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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국의 숲] 신라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인공림
[한국의 숲] 신라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인공림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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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함양 상림.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 작가
울창한 나무들이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함양 상림.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작가

[여행스케치=경남]  천년 전에 옛날 홍수피해를 막기 위하여 조성한 숲이 있다. 함양에 있는 상림. 천년의 시간을 지닌 상림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우리나라의 인공림 중 가장 오래된 숲으로 천연기념물이다. ‘고향은 잊어도 상림은 잊을 수 없다’는 함양 사람들의 애정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숲이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대덕동에 자리한 ‘함양 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재위 887∼897) 때, 최치원이 태수 재임시 치수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인공 숲이다. 상림은 당시 함양읍의 중앙을 관통하던 위천강의 잦은 홍수로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하자 군민을 동원 강물줄기를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제방을 쌓으면서 나무를 심어 조성하게 된 것이다.

이때 최치원은 풍수해를 막기 위한 나무는 자신이 직접 지리산과 백운산에서 캐다 심었다. 완공된 숲을 당시에는 ‘대관림’으로 불렀으며 동국여지승람 및 경상도읍지는 상림, 중림, 하림으로 나눠 불렀다.

함양 상림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한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숲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조상들이 홍수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지혜를 알 수 있다.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작가
함양 상림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한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숲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조상들이 홍수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지혜를 알 수 있다.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작가
옛 신라인들이 거닐던 산책로를 천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 우리가 걷는다.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작가
옛 신라인들이 거닐던 산책로를 천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 우리가 걷는다.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작가

취락지 형성으로 중림이 완전히 사라지고, 하림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자 사람들은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상림의 이름을 빌려서 지금의 ‘함양 상림’ 또는 ‘상림 공원’으로 부르고 있다. 1962년 12월 숲의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 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으며 숲은 1.6km의 둑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옛날 사람들이 함양을 ‘오지도 이런 오지가 없다’고 말 할 정도로 함양은 진짜 오지였다. 지금은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를 비롯한 다른 도로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어 오지의 오명은 사라졌지만. 대중 교통을 이용 함양읍으로 들어오면 도로변에 걸린 함양 상림 안내판이 선명하다. 읍내 대중 교통을 이용, 쉽게 갈 수 있는 상림은 읍에서 서쪽으로 약 10분쯤 거리에 있다.

상림 입구에 도착하면 상림 숲 상층부에 해당되는 넓은 잔디밭에 세워진 다볕당이 쭉 뻗은 나무들 틈새로 보이는가 싶다가 이내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된 자동차 번호판은 이곳 나무들만큼이나 다양하다. 서울 부산 경기 등…. 상림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즐겨 찾는 사랑 받는 곳’으로 인식이 되는 부분이다.

이곳 군민들은 ‘함양의 상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향은 잊어도 상림은 잊을 수 없다’고. 상림 숲에 대한 군민들의 애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입구에 세워진 ‘문창후 최선생 신도비’를 지나면 곧게 뻗은 산책로가 옛날 작은 신작로를 연상케 한다. 산책로 좌우에는 갈참나무·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서어나무류가 있고 이들 나무에 왕머루와 칡 등이 얽혀있는 풍경이다.  

1993년 한 조사에 의하면 상림에는 1백16종류의 식물이 있으며, 현재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상림 숲은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옷을 갈아 입는다.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숲에는 양반 사대부와 관련도니 문화재가 많다. 뱀과 개구리가 없다는 전설도 있지만 목격자들은 뱀은 아직 나타나지 않지만 가끔 개미가 보이고 설죽이 많이 나고 있다고 말한다.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작가
숲에는 양반 사대부와 관련도니 문화재가 많다. 뱀과 개구리가 없다는 전설도 있지만 목격자들은 뱀은 아직 나타나지 않지만 가끔 개미가 보이고 설죽이 많이 나고 있다고 말한다. 2003년 9월. 사진 / 김상문 사진작가

이 중 봄과 가을의 상림을 즐겨보라고 지인들은 권한다. 봄에는 꽃이 쌀밥(이밥)과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이팝나무’가 하얀 꽃으로 숲을 온통 뒤덮고, 가을에는 낙엽과 붉은 단풍 옷이 숲을 치장하기 때문이다. 보통 성인을 기준 약 한 시간 가량 상림 숲의 흙을 밟게 되는데, 산책의 또 다른 묘미는 중앙 산책로 옆으로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이다.

나무 사이로 유유자적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세상 시름이 사라지고 ‘아! 이 맛이 산책의 참 맛이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낙엽이 ‘사각사각’ 밟히는 소리. 그리고 짙은 흙 냄새. 여기에 실개천을 따라 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가을 상림의 완벽한 3박자를 이룬다. 가을 만추에 젖어 보고픈 독자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여기에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아침 산책을 권하고 싶다. 엷은 안개에 젖어든 숲이 주는 경관도 경관이지만 더 없이 서늘하고 부드러운 ‘공기’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때는 상대가 부부 아니면, 애인 또는 친구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든다.

특히 숲에는 뱀과 개구리가 없는데 최치원의 효성에 하늘이 감동해서 내린 혜택이라고 한다. 혹시 하며 살피며 걷는 것도 재미다. 상림 숲은 또한 옛날 시인 묵객들이 상림의 경관을 즐겼다는 학사루를 비롯 사운정, 초선정, 화수정 등 정자와 최치원 신도비, 만세기념비, 대원군 척화비, 역대군수, 현감 선정비군 등의 비석, 이은리 석불, 다별당 등 양반 사대부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재를 갖고 있다.

Traveler’s Guide 
주변 관광지
정병호가옥(9km), 농월정(17km), 한신계곡(34km), 용추계곡(25㎞), 오봉산(9km), 세종왕자 한남군묘(0.5km) 등.

함양에서 만난 문화재
1. 함양 상림 (천연기념물 제 154호)
상림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잡은 인공림이며,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 때 만든 숲이다. 1962년 12월 3일 길이 1.6Km, 폭80∼200m의 숲이 지닌 문화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함양의 대표적 관광자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주변에 많은 문화재를 품고 있다.

2. 이은리석불(지방 문화재 32호)
함양읍 이은리 냇가에서 1950년경에 출토된 것을 상림으로 옮겨 놓았는데 광배와 대좌를 모두 갖춘 이 불상은 현재 두 손이 떨어지고 없다. 머리부분은 단정하며 두 귀는 길고, 목에는 삼도가 선명하다. 원만한 얼굴은 다소 토속적인 표정으로 보인다.  

3. 문창호 최선생 신도비 (지방문화재 제75호)
상림 약수터 앞에 있다. 민심을 바르게 한 최치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1923년에 경주 최씨 문중에서 세운 비다.

4. 함양 척화비 (지방 문화재자료 제264호)
쇄국의 의지를 알리고자 고종이 전국 곳곳에 세운 척화비 중 하나로 상림 잔디장 입구에 세워져 있다. 높이 110cm, 폭 55cm, 이수높이 40cm, 두께 19cm의 크기로 일제시대에 일본에 의해 전국 척화비가 대부분 훼손되었으나 이것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5. 함화루 (지방문화재 제258호)
원래 함양읍성의 남문에 망악루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였으나 1932년 ‘고적보존회’에서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이때 ‘함화루’ 라고 개칭하였다. 현재 벽과 문짝은 사라지고 기둥에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1층 부분은 기둥만 있고 정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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