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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인터뷰] “시내버스 타고 전국일주 가능할까 궁금했죠” 시내버스 여행가 김홍균
[인터뷰] “시내버스 타고 전국일주 가능할까 궁금했죠” 시내버스 여행가 김홍균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7.2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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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만 이용해 여행하는 여행가
여행 후기를 기록하는 블로그 운영
실패 해도 도전하는 이유는 성취감 덕분…
시내버스로만 여행을 하는 김홍균 씨는 15살 때부터 시작해 5년차 베테랑 여행가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시내버스 여행가 김홍균 씨(20)는 전국을 시내버스로 여행하는 블로거로 이름보다 ‘1411 무궁화호’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하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첫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기록이 모두 남아있는 블로그는 내용이 세밀하고 섬세해 버스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참고하기 좋은 곳이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시내버스 여행의 시작
시내버스 여행을 말 그대로 시내버스만을 이용해 여행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대학생이 된 김홍균 씨는 앳된 얼굴과는 달리 15살 때부터 시내버스 여행을 해 온 5년 차 시내버스 여행 베테랑이다. 

어릴 때부터 버스를 좋아했다는 그가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시내버스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 다른 지역의 시내버스 간에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자 그는 버스 노선을 따라 지도 위에 정류장을 잇기 시작했다. 

시작은 김홍균 씨의 거주지인 광주광역시에서 서울로 가는 여행. 첫 도전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6시간 25분을 달려 자정이 지나기 전 버스는 그를 싣고 서울로 들어섰다. 첫 번째 여행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는 그는 광주에서 울산, 광주에서 전주 등 다양한 여행을 시도했다. 

여러 번의 여행 중 그의 도전정신이 엿보이는 것은 목포에서 부산으로 떠나는 루트. 성공률이 0%라고 말하던 시내버스 여행가 지인의 말에도 그는 버스만 19번을 갈아타며 성공한다. 

그동안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인지 묻자 그는 대둔산으로 올라가던 버스를 떠올린다.

“대둔산으로 올라가는 300번 버스는 그때 당시, 지도에는 나오지 않았던 노선이었어요. 대둔산 휴게소까지 배티재를 올라가는 농어촌 버스는 보통 아는 사람만 알기 때문에 처음 이 버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무척 신기하고 기뻤던 기억이 나요”

300번 버스가 오가는 곳, 대둔산 올라가는 버스길은 가을이면 올라가는 길 굽이굽이 단풍이 물들어 있고, 지금은 신록으로 가득 찬 모습을 선사한다. 

버스에서는 보통 풍경을 감상하거나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을 남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김홍균 씨가 실제로 탔던 버스의 내부 전경. 사진제공 / 김홍균

블로거 1411 무궁화호
어릴 때 탔던 목포행 열차인 ‘1411 무궁화호’에서 이름을 따 지은 그의 블로그에는 매일 6~700명 정도가 방문한다. 여행을 5년 동안 지속하게 된 데에는 과정의 즐거움도 있었지만 블로그의 힘도 컸다. 

“처음에는 제가 기억하려고 시작했는데, 봐주는 사람이 열 명, 백 명 이렇게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니까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좀 더 세세하게 기록해보자 이런 마음을 먹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는 후기, 여담을 비롯해 시승기, 버스 안내글 까지 합하면 관련 글이 천여 개가 훌쩍 넘는다. 

본문뿐 아니라 댓글에서 서로 아는 버스 노선이나 참고하면 좋을 만한 정보 교류도 이뤄지고 있어, 초보자들뿐 아니라 여행을 계획 중인 여행가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블로그에 정리해 올리는 표. 시작점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한 루트와 이용한 버스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 시내버스 여행가 김홍균
블로그에 정리해 올리는 표. 시작점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한 루트와 이용한 버스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 김홍균
버스여행은 밤 늦은 시간 끝이 난다. 사진제공 / 김홍균

시내버스 여행의 원동력, 성취감
시내버스만으로 하는 여행은 모든 상황이 변수가 된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배차 간격이 넓어지고 날씨나 여러 가지 이유로 갑자기 운행이 중단되기도 한다. 

“1분 차이로 차를 놓쳐서 실패한 적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면 그 성취감이 다른 모든 걸 덮을 정도로 커요. 그간 실패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더 짜릿하기도 해요”

해남에서 서울까지 가는 여행을 세 번의 실패에도 또 도전한 이유도 여기 있다. 

버스 여행을 떠나기 전 꼭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자 의외로 식사 시간이라는 답이 들려온다. 다른 여행에 비해서 즐길 수 있는 여유시간이 적기 때문. 식사 시간을 미리 확보해 놓아야 배고픈 일 없이 여행을 끝마칠 수 있다.

이어 그는 버스와 버스 사이의 여유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으로 시작점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보는 것, 차선책을 준비해 두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된다.

시내버스로 전국을 누비는 김홍균 씨의 여행은 계속될 예정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자체가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기차로는 갈 수 없는 곳곳을 갈 수 있잖아요. 조만간 동해안 최북단인 대진 명파리까지 바다를 따라가는 여행을 꼭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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