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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주말가족여행] 끝나지 않은 가을 동화, 대관령 목장
[주말가족여행] 끝나지 않은 가을 동화, 대관령 목장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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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초원을 뒤덮은 안개가 운치를 더하는 대관령 목장.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초원을 뒤덮은 안개가 운치를 더하는 대관령 목장.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여행스케치=평창] “우리나라에 이런 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대관령 목장을 간다니까 누군가 다녀왔다며 한마디 해주었다. 드넓은 언덕과 광활한 초지. 우리 눈에 익숙한 풍경은 아니다.

횡계에서 대관령 목장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이정표에 ‘삼양대관령목장. 포장 2.5km 비포장 4.5km’라고 쓰여 있었다. 비포장 4.5km면 차로 가도 짧지 않은 거리다. 그런데 실제로는 포장이 4.5km였다. 덕분에 염려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목장에 도착했다.

목장 입구 매표소에서 어른 5천원, 아이 3천5백원의 입장료를 받는데 안내책자와 삼양우유를 하나씩 준다. 목장에서 마시는 우유라 왠지 느낌이 다르다. 저 언덕 위에서 풀을 뜯는 소에서 난 우유다. ‘풀은 고기와 우유입니다’란 팻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목초는 안개를 먹고 자라나? 뿌연 안개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목초는 안개를 먹고 자라나? 뿌연 안개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목장의 주인은 사실 소와 양들이다. 한때 3천 마리의 젖소들이 이 목장 6백만 평 초지를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우유가 많이 남아돌아 젖소들도 준 것이다. 이 때문에 남는 면적을 이렇게 저렇게 활용을 한다. 목장 가운데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곳에는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고 다른 쪽 언덕에는 대규모 야생화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목장은 동양 최대의 목초지로 여의도 면적의 7.5배에 이른다. 높이도 해발 850m에서 1,470m에 달한다. 어지간한 산보다 높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름이 알려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많이 등장한 것이다.

드라마 '가을동화' 속 은서, 준서네 집. 낯익다.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드라마 '가을동화' 속 은서, 준서네 집. 낯익다.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최근 인기를 끈 신세대무협사극 ‘다모’도 여기 와서 촬영을 했다. ‘가을 동화’ ‘연애  소설’‘선녀와 사기꾼’ 등등이 알게 모르게 이 곳에서 작품을 찍었다. 그래서 처음 와본 사람도 어디선가 본 듯 낯익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본다.

가을동화가 대만에서 상영됐을 때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와서 “은서 준서 나무가 어디냐? 찾아내라”고 해서 한바탕 해프닝도 벌어졌다는데 지금은 드라마 촬영 장소를 친절하게 표시해 두었다. 은서 준서가 살던 집이나 나무, 연애소설에 등장하는 언덕 등은 단체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골 코스다.

컵라면이 맛있는 동해 전망대 매점.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컵라면이 맛있는 동해 전망대 매점.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강릉 앞바다가 보이는 전망대 1, 2단지로 나뉜 목장을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바퀴 도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1단지 위쪽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강릉과 동해를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뒤쪽을 바라봐도 경치가 그만이다. 탁 트인 초원 너머로 우측 1,173m 매봉에서 신바위, 소황병산, 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의 모습이, 언덕이니 그렇지 산에 올라가서는 보기 어려운 경치다.  

2단지를 지나면 남한강 발원지에서 내려오는 계곡을 만난다. 이 물이 정선 영월을 거쳐 남한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을 이룬다. 계곡 물에는 파아란 하늘이 담겨 있고, 흙은 타오르는 듯한 붉은 황토, 푸른 초원에 이따금씩 한두 그루 나무들이 서서 바람을 맞고, 조각구름이 스치듯 지나간다.

원래 사유지여서 일반인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3년 전 잠시 열었다가 구제역 파동 때문에 문을 닫았던 목장은 지난해 8월부터 다시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아직 개발 중이긴 하지만 별장민박과 목장민박,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은 충분하고 서바이벌 게임장, 산악자전거, 오토 카 등등 가족이 와서 즐길 거리가 준비 되어 있다.

대관령 목장의 겨울 풍경.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대관령 목장의 겨울 풍경. 2003년 10월. 사진제공 / 꽃을 찾는 사람들

솔직히 더 이상 개발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해본다.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겨울이면 눈놀이장을 여는데 어디쯤이냐고 했더니 목장 관계자가 웃는다.

“가고 싶은데 아무데나 가서 타면 되지요.” 겨울이면 온 천지가 눈이고, 사방이 언덕이니 올라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좋다는 것이다. “위험하지 않을까요?”“글쎄요. 높은 곳에는 어차피 올라가지도 못할 텐데요. 뭐” 리프트가 없다. 눈은 무릎까지 쌓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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