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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자연사랑여행] 조개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영종도 동죽캐기
[자연사랑여행] 조개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영종도 동죽캐기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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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드넓은 갯벌에서 보물찾듯 동죽을 찾는 사람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드넓은 갯벌에서 보물찾듯 동죽을 찾는 사람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말만 살찌는 게 아니다. 바닷가 갯벌의 조개들도 튼실해진다. 푸름이네 가족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집에서 가까운 영종도로 떠난다. 아는 사람만 아는, 영종도 갯벌에는 동죽이 많이 난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연륙교를 건너고 공항신도시를 지나서 한 5분 달렸을까? 영종, 용유도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해안순환도로를 타고 구읍뱃터로 간다. 가다보면 왼쪽으로 해수피아란 커다란 해수탕이 보이고 다시 2~3분 정도 가다보면 해안경비대와 초소가 보인다. 초소 앞 갯벌이 푸름이네의 목적지, 조개 밭이다.

갯벌로 가려면 길다란 담을 넘어가야 하는데 초소를 이용해서 건너가면 된다. 건너편 인천이 훤히 내다보인다. 푸름이 아빠는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조개를 캘 쇠갈퀴와 박스를 꺼냈다. 익숙한 모습이 동네사람이 집 앞 갯벌에 나온 듯이 보인다. 아니, 실제로 이 곳 갯벌은 푸름이네가 조갯국 생각나면 오는 곳이다.

갯벌에도 물길이 있고 물길 양옆은 제법 단단해 걷기에 좋았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갯벌에도 물길이 있고 물길 양옆은 제법 단단해 걷기에 좋았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 놀래요.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갯벌이 있다는 걸 모르는 거죠.” 조개잡이의 기본은 물때를 아는 것이다. 물은 대략 6시간 단위로 빠졌다가 들었다가 한다. 푸름이 아빠는 전날 저녁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물때를 확인해 두었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시간에서 2-3시간 쯤 지나 도착을 하면 됩니다. 빠지는 물을 따라가며 조개를 캐다가 물이 다시 드는 시간에 나오는 거지요.” 썰물 시간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와야 한다. 갯벌이 넓을수록 물은 생각보다 빨리 밀려든다.  

갯벌이라고 해서 발이 푹푹 빠지는, 다 같은 진흙탕인줄 알았는데 물길이 있고, 물길 따라난 양쪽 길은 제법 걸을 만했다. 푸름이네는 늘 가는 그 길로 성큼 들어섰다. 아이들이 앞서거니 아빠 엄마가 앞서거니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바다로 간다.

“갯민숭달팽이다!” 초록이가 소리쳤다. 달팽이? 달팽이가 어딨지? 보기엔 맨 개흙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푸름이가 개흙위에 볼록볼록 난 작은 흙더미를 집어 보여준다. 가만 보니 꼼지락거린다. “이게 달팽이야? 이름도 어렵네…. 갠민승달팽이?” “아뇨, 갯, 민, 숭, 달팽이예요”

개흙을 한번 뒤집으면 동죽이 서너 개씩 나왔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개흙을 한번 뒤집으면 동죽이 서너 개씩 나왔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노다지를 발견하다!
갯벌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는데 놀러왔다가 조개나 잡아 볼까 하고 별 준비 없이 들어온 가족, 아예 작정을 하고 호미를 들고 단체로 온 사람들, 그리고 조개를 캐서 수입을 올리는 전문가(?)들이 너른 갯벌 이 곳 저 곳에 흩어져 있다.

“여기 봐라, 이야~ 한번 뒤집으면 서너 마리다. 어머, 어머, 전에 보다 훨씬 많아….” 엄마가 신이 났다. 아닌 게 아니라 쇠갈퀴로 흙을 한번 뒤집으면 동죽이 서너 개 묻어 나온다. 아빠와 푸름이, 초록이도 연신 탄성을 발한다. “우와, 여긴 조개 밭이야 조개 밭~” “여기도. 노다지야 노다지….”

동죽은 바지락개량조개라고도 하는데 횟집에 가면 나오는 해물탕이나 조개탕에 많이 들어간다. 둥근 삼각형으로 회백색 또는 황갈색의 껍데기가 예쁜 조개다. 네 식구는 열심히 동죽을 캐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이 채 못 되어 가지고 간 박스를 반 정도 채울 수 있었다.

10월이면 속이 튼실해지는 동죽.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10월이면 속이 튼실해지는 동죽.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저 아줌마는 무얼 캐는 걸까?” 저 앞에 기다란 지팡이 같은 걸로 갯벌을 쿡쿡 두세 번 찌르다가 이따금씩 흙을 헤치고 뭔가를 줍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궁금한 걸 못 참는 아빠가 다가가서 물어보니 대답을 안 하고 다른 쪽으로 가버린다.

“모시조개 같은데 알이 굵네. 어떻게 잡을까?” 동죽은 캘 만큼 캤고, 푸름이 아빠는 이젠 모시조개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골몰을 한다. 푸름이가 영재로 불리는 데는 아빠의 이런 모습도 많이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사소한 일이지만 호기심을 갖고 또 그 문제를 풀려고 하는 데서 자연스레 아이들도 배워나가는 게 아닐까.

중간에 동죽밭을 만나 그 자리에서 캐는 바람에 갯벌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좀 더 나가면 소라도 캘 수 있다는데 오늘은 아쉬움을 남겨두고 돌아서야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잡는 재미에 빠져 캐다보니 너무 많이 잡았다.

잡아온 조개를 그 자리에서 헹구는 사람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잡아온 조개를 그 자리에서 헹구는 사람들. 2003년 10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아빠가 박스를 매는데 휘청한다. 결국 엄마랑 같이 들고 나왔다. “해감 할 일이 만만치 않겠는데?” 동죽은 모래를 많이 머금고 있어 소금물에 하루저녁 담가 놓아야 먹을 수 있다. 엄마는 벌써 ‘이 집에 한 바가지 저 집도 한 바가지….’ 나눠 먹을 집을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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