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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섬] 춤을 추듯 섬이 펄럭인다, 무의도
[이달의 섬] 춤을 추듯 섬이 펄럭인다, 무의도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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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무의도의 시원한 풍경.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무의도의 시원한 풍경.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인천] 도시에서 보이는 섬, 섬에서 바라보이는 도시의 아파트 불빛. 무의도라면 가능한 현실 또 하나의 재미. 안개가 또아리를 튼 날, 국사봉과 호룡곡산을 휘돌아 감고 춤을 추는 형상이 꼭 춤추는 무녀와 같아 이름이 舞衣島.

강우석 감독이 반했다!
영종 잠진 선착장에서 바라다 본 섬은 평범하다. 그리 멋진 풍경도 시설도 없어 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보여줄 수 있는 건 사람마음의 아주 일부분이라고 했던가? 섬이 감추고 섣불리 드러내지 않음은 놀림도 교만도 아니다.

섬, 내안에 들어와 나를 알고자 한다면 모두 다 가져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조용히 아주 묵묵히 바다위에 앉아있다. 어렴풋한 70년대 실미도 이야기는 사뭇 긴장되는 이야기. 바로 역사 속 현장으로. 얼마 전 충무로 짱, 강우석 감독이 찜한 영화의 제목.

강우석 감독이 작업했던 섬, 무의도.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강우석 감독이 작업했던 섬, 무의도.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그곳 펜션 무의랜드 주인장은 촬영기간 수십 여일을 머문 강감독이 이곳에서 편집까지 하고 싶다며 무의도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귀띔. 실미. 썰물로 갯벌바닥이 드러나면 실미도로 통하는 길이 혀를 쑥 내민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가 무의도 시작이고 끝이란 말인가? 섬에서 다시 산을 넘고 다시 바다로, 다시 물길 열리면 섬으로….

무의도와의 설레는 첫 만남
카페리를 타서 채 5분이 안 걸려 처음 만나는 곳이 무의 1리, 옛 지명은 큰무리. 45도 경사길을 허리 휘게 넘으면 무의도 곳곳마다 펼쳐진 노송 숲 사이로 실미도가 눈을 맞춘다. 초승달 모양의 해수욕장 전경은 마구마구 휴식하고 싶은 사람을 잡아끈다.

무의도, 무의도가 저기다!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무의도, 무의도가 저기다!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매끈한 모래 속에 찜질도 그냥 지나치면 후회함이 틀림없다. 발을 다시 돌려 힘겨운 고개를 바라보면 절로 한숨. 아 이젠 내리막길이구나! 해서 탁 트인 바다와 맞닿은 하늘과 마주친 순간, 아싸, 놓칠 뻔한 이 그림.

비행기가 날고 있었다. 종이비행기 말구 태극마크 선명한 그 비행기. 아 아시아의 허브가 여기 있었지. 인천공항에서 날아오른 비행기가 집채만 해 보인다. 손 내밀면 만져질 수 있을까!

큰무리에서 산사이로 콘크리트가 시원한 길을 따라 그냥 직진하여 10여분 뒤 나타나는 마을, 개안마을(글쎄, 안개가 하도 많아 걷히라는 소망을 담은 반대말인가?). 코 끝 살짝 찡그리게 하는 퇴비냄새도 조금 있으면 청국장의 그것으로 달라지게 하는 것이 시골풍경이다.

자주색 벽돌이 고운 예쁜 교회. 개안마을 초입에서 우측으로 좁은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마을과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터에 자리한 교실 5개의 초등학교까지. 어느 것 하나 작고 예쁘지 않은 어울림이 아닐 수 없다.  

6년 개근상에 빛나는 졸업생, 다시오다. 무의 초등학교.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6년 개근상에 빛나는 졸업생, 다시오다. 무의 초등학교.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학교로 오르는 계단 옆으로 쪼옥 심어놓아 꽃송이 터뜨리고 있는 무궁화는 20년도 더 넘었으리란 걸 나는 안다. 왜냐면 나는 여기 무의초등학교 빛나는 6년 개근의 학생이었으니까. 10살, 그때보다 훠어얼씬 작아진 학교운동장에 드러누워도 보고 더운 땡볕에 운동장을 두 바퀴나 돌아도 별로 힘들지도 않다. 방학 중이라 없는 선생님을 일부러 운동장이 떠나가라 “선생니~임” 내 어디서 이런 큰 악쓰는 소리로 누굴 불러 볼 수 있을까?

하나개 해수욕장.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하나개 해수욕장.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개안마을에서 다시 노송이 길 양쪽으로 인사하는 산길을 따라 5분여면 하얀 모래와 푸른 바다가 한 폭 그림으로 수줍게 드러나는 곳, 하나개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어른이나 아이를 동반한 여행이라면 재빼기카페 왼편의 호룡곡산 삼림욕장을 거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야생식물들이 많아 아이들 공부에도 도움 될 듯.

한바탕 피서객들로 몸살 치며 갇혀있던 바닷물이 파도와 함께 저만치 쉬러간 사이. 한 켠엔 갈매기떼(많을 땐 400~500마리도 된다)가, 그리고 뻘밭에선 조개 캐는 사람들이 한바탕 야단법석이다. 갯벌에 뒹구는 어른, 아이가 모두 자연이다. 하얀 이만 드러내며 웃는 꼴이 즐거워 못 견디는 섬과 사람의 풍경이다.

샘이 맑은 무의도의 끝자락 샘꾸미
해수욕장의 번잡함과 들끓는 열기에 지쳤다면 이곳은 무아지경이다. 하나개에서 다시 고개를 넘어 15분정도 시골길을 드라이브하자. 에어컨은 금물. 무의도에서 제일 큰 고개를 넘어 도착한 곳이 샘꾸미. 물이 맑고 시원해 이름도 예쁜 샘꾸미마을이다.

보기만해도 구수한 조개구이 한 접시.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보기만해도 구수한 조개구이 한 접시. 2003년 10월. 사진 / 강미경 객원기자

크고 작은 자갈 때문에 바다수영이 금지돼 있어 물이 훨씬 깨끗하다. 바지 훌훌 걷어 올려 담그는 맛이 또 개운하다. 도회지 사람의 흰 피부가 아직은 낯선 동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만 수영복이 허락될 정도. 섬 곳곳마다 조개 타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게 이때쯤이다.

선착장 끝 광명식당, 시골 아낙네들이 기운 좋게 밀어댄 면발에 바지락 가득한 손칼국수가 궁합을 이룬다. 얼큰 국수 후루룩 면에 호호 불며 까먹는 조개 맛의 환상조화. 하룻밤을 자거나 아님 당일로 나오거나, 초저녁 무렵이면 시원한 바다가 전하는 바람은 소나무냄새와 더불어 무의도를 기억하게 한다. 그렇게 뭍에서 보던 섬은 이게 진짜라며 속내 드러내는 부끄럼쟁이 촌색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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