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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취미여행] 구름을 읽고, 새처럼 나는 사람들 '천지연 PARAGLIDING' 동호회
[취미여행] 구름을 읽고, 새처럼 나는 사람들 '천지연 PARAGLIDING' 동호회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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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푸른 하늘을 날으려는 욕망, 바람과 하나 되는 순간.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푸른 하늘을 날으려는 욕망, 바람과 하나 되는 순간.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용인] 살랑살랑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뭉게뭉게 구름이 이는 좋은 날. 가슴에 뭉실뭉실 구름이 피어오르는 사람들과 하늘을 날았다.

여행을 하면서 제일 먼저 알아보는 것이 일기예보이다. 비가 내려도 여행은 할 수 있지만 사진 찍기에는 비 오는 날은 재미가 좀 없다. 연일 계속되는 비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이번 취미여행은 비가 오지 않아서 내심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룰루랄라 ‘천지연 패러글라이딩’ 동호회가 있는 용인 초부리 정광산으로 향했다.

노란 컨테이너 사무실 뒤 도토리 나무 밑으로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뭉실뭉실. 바람이 나뭇잎을 훑고 지나간다. 아싸! 날씨 좋고 사람들만 더 모이면 파란 하늘에 떠있는 패러글라이딩을 찍으리라 마음먹고 있는데 아무도 비행을 하지 않았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윈드삭.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윈드삭.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윈드삭에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갔다. 원용묵 스쿨장이 나뭇잎의 흔들림을 읽고 구름을 읽는다. 초급자는 20km/h, 중급자 23km/h, 상급자 25km/h 정도의 풍속이 적당한데 바람이 27∼33km/h가 넘게 불었다.

풍속의 변화가 일정하지 않고 순간순간 바람이 몰아쳐서 사람들이 안타까운 눈으로 바람을 읽고 있다. 원용묵 스쿨장에게 전화가 계속 걸려 온다. 비행하기 좋은 지 체크하려는 전화다. 바람이 문제다. 나무 밑 벤치에 앉아 바람을 기다리며 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같으면 비행하느라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단다.

착륙장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착륙장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하늘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
패러글라이딩이 좋아서 글라이딩 회사에 다닌다는 김규태 씨는 창문이 있는 회사는 못 다닌다. 구름이 좋은 날에는 김규태 씨 가슴에도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올라 회사에 앉아있지 못 한다. 비행 얘기만 하면 두 눈이 반짝이다가 생활을 물어보면 가슴이 메어진다고 대답을 회피한다. 비행이 환장하도록 좋단다.

박종걸 씨는 시간만 나면 오는 패러글라이딩 광이다. “비가 내려서 2주를 굶었다”며 차분하게 바람이 좋아지기를 기다린다. “패러글라이딩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하면 할수록 어렵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대단한 스포츠다.”

보이지 않는 대기에서 비행하는 것은 스릴이 넘친다.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보이지 않는 대기에서 비행하는 것은 스릴이 넘친다.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하늘의 움직임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일기예보로는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때는 구름을 관찰하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바람이 전혀 없는 날에는 담배 연기의 흐름을 보고 알 수 있다.  

유철수 씨는 휴가를 내서 부인과 함께 왔다. 정광산 이륙장까지 걸어가면 40분 정도 걸리는 데 20Kg 가방을 메고 운동 삼아 걸어간다. “패러글라이딩의 매력은 역시 스릴이지요. 땅만 밟고 살다가 날개를 다니까 신나고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있습디다.”

사람들이 의자에만 앉아있기 답답한지 장비를 메고 착륙장으로 나가 연습을 한다. 이원 씨는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된 초급자이다. “잘난 놈 못난 놈 다 아래에 있으니까 좋다”며 굵고 짧게 대답한다.

착륙장에서 패러글라이더 점검
착륙장에는 다양한 풀들이 자라고 있다. 그 초록 땅에 캐너피 (패러글라이더의 날개에 해당하는 부분)를 펴고 캐너피에 달려 있는 산줄이 얽히고 걸리지 않았는지 점검한다. 박종걸 씨가 이원 씨 옆에 서서 꼼꼼하게 챙겨주며 이륙을 돕는다. 연습을 하는 이원 씨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하늘에서는 산 길이 훤히 보인다.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하늘에서는 산 길이 훤히 보인다.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잠시 바람을 타고 나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정광산 이륙장에서 날면 얼마나 멋질까! 내가 이렇게 감질이 나는데 본인들이야 어떨까…. 천지연 패러글라이딩의 진짜 명물은 사계절 내내 정광산 정상까지 사람들을 태워 나르는 사륜차다. 정광산 이륙장은 해발 480m 그리 높지 않지만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급하고 돌이 많고 울퉁불퉁해서 초행길인 사람은 10분 동안 팔과 다리에 힘이 빡빡하게 들어가며 등골이 오싹오싹, 정말 스릴이 넘치는 길을 맛볼 수 있다.

이 길을 멋지게 운전하는 김천하 교관은 패러글라이딩을 한 지 8년. 직업도 때려치고 주말에 백명이 넘는 사람들을 나르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하는 그야말로 패러글라이딩에 미친 사람이다. 정광산은 멀리 도봉산이 북쪽으로 여주와 곤지암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에버랜드가 보인다. 선수들은 에버랜드까지 날아 갈 때도 있는데 놀러나온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정광산 정상에서 김천하 교관은 “내 바람이 아냐”하며 단호하게 비행을 포기한다.  

풍속 28km/h에서 이륙하려는 순간.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풍속 28km/h에서 이륙하려는 순간.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람을 안고 하늘을 나는 새
패러글라이딩을 하기에는 봄이 좋단다. 날이 맑고 거친 6월에는 열기류가 많이 발생한다. 열기류가 올라가면 잠자리, 풀씨, 풍뎅이, 일반 새들도 바람을 타고 오른다. 열기류를 타면 고도 300m이상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몇시간이라도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정광산은 이륙, 착륙장이 좁은 편이지만 열기류가 풍부해서 선수들이 많이 온다. 가을에는 열기류가 부드러워서 초보자에게 좋다. 한번 떠보면 오래 타고 싶고 오래 타면 멀리 날고 싶고, 멀리 날면 높이 올라가고 싶고 높이 올라가면, 남보다 높이 멀리 가고 싶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욕심이다. 소박한 듯 하면서 아찔한 욕망,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가 떠오른다.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2003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연습을 끝낸 사람들이 바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륙장으로 올라간다. 이륙장에 부는 바람은 더욱 세다. 풍속이 28km/h가 넘는 대도 박종걸 씨가 취재 나온 나를 위해 날아오른다. 다들 긴장한 표정이다. 캐너피를 잡아주고 이륙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박종걸 씨가 바람을 안(정풍)은 순간 휙. 아찔하다. 다들 입을 다문다. 순식간에 창공을 나른다. 유철수 씨가 무전기로 이것저것 알려준다. 걱정이 되는 눈빛으로 이륙이 제대로 될 때까지 다들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동자에 욕망이 꿈틀댄다. 이카루스가 되어도 어떠리. 날고 싶다는 강한 욕망.

하늘 위에서는 들과 산에 상처를 낸 사람들의 길조차 아름답다. 여물어 가는 밤송이가 송이송이 가시를 세운 모습도 이쁘고, 땅바닥을 기어서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같은 사람들조차 친근하다. 작은 세상이 아름답다.  

Tip.
원용묵 천지연 패러글라이딩 스쿨장은 벌써 패러글라이딩을 한지 10년이 넘었다. 몇 년 째 국내 패러글라이딩 리그전에서 1, 2위를 다투는 선수다. 우리나라 같이 삼면이 바다인 지형에서는 크로스컨트리(장거리비행) 100km를 넘기기 힘들다고 하는데 국내 크로스컨트리 130km의 비행 기록이 있다.

회원은 많이 있지만 꾸준하게 비행을 하는 사람은 50명 정도. 심장이 약하거나 40Kg미만인 사람은 비행을 할 수 없으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은 상관없다. 가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여자들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도 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하는데 아무리 많이 나가도 상관없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비행이 섬세하다. 그러나 여자들은 처음에 배울 때 엉덩이부터 주저앉는다. 그 자세를 교정하기가 가장 어렵단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울 분들은 가격만 비교해서 싼 곳을 찾지 말고 교관이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기에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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