리고 수평선, 갈매기들의 비행, 암벽에 뿌리를 박은 해송의 자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가족이 사는 경기도 포천도 경치가 좋다고들 하는데 감히 견줄 수가 없다.

사승봉도에서 5년째 살고 있는 할머니가 그물에 걸리 녹기를 잡으러 나왔다.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사승봉도에서 5년째 살고 있는 할머니가 그물에 걸리 녹기를 잡으러 나왔다.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건이 된다면 한번은 해변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작은애 수빈이는 갈매기한테 새우깡 던지느라 정신이 없다. 큰아이 원근이를 불러서 이 느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근이가 아빠가 느끼는 감정을 알 수 있을까 생각도 들지만 이런 자연 속에서는 어쩜 나이를 뛰어넘는 아빠와 아들간에 교감이라는 게 생길 것도 같다.

“저 섬들의 경치를 보아라. 크고 작은 섬마다 모양이 다 다르지? 왜 다를까? 풍부한 자연의 모습이다. 다양한 선과 모양들을 느껴보아라.”

사승봉도 모래사장과 파라솔.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사승봉도 모래사장과 파라솔.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승봉도 이일레 해수욕장에서 잡은 우럭
1시간 정도 뱃길을 달려서 승봉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방파제의 바닷물이 깨끗했다. 민박집에서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와 있다. 길이 좁아서 타지 사람들이 차를 몰고 다니기에는 좀 위험하겠다. 짐을 풀고 섬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작은 섬이라서 어디서나 쉽게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름도 없는 작은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람 손이 덜 타서 그런지 깨끗했다. 고운 모래사장에 맑은 물이 서해라고 믿기지 않았다. 아이들이 당장이라도 들어가자고 난리이다. 섬 한편으로 가보니 작은 또 하나의 해변에는 잔돌이 쫙 깔려 있다.

한 가족이 텐트를 치고 해변을 독차지하고 있다. 바위 옆에서는 아빠와 아이의 우럭 낚시가 진지하다. 아이들의 관심은 수영하는데 있지만 나와 집사람의 관심은 물 빠지는 해변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 1∼2시간 누워있다 밤 12시쯤 썰물 때를 맞춰서 후레쉬를 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바람은 낙지와 해삼 한 마리씩 잡는 것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손수 잡은 낙지를 안주삼아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었다. 우리의 조과는 우럭 새끼 3마리와 게 몇 마리가 전부였다. 그것도 애엄마가 돌 틈에 숨은 우럭 새끼를 손으로 움켜쥐어서 잡았다. 손이 우럭 가시에 찔려서 밤새 쑤셔온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해변에서 잡은 조개. 모래가 많이 들어있어서 먹기가 어렵다.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해변에서 잡은 조개. 모래가 많이 들어있어서 먹기가 어렵다.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모래가 많아서 사승봉도란다
다음날 아침, 무인도라는 사승봉도에 갔다. 모래로 된 해변에 둘러싸여 있다 해서 모래사(沙)자가 붙어서 사응봉도라고 불렸단다. ‘사응봉도’하면 발음이 어려우니까 사승봉도라 부르나보다 자칭 내 나름대로 해석을 붙였다. 어선을 타고 10여 분을 가니 사승봉도에 도착했다. 승봉도의 해변도 아름다웠지만 사람의 발자국도 없는 무인도 사승봉도에 내리는 기분이야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 가족은 해변을 뒤졌다. 조그만 구멍, 큰 구멍들이 여기저기에 많았다. 처음에는 무언지 모르고 그냥 궁금해서 파봤다. 구멍 밑에는 게도 있고, 납작한 조개 등이 있었다. 그중 방게 구멍이 제일 많았는데 파내기가 쉽지 않았다. 모래를 한 뼘쯤 파고 들어가면 물이 고여서 메워지곤 해 한번 파내면 더 이상은 파낼 수가 없었다.

소라의 알.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소라의 알. 2003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사승봉도의 해변은 아주 건강하다
벌에는 방게들이 많이 살고, 고둥들이 탐스럽게 알을 까놓아 풍성한 번식을 하고 있다. 바위에는 수많은 고둥, 조개, 굴, 소라 새끼들이 많이 살고 있다. 모래사장 한켠에 드러난 갯벌을 파보니 갯지렁이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갯바위의 건달 갯강구 떼들이 밀물처럼 몰려다닌다. 게으름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방게의 구멍 파는 완벽한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인간의 범주만 벗어나면 완벽한 진리의 순간들이 도처에서 발견 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인간만이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여행보다는 작은 것에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여행이어서 더욱 좋았다. 풍부한 자연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은 여행이었다. 유명한 여행지보다는 이름 없이 소박한 곳이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자연은 항상 화려한 것만 보여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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