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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물관 기행] 눈으로 훑어보는 일산 중남미 문화원
[박물관 기행] 눈으로 훑어보는 일산 중남미 문화원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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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박물관 2층 계단에서 바라본 중앙홀의 전경. 양측에 남미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박물관 2층 계단에서 바라본 중앙홀의 전경. 양측에 남미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여행스케치=일산] 중남미 문화원에 가서 중남미를 모두 보려고 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역사는 박물관에 갇혀있는 유물이 아니다. 그 곳에 가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우리와 다르면서도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지구촌인가.

남미를 연구하던 서양 고고학자들은 남미의 역사적인 문명세계에 대해 ‘밝혀진 것 보다 밝혀지지 않는 미스테리가 더 많은 세계’라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남미의 역사는 흔히 잉카와 마야, 아즈떼까 문명으로 대변되지만 그들에게는 그보다 더 훨씬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온 유구한 역사가 있다.

마치 우리의 마음속에 단군이 살아 있듯. 누군가 역사는 교과서가 아니라고 했다. 일산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을 찾으면 유물 하나하나 연대를 잇고 문명의 흔적을 이으려 노력하는 사학자들의 꿈이 얼마나 요원한가를 느낄 수 있다. 번잡한 국도를 따라가다 잠시 들어선 중남미 문화원에는 수천, 수만 년을 이어온 또 다른 정신의 세계가 켜켜이 잠들어 있다.    

생활자기 따라베라와 뜨락스깔라가 걸려있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생활자기 따라베라와 뜨락스깔라가 걸려있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그 대륙을 남아메리카라고 부르기 2-3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인류학자들은 최후의 빙하기가 끝날 무렵 시베리아에서 베링해를 거쳐 알래스카를 통해 북아메리카로 사람들이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사람들이란 몽고족이다. 그들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서서히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는데 그 때의 이주민들이 남미인들의 시조가 되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중남미 태초의 문화라고 거론되는 것은 기원전 2천년경의 ‘올메까' 문화다. ‘올메까’ 문화에 이어 멕시코시티의 ‘떼오띠우아깐’문화, 멕시코 고원의 ‘아즈떼까’ 문명, 멕시코 유까딴 반도의 ‘마야’문명, 남미 페루의 ‘차빈’문화, ‘와리’문화, 태평양 연안의 ‘모치까’문화, ‘치무’문화, ‘나스까’ 문화, ‘빠라까스’ 문화, 볼리비아의 ‘띠와우와나코’문화, 콜롬비아 남부에서 칠레 중부에 이르는 ‘잉카’문명이 바로 그 뒤를 잇는다.

또또낙족의 웃는 토우.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또또낙족의 웃는 토우.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우리는 그 많은 문화를 통틀어 중남미 문화라고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서양인들이 중국과 일본, 한국의 문화를 통틀어 동양문화라고 이해하듯. 따지고 보면 각각의 문화들은 제 나름대로의 특색을 지니고 있는데 문명에 따라 상형문자나 천문학, 토기기술이 발달되었다.

이 때 나온 토기들이 신비한 마야의 고행하는 사제의 모습을 한 토기, 아즈떼까 시대의 출산중인 여신의 석기, 멕시코 떼오띠우아깐 시대의 노인 좌상 등이다. 중남미 박물관에 가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나 인도 등 고대문명이 그렇듯 중남미 문명 또한 종교를 떠날 수 없다. 어느 대륙을 막론하고 고대문명에서 태양신은 대표적인 신이다. 아즈떼까 문명의 유명한 유물 중에 ‘태양의 돌’이 있다.

AD 1400~1521년 태양의 돌. 아즈떼까 문화의 대표적인 기념물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AD 1400~1521년 태양의 돌. 아즈떼까 문화의 대표적인 기념물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아즈떼까인들은 내일의 태양이 뜨기 위해서는 태양에게 사람의 뜨거운 피를 바쳐야 한다며 때마다 의식을 치렀다는데 박물관 한편에는 제물의 심장을 도려내던 제사장의 칼이 전시되어 있다.

몇천 몇만년을 이어온 중남미 문명은 콜럼버스에 의해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엘도라도(황금도시)를 찾아온 정복자들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어 흔적을 알 수 없다. 고대의 남미문화를 수없이 파괴시켰던 스페인 정복시대 때 중남미 상류사회 거실풍경은 박물관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중남미 상류 사회의 거실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걸려있는 그림들은 18세기 메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수사의 작품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중남미 상류 사회의 거실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걸려있는 그림들은 18세기 메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수사의 작품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그 곳에는 거실풍경과 16C 대성당의 수사가 그린 종교화를 직접 볼 수 있다. 박물관에는 역사적인 사실을 말해주는 유물뿐만 아니라 새로이 정착한 남미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생활소품실과 가면실이 있다. 생활소품실에는 멕시코 인들이 쓰던 다리미와 각종 악기들, 침실 가구가 있고, 생활자기실에는 청색자기 따라베라 스타일과 황색자기 뜨락스깔라, 과일무늬가 많은 이달고가 걸려있다.

각양각색의 가면들이 2백50점. 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각양각색의 가면들이 2백50점. 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가면실은 각양각색의 가면들이 벽 한면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가면에는 담긴 표정과 생각이 제각각이다.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가면은 새로운 영혼과의 교류 혹은 현실 탈피의 수단이었다. 코코나카족은 가면으로 얼굴을 덮음으로써 잠시 자신의 정체와 영혼으로 벗어난다고 믿었다. 가면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가면들은 축제, 카니발, 종교의식에 사용되었는데 색채가 화려하고 각기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어 보기만 해도 흥미롭다. 3겹의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3겹 가면, 인어의 머리를 얹은 물고기 가면, 마귀같은 표정이나 모양을 띤 정복자 가면, 각종 동물과 죽음을 상징한 죽음의 가면이 있다.

Tip.
문명과 문화의 차이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바에 의하면 문명은 지각이 발달하여 인간생활이 풍부하고 편리해진 상태를 말하며 문화란 인류가 모든 시대를 통하여 학습에 의해서 이루어 놓은 정신적, 물질적인 일체의 성과를 말합니다.

일산 중남미 문화원 전경.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일산 중남미 문화원 전경.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Traveler’s Guide
일산 중남미 문화원
30년간 중남미 지역의 외교관을 지낸 이복형 관장이 퇴직 하면서 사재를 털어 지은 박물관이다. 중남미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재직시절 쉬는 날이면 벼룩시장에 들러 이런 저런 수집품을 사들이던 것이 계기가 되어 박물관을 설립하게 되었단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중남미에 관해 잘 아는 사람도, 또 잘 알 수 있는 기회도 드물어 그 참에 양 나라의 문화교류에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는 박물관과 미술관, 조각공원이 있어 문화원이라는 이름이 됐다. 휴일날 가족 손을 잡고 나들이 가기 좋은 곳이다.

주변여행지 
빠에야가 있는 식당
박물관을 돌다보면 계단 위 2층에 의자와 식탁이 고풍스럽게 놓여져 있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이 박물관 내 카페다. 평일에는 빠에야 정식을, 주말과 휴일에는 차를 내놓는 고풍스런 쉼터다.

빠에야가 있는 식당 내부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빠에야가 있는 식당 내부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빠에아.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빠에아.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빠에야는 해물을 삶은 국물에 불린 쌀을 익을 때까지 볶아내는 것으로 치자열매나 노란 식용색소를 넣어 만든 밥 위에 큼지막한 새우와 홍합을 얹은 스페인 요리다. 빠에야 정식은 포도주, 샐러드, 빠에야, 스테이크, 과일, 커피이다.  빠에야를 먹으려면 하루 전에 예약을 하여야 하며 원할 경우 요리법도 자세히 알려준다.

조각공원
햇빛이 나른하게 비치는 조용한 성을 벗어나 산책길을 걷다 보면 입구가 독특한 조각공원을 만나게 된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건축풍으로 지었다는 대문을 들어가면 중남미 현대작가들의 조각 작품들이 고갯길에 전시되어 있다.

조각공원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조각공원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이 조각품들은 그간 중남미 문화교류에 기여해 온 이 문화원을 위해 각 중남미 공관에서 기증한 작품들이다. 이 조각공원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데 큰 도로를 벗어나 박물관쪽 샛길을 걷다보면 숨겨진 명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 커다란 십자가가 있는 공터에 예쁜 벤치가 즐비하게 놓여진 곳을 발견했다면 야외 카페 타코스에 도착한 것이다. 예쁜 미니 냇가에 드리워진 돌다리와 운치 있는 벤치가 위치해 있지만 날씨 때문에 4월에서 10월까지만 운영한다. 눈이 오는 날에는 연인과 함께 걸어도 좋을 길이 바로 그 곳이다.

미술관 전경.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미술관 전경. 2003년 12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미술관
중남미의 화가들에게 전시기회를 열어주고 한국인에게 그들의 따뜻한 미술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곳으로 이곳에는 제2의 박물관처럼 다양한 현지 수공예작품들이 있는 기념품점도 있다.

미술관 큐레이터 안진옥 씨에 의하면 중남미 작품들은 ‘신비주의적 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고달프고 억눌린 그들의 삶이지만 색채가 화려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따뜻함이 배어있기 때문에 보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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