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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주말가족여행] 아담한 포구, 조개잡기, 해상유람선 - 삼길포(三吉浦)
[주말가족여행] 아담한 포구, 조개잡기, 해상유람선 - 삼길포(三吉浦)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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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어선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바다 위에 떠 있는 어선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충남] 서울만 벗어나면 천천히 가도 한시간 반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송악 IC로 벗어나면 고대리와 석문방조제, 장고항을 지나 대호방조제에 도착한다. 이 대호방조제까지가 충남 당진군. 방조제 끝이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 바로 삼길포다. 서산 쪽에서 보자면 방조제가 시작되는 곳인데 이 곳 사람들은 ‘생길포’라 부른다. 가족이 주말을 보내기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포구다. 

취재를 하러 도착했을 때 대호방조제는 물론 서해 일대가 온통 안개에 잠겨있었다. 벌써 며칠째 계속된 안개주의보. 독자들에게 보여줄 사진이 우선 걱정이 됐다. 후일 다시 올까? 삼길포 앞바다, 안개에 묶인 어선들을 바라보며 망설이다 돌아갈 시간을 놓쳤다.

삼길포 선착장에서 회를 파는 어선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삼길포 선착장에서 회를 파는 어선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삼길포 건어물 시장.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삼길포 건어물 시장.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포구와 안개. 발길을 묶는 뭔가가 있다. 바닷가를 따라 선착장으로 가는 길 왼쪽에는 식당들이 있고 오른편은 바다를 등진 천막상점들이 있다. 마른 멸치, 새우, 젓갈… 해산물이 수북한 그 길을 1백 미터 정도 가다보면 바다로 내려가는 조그만 선착장이 나온다.

양옆으로 10여척의 작은 어선들이 나란히 머리를 대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이 배들이 곧 횟집이다. 우럭 1kg에 7천원. 몇 마리나 되냐고 물었더니 두세 마리 정도인데 바다에서 기른 양식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어쨌든 배 위에서 바로 먹는 맛이 색다른가, 사람들이 심심찮게 모인다.

매운탕거리도 싸주는데 인근 식당에 가서 끓여먹으면 된다. 그러고 보니 회를 팔지 않는 식당도 ‘매운탕 끓여줍니다’라고 조그맣게 써놓았다. 매운탕 끓여주고 밥 한 그릇 더해서 4천원. 식당이나 대부분의 회집이 문을 일찍 닫는데 “왜 이렇게 일찍 닫느냐”고 했더니 “어촌이라 그렇다”란 대답.

9월이민 삼치가 잘 잡힌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9월이민 삼치가 잘 잡힌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삼길포는 원래 뱅어잡이로 이름난 어촌이었다. 그런데 84년 대호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조류가 바뀌어 더 이상 뱅어가 잡히지 않았다. 대신 길이 편리해지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밀려왔다. 지금은 꽃게와 큰새우, 바다낚시로 이름이 난 포구가 됐다.

바다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와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다. 민박 주인 말에 따르면 고등어, 삼치, 돔, 갈치, 학꽁치, 우럭, 놀래미, 숭어, 망둥어 등 다양하게 잡힌다. 9월이면 대호방조제 배수갑문 근처에서 삼치를 잡는데 초보 낚시꾼도 십여 마리는 거뜬히 잡을 수 있노라고 그때 한번 오란다.

삼길포 뒤를 두른 산이 삼길산이다. 포구 끝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비포장도로가 있는데 이 도로는 7부 능선쯤에서 해안선을 따라 산을 돌아간다. 민박 주인은 그 길에서 보는 서해 절경이 남해 다도해 못지않다고 적극 추천을 했는데, 아쉽게도 해무에 가려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바다 海, 달 月, 海月寺 대웅전.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바다 海, 달 月, 海月寺 대웅전.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비포장 도로를 천천히 달려 20분 정도 가다보면 화곡1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마을을 가로 질러 나가 만난 큰길을 따라 다시 삼길포로 돌아오는데 왼편으로 ‘해월사’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본래 해월암(海月庵)이었다. 그 연원이 깊어 백제시절 건립되었다 전하고 17세기 조선시대 문헌에는 삼길사(三吉寺)로 나온다. 주지 청용스님이 대웅전을 건립하면서 암자에서 사찰로 바뀌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마을
바다를 가로질러 쭉 뻗은 대호방조제는 안개속으로 들어가 끝이 안보인다. 하긴 장장 7.8km에 이르니 안개가 걷힌다 해도 그 끝을 보기 어렵다. 방조제 중간쯤에 도비도, 이제는 섬이라 부를 수 없는 섬이 있다. 자갈과 굵은 모래로 된 갯벌이 펼쳐져 있어 조개 채취하기에 딱 좋다.

물때를 맞춰 호미를 들고 나가서 열심히 파면 바지락 한 꾸러미는 거뜬히 캔다. 도비도에는 농업기반공사에서 운영하는 대호농어민교육복지센터가 있다. 커다란 건물이 두 동 연달아 있어 눈에 확 띄는데 이름 때문에 ‘농어민 연수관인가’ 하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길가에서 한눈에 보이는 숙박 동에는 커다랗게 ‘모텔’이라고 써놓았는데 관광객을 위한 숙박도 겸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필사적인 의지가 느껴졌다. 실제로 가족끼리 이 근방에 와서 알짜로 묵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암반해수탕, 목조각 공원 등도 도비도에 자리 잡고 있다.

도비도 앞바다 갯벌, 마음만 먹으면 바지락 한 꾸러미 거뜬하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도비도 앞바다 갯벌, 마음만 먹으면 바지락 한 꾸러미 거뜬하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이 곳 앞바다는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비경도, 대오도 등의 섬들이 몰려 있다. 도비도 선착장에서 대난지도까지 약 20분 거리 뱃길을 가며 서해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 대난지도는 고운 모래갯벌이 깔린 해수욕장으로 잘 알려진 섬. 난과 약초가 많이 난다해서 난지도라 불린다.

도비도에서 당진방면으로 대호방조제가 끄트머리까지 가면 당진화력발전소의 위용이 왼편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나오는 마을이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왜목 마을. 이 곳도 역시 아담한 포구 마을이다.  

왜목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표지판.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왜목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표지판.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난지도로 가는 유람선이 도비도 선착장에 닿았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난지도로 가는 유람선이 도비도 선착장에 닿았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국도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길이 약간 고개 져 있는데 고개 위에서 좌측으로 야트막한 동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길 입구에 ‘일출, 일몰 보는 곳’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다. 당진화력 경비실 아저씨 말이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한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고, 그 밤을 왜목 포구로 내려가 샌 다음 새해 첫 새벽 일출을 보려는 것.

이 한적한 포구 마을도 요즘 펜션 건축 바람이 불어 여기저기 공사 중이다. 저녁에 식당에서 조개탕을 먹는데 옆 자리의 가족이 지도를 빌려 달라고 했다. 소개를 받고 왔는데 너무 볼거리가 없어 다른 곳으로 가야겠단다.

일년 만에 맞는 휴가라면 안개에 덮인 한적한 포구가 심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느 평범한 주말, 이삼일 쯤 머물며 기다란 대호방조제 따라 걸어보고, 걷다 지치면 그 자리에 낚시대 드리웠다가, 고기 안 잡히면 갯벌도 헤쳐 보고, 그래도 양에 안차면 유람선 타고 서해 다도해를 돌아다니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밤 깊어가는 포구 마을, 노랗게 익어가는 가로등을 지나는데 밤안개 자욱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못 찍어서 어떻게 하나’ 문득 걱정이 됐다. 안개는 두터워서 내일도 걷힐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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