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즐거운 가족 여행] 천년 세월의 이끼가 피어 있는 산, 담양 금성산성
[즐거운 가족 여행] 천년 세월의 이끼가 피어 있는 산, 담양 금성산성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1.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담양의 금성산성의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담양의 금성산성의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담양] 하늘이 높으면 산도 높다. 죽세공품으로 유명한 전남 담양에 천년 전 사람들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쌓아 놓은 산성이 있다. 금성산성이다. 이 산성에 승우네 가족이 다녀왔다.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었다. 배낭에 과일과 녹차 우린 물만 챙겨서 집을 나섰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로수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터널을 지나면 쌓인 스트레스가 날려간다. 이곳은 가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쓰이곤 한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담양온천 바로 못 미쳐 금성산성 안내도를 따라 산길을 오르다가 산중턱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산성에 오른다.

산성 안에는 들꽃과 억새풀이 많이 자라고 있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성 안에는 들꽃과 억새풀이 많이 자라고 있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등산로 중간에 가금 활엽수 터널이 군데군데 있어서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등산로 중간에 가금 활엽수 터널이 군데군데 있어서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고등학교 다니는 딸은 수업중이라 함께 못 가고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승우와 아내가 길동무가 되어 산길을 올랐다. 산을 오르는데 떡갈나무, 상수리나무에 단풍이 드는 것도 볼 수 있고, 마중 나온 다람쥐가 앞장서기도 한다. 소나무 오솔길을 지나면서 큰 호흡으로 솔 향기를 맡으니 머리까지 개운해진다.

이 곳을 지날 때면 늘 부르는 소리(사철가)가 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은 황국 단풍도 어떠한고… 어허~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이 흙이로구나~” 소리가 메아리 쳐 되돌아온다.

“그래, 꿈같은 인생 한번 잘 살아보자. 사랑도 하고, 사람들 귀한지 알며, 하고자 하는 일들 열심히 하며 살아보자!” 뒤에 오던 아내가 얼씨구! 추임새를 넣어 다리 힘을 돋궈주니 어느새 금성산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성산성에서 남쪽으로 담양평야와 멀리 무등산이 보인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금성산성에서 남쪽으로 담양평야와 멀리 무등산이 보인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외성 보국문 앞에는 너른 바위가 있는데 겨울이면 눈이 많이 와서 성터 앞을 자주 쓸어 주었다고 한다. 그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그래서 그 바위이름이 빗자루바위라는 전설이다. 성안 보국문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호남평야가 시작된 넓은 들녘과, 멀리에 구름모자를 쓴 무등산도 보이고, 삼인산·병풍산이 둘려져 있으며 전라도 명산인 추월산이 손에 잡힐 듯 웅장하게 버티고 있다.

그뿐인가? 자주 내린 비로 만수가 된 담양호는 산 그림자를 담고서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아~~ 좋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우리나라 산천어디인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으랴만 특히 이곳은 산·들판·호수가 어울러져 더욱 아름답다. 그곳에서 바로 보이는 내성 충용문(남문)에 가면 시루봉, 연대봉, 철마봉을 따라 7천4백여m에 달하는 성이 동서남북 성문으로 이어져 있다.

특히 서문은 웅장하기도 한데 오랜 세월을 버텨서 기개가 느껴진다. 성에서는 주변을 관망할 수 있지만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성안은 전혀 볼 수도 없고, 성이 있는 곳이 암벽과 벼랑으로 되어 있어 천연의 요새이다. 이 성을 쌓기 위해 수많은 백성들이 동원되어 굶주리고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고 때론 돌에 치여 다치며 정성을 쏟아 땀과 피로 만든 성이리라. 때문에 성에 있는 돌 하나마다 옛님들의 숨결이 느껴져 숙연해진다.

금성산성 정상. 산성을 둘러싼 산의 산세가 험하고도 아름답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금성산성 정상. 산성을 둘러싼 산의 산세가 험하고도 아름답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삼국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금성산성은 임진왜란·정유재란·병자호란·동학혁명·6.25 전쟁까지 수많은 전란 속에 민초들이 함께 했던 곳이라 그들의 피맺힌 함성이 들려온다. 성을 돌면서 아들에게 우리네 역사와 인생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주었다. 성안은 분지로 되어 있어 예전에는 마을을 이루어 살았으나 동학혁명 때 없어지고 이제는 그 터와 보국사 터가 남아 있으며 한 처사가 집을 하나 지어 살고 있다.

가을이 그곳에도 있었다. 청명한 하늘에 수많은 잠자리가 날고 작은 개울물은 맑은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구철초가 가을을 반기며 무리지어 피어 있다. 아들과 아내는 가을 속에 파묻혀 발걸음이 더디다. 금성산성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가을 석양을 배낭에 담아 가져왔다.

금성산성은 가족끼리 가보기에 참 좋은 곳이다.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이며, 역사적인 곳이라 아이들에게 산 교육이 되며, 주위 경관 또한 산과 호수가 어울려져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다. 금성산성은 담양읍에서 차로 30여분 거리고, 주차장에서 다시 걸어 보국문(외남문)까지 30분 소요되며 거기서 쉬었다 내려올 수 있고, 좀 시간적 여유 있는 분은 성을 한바퀴 돌면 4시간 정도 걸린다.

금성산성에 있는 작은 사찰 연동사. 노천법당으로 유명하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금성산성에 있는 작은 사찰 연동사. 노천법당으로 유명하다. 2003년 11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금성산성 중턱에 연동사라는 절이 있는데 전국 유일의 노천법당에는 고려 때 지장보살 석불과 삼층석탑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개장된 수질 좋은 담양온천이 있어 등산후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으며, 대나무 파크공원인 대나무 야영장과 아름다운 담양호와 영산강 시원인 가막골, 천연기념물 관방제림과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가 가까이 있다.

그리고 담양은 가사문학 산실인 수많은 정자와 우리나라 민간정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소쇄원, 명옥헌이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국대나무박물관과 죽세공품 상설 판매장도 있어 가족 여행을 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