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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펜션여행]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산신의 마음으로, 횡성 시누대 펜션
[펜션여행]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산신의 마음으로, 횡성 시누대 펜션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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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횡성 시누대 펜션 전경.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횡성 시누대 펜션 전경.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횡성] 펜션으로 진입하는 비포장 도로길, 흔들흔들, 주먹만한 돌이 살아 있는 것이 여간 거친 것이 아니다. 어라? 그냥 오지처럼 보이는데 그래도 드문드문 민가가 있다. 한참 가다 보이는 펜션을 가리키니 주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렇다면 저 곳? 아니라구요? 그럼 도대체…. 갑자기 주인이 팔을 들어 산을 가리킨다. 그늘이 드리워진 도로 밖으로 보이는 산 한가운데 절집마냥 펜션 하나가 햇빛을 머금고 앉아 있었다.  

시누대 란 복조리의 재료가 되는 산죽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펜션 주위로 워낙 많이 자라다 보니 고민할 것 없이 그냥 그 이름을 택했단다. 봉복산 기슭, 해발 450m 높이에 자리잡은 펜션은 별세계 같다.

볕이 잘 드는 시누대 펜션의 내부.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볕이 잘 드는 시누대 펜션의 내부.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산 밑이라 바람도 휘몰아 치는데 이 곳만큼은 햇볕이 따사롭게 비추고 있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올라온 길을 바라보니 첩첩산중이 맞는데 말이다. 골이 진 산 계곡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니. 이런 명당자리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알고보니 시누대 펜션의 주인은 두 쌍의 부부로 바깥양반들이 고등학교 동창 사이다. 본래부터 여행을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동창들끼리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오지로 캠핑을 떠났다가 돌아오던,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프로급 여행가들이기도 하다.

시누대 펜션으로 들어오려면 예쁜 나무길을 지나야한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시누대 펜션으로 들어오려면 예쁜 나무길을 지나야한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자연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으로 안착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에 두 부부만 살면 너무 외로우니까 사람향내도 맡을 겸 펜션을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마땅한 땅을 찾기 위해 차가 부서져라 다닌 끝에 우연히 지도를 보고 찾아 온 이 땅을 보던 날 그 자리에서 쌈짓돈을 털어 계약 했다.

그만큼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계곡에서는 아직도 수달이 살고 있고 펜션 주변으로는 시누대, 개똥나무, 가래나무, 다래넝쿨 등 각종 나무와 야생화가 자란다. 밤이 되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이 빛나고….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이 둘러싸고 있으며 가을에는 까만 밤을 수놓은 반딧불과 단풍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겨울에는 설경이 있어서 철철마다 와봐야 한단다.

펜션 가는 길에 나타난 개울. 누군가는 개울을 건너는 것이 마음을 씻는 과정이라고 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펜션 가는 길에 나타난 개울. 누군가는 개울을 건너는 것이 마음을 씻는 과정이라고 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펜션을 살펴본다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보니 곳곳에 주인들이 그려넣은 안내판하며 직접 토종닭을 사와서 기르는 닭장이 눈에 띄였다. 참 손이 많이 갔다 싶어 더욱 정감이 간다. 손님숙소로 올라섰다. 5개의 방이 있는데 모양도 각기 제각각이라 모두 훑어봐야 했다. 넌지시 추천을 해보라면 천장에 조그만 창이 있는 가족실을 권하겠다.

낮에는 구름이 떠가는 것이 보이고 밤에는 창으로 별들이 쏟아져 내리니 이 이상 무릉도원이 어디 있겠는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주인장과 그날 마침 왔던 손님이 미니 골프를 하고 있었다. “평일인데 이 먼 곳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물었더니 “이유가 있나? 자연이 참 좋아서죠. 난 자주와요. 이제는 손님이 아니라 가족이지 뭐.” 정말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정말 그 곳 참 좋더라’라는 말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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