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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강화 기행] 우담바라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떠냐, 떨어지는 해나 보고 가거라~ 적석사 낙조대
[강화 기행] 우담바라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떠냐, 떨어지는 해나 보고 가거라~ 적석사 낙조대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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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적석사 낙조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일몰.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적석사 낙조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일몰.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강화]  저 멀리 천축에서 온 고승이 고려산 정상 오련지에 핀 다섯 송이 연꽃을 하늘로 날려 그 꽃이 떨어진 자리에 청련사, 백련사, 흑련사, 황련사, 적련사 다섯 사찰을 세웠다. 1천6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흑련사와 황련사는 남아 있지 않고 적련사는 적석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1천6백년의 영화와 겁난 속에 소실되었다 중건되기를 8차례. 대웅전에는 손끝과 귀 옆에 우담바라가 피어난 불상이 있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가파른 오르막길을 정신없이 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턱하고 버티고 선 석벽과 마주친다. 고개를 들어보면 적석사 범종루가 수고했다는 듯 살짝 내려다본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적석사 오르는 길 입구에는 ‘경사가 심하니 일반 차량은 진입을 금함’이란 표지가 있다. 도대체 얼마나 경사가 졌기에… 일단 올라갔는데 운전경력 10여년에 보기드문 오르막길이었다. 나중에 적석사 오른 후기를 뒤지다보니 ‘티코를 타고 올라 가는데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아 불안했다’고 적은 글이 있었다.

진입로는 적석사 바로 아래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고구려 장수왕 때 창건하면서 적련사로 불렸는데 붉을 ‘적’자 때문인지 불이 자주 나서 적석사로 바뀌었다나. 1천6백년 세월 흐름 속에 소실되었다 중건되기를 8차례. 고색창연한 대웅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범종이 달려있는 누각에서나 예스러움을 느껴볼 수 있을까.

대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전설들이 이 작은 산사를 지킨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었다거나 한때 임금의 피난처였고, 또 한때는 공주가 머물기도 했다는 사찰. 대웅전 동편의 돌 틈에서 나오는 물은 국난이 일면 흐려진다고 하고, 최근엔 불상에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암에 효과가 있다는 적석사 약수. 나라가 위난에 처하면 물이 흐려진다는데 유심히 보니 아직 맑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위암에 효과가 있다는 적석사 약수. 나라가 위난에 처하면 물이 흐려진다는데 유심히 보니 아직 맑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1천6백년의 영화와 겁난 속에 소실되었다 중건되기를 8차례. 대웅전에는 손끝과 귀 옆에 우담바라가 피어난 불상이 있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우담바라. 3천년 만에 한번 핀다는 불가 전설의 꽃. 학자들은 풀잠자리 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데. 풀잠자리는 왜 또 그 곳에까지 가서 알을 낳았는지 그 마음은 알 길이 없고. 도대체 뭘까? 대웅전 앞에 붙여진 우담바라 사진을 보며 고개를 기웃거리는데 갑자기 열어놓은 법당 문 안으로 부처가 보인다. 찔끔 놀라 동편에 솟는, 위암에 좋다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곧바로 산신각이 있는 범바위로 오른다.

낙조대에서 바라본 낙조봉.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낙조대에서 바라본 낙조봉.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낙조대에서 바라본 석모도. 바로 아래는 내가면과 내가저수지.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낙조대에서 바라본 석모도. 바로 아래는 내가면과 내가저수지.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석조 치성광 여래와 산신, 독신을 모셨다는 산신각. 그 위로 오르면 낙조대가 나온다. 강화 6대산 중에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건만 낙조대란 이름을 얻었으니 그 풍광이야 따로 말 할 것이 있을까. 바로 아래로 내가 저수지와 마을 논밭이 고만고만하게 내려다보이고 작은 바다 건너 석모도, 그 너머로 다시 섬들과 바다가 드문드문 눈길을 끈다.

교동도와 사이로 너른 바다가 펼쳐있고 좌측으로는 혈구산, 퇴모산, 그리고 희미하게 마니산이 차곡 차곡 겹친다. 강화팔경 중 제 1경이라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닐 성 싶다. 여름철에는 낙조대에서 일몰을 볼 수 없다. 해가 고려산 능선으로 숨어버리기 때문. 뒤로 보이는 십여분거리 낙조봉까지 올라가야 한다.

맑은 날 낙조봉에 오르면 앞으로는 멀리 황해도 연백을 비롯해 북한 지역의 능선들이 파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낙조봉에서 이어진 능선이 비스듬히 내려갔다 다시 오르는데 그 곳이 바로 고려산 정상인 고려봉. 적석사 창건설화를 담은 오련지는 메워지고 군사기지만 있다.  

소미의 화염? 무슨 뜻일까. 요즘 사찰마다 찻집을 운영하는데 이 찻집은 일단 시야가 넓어 좋다. 널찍한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강화도 풍광이 시원하기만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염화의 미소'를 거꾸로 읽었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소미의 화염? 무슨 뜻일까. 요즘 사찰마다 찻집을 운영하는데 이 찻집은 일단 시야가 넓어 좋다. 널찍한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강화도 풍광이 시원하기만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염화의 미소'를 거꾸로 읽었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불한증막이라고 건물을 생각하면 지나치기 쉽다. 원뿔 모양으로 세운 황토굴이 불한증막이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불한증막이라고 건물을 생각하면 지나치기 쉽다. 원뿔 모양으로 세운 황토굴이 불한증막이다. 2003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Tip. 
선원사 불한증막 누구나 무료다. 참나무 장작불을 지펴 황토굴을 데운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견디다 못해 나오면 온 세상이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선원사 토굴 불한증막. 24시간 무료로 운영을 한다.

요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고 하지만 진짜다. 원뿔모양으로 크게 세운 황토굴에 참나무 장작을 때는데 안에 있으면 온 몸이 도자기처럼 구워지는 느낌이 든다. 건강에 좋아 몸이 아픈 이들이 치료차 많이 찾는다.  

불심 있는 신자들이라면 불한증막 입구 불전에 때때로 시주를 하겠지만 표 받듯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선원사측에서는 신도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 편의를 위해서 운영한다고 한다. 지나다 들르는 사람들을 위해 수건이나 옷도 빌려주는 데 상하의 각각 1천원씩이다.

영리를 위주로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식사도 미역국과 국수로 단출하다. 단골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게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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