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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표지 촬영 스케치] 기범이네 가족 경비행기 타기
[표지 촬영 스케치] 기범이네 가족 경비행기 타기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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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어섬비행장의 경비행기.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어섬비행장의 경비행기.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화성] 가끔 생각했다. TV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인공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슈퍼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가고 싶은 곳도 뿡~날라 금세 도착하는 꿈의 슈퍼보드. 그런 슈퍼보드는 아니지만 훨씬 과학적이며 깜찍한 경비행기 앞에서 한 가족이 포즈를 취했다.

촬영지 어섬비행장은요?
화성시 송산면 고포4리에 자리한 어섬 경비행장에서 3월호 <여행스케치> 표지를 촬영했다. 시화호 상류쪽에 자리하고 있는 어섬 경비행장은 눈에 거슬리는 게 없는 넓은 대지 위에 있다. 경비행장 주위로 갈대가 서걱서걱 마른 소리를 내는 조금 황량한 풍경이지만, 비행기와 조화를 이루어서 그런지 이색적인 분위기를 낸다.

넓은 모래땅에 경비행기가 장난감 같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처음 봤을 때는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경비행기 옆에만 서면 어른도 아이가 되는지 마냥 신기해한다.  

어섬비행장은 경비행기 외에 승마, 서바이벌, 산악오토바이,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딩, 낚시, 모형비행기 등 넓은 땅을 이용한 각종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관심 받고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어섬비행장은 경비행기 외에 승마, 서바이벌, 산악오토바이,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딩, 낚시, 모형비행기 등 넓은 땅을 이용한 각종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관심 받고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어섬은 원래 바다 가운데 있던 섬이었다.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육지가 되어서 이름만 어섬으로 남아있다. 최근 TV 드라마 ‘다모’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경비행기를 타는 사람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고. 날이 풀리면 말을 타러 오는 가족,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오는 이들 등등 레포츠를 즐기러 오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다고 한다.

시화호는 지금도 상류 쪽에는 물을 끌어들이고 하류에는 물을 방류한다. 경비행장이 있는 시화호 상류는 대부도에서 바닷물이 계속 유입되어서 모래벌이 넓고 죽음의 시화호라는 이름과는 달리 자연정화가 잘된다고 한다. 숭어가 살고 현지 사람들이 조개를 잡아먹을 정도로 깨끗하다.

이렇게 멋진 곳을 소개한 분은 다름 아니라 3월호의 표지가족의 아버지 권호진 씨다. 간혹 이곳에서 행사를 한다는 권호진 씨의 적극적인 추천이다.

경비행기를 타러가기 전에 가족이 차안에서 하늘을 나는 경비행기를 보고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기자
경비행기를 타러가기 전에 가족이 차안에서 하늘을 나는 경비행기를 보고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기자

기범이네 가족은요?
기범이(8세), 규리(13세), 엄마, 아빠가 경비행기 앞에서 멋지게 포즈를 취한다. 아빠 권호진 씨는 ‘아빠와 추억만들기’라는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분이다. 이 곳은 개인 회원제가 아니다. 한 가족이 회원이 되어야 하는데 1천5백명 정도의 가족 회원이 있다고 한다.

“좋은 아빠란? 아이들이랑 친구같은 사이죠”라며 자녀를 키우는 남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권호진 씨가 멋진 콧수염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 콧수염 좀 깎아주시죠 했더니, 절대 그런 수 없단다. 수염은 할아버지를 연상시켜서 아이들이 친근감을 주어서 좋다고)

기범이는 어섬비행장 앞에 있는 숙박 겸 식당을 하고 있는 어섬리조트에서 금세 친해졌다. 촬영 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아서 친해지기 쉽지 않은데 기범이는 어섬리조트에 있는 강아지 때문에 친해졌다. 우리가 도착하기 얼마 전에 어섬리조트에 왔다는 강아지는 사람들을 잘 따랐다.

어섬리조트. 2층에서는 경비행장이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맛좋은 오징어볶음밥, 북어해장국 등을 먹을 수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어섬리조트. 2층에서는 경비행장이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맛좋은 오징어볶음밥, 북어해장국 등을 먹을 수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주인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둘이 앉아서 강아지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결국 기범이는 강아지 이름을 ‘똘똘이’라고 지어주었다. 기범이는 요즘 바둑에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다. 11급이다. 전에는 바둑이 18급부터 있었는데 요즘은 30급부터 시작한단다.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급을 세분해서 올려준다는 것이다.

기범이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랑, 아빠랑 바둑을 조금씩 두었다고 한다. 2년 전부터 바둑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아빠가 학원에 데리고 갔더니 “안 갈래”한다. 이렇게 왔다갔다 학원 구경만 3번 씩 하더니, 10개월 전부터는 바둑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곤 금세 11급을 땄다.

기범이는 “누나가 제일 무섭고, 다음은 엄마, 제일 안 무서운 사람이 아빠요”라며 무서운 순서를 댄다. 보통 아이들은 “아빠가 제일 무서워요”하는데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순서가 거꾸로다. 분명 권호진 씨는 매를 든다고 했는데…. 규리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뽀송뽀송한 피부에 조만한 여드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규리는 요즘 아빠랑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요즘 잘 만들어진 영어책도 많다는데 그런 게 필요없단다. 알고보니 오직 팝송으로 영어를 배운다고. 이번 방학기간에 8∼10개 정도의 팝송을 배울 거란다. 일주일 만에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을 다 외웠다. 배우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스스로 사전을 찾는 게 진짜 공부라고. 넓은 경비행장 앞에서 불러봤으면 좋았을 것을 촬영 때문에 못 들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타는 경비행기.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타는 경비행기.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엄마 박선민 씨는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권오진 씨가 아이들 키우는 방법을 말없이 따르는 편이다. “국어 수학만 집에서 하는 학습지를 시키고 있어요. 학원 다니지 않아도 아직은 애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별 걱정 안해요.” 옆에서 권호진 씨가 한마디 거든다.

“요즘 아빠들은 아이들과 노는 방법을 모릅니다. 우리가 클 때는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도 농사일을 거들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지요. 그래서 부자간에 끈끈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빠들이 너무 바빠요.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어요. 아이들은 벌써 3∼4학년만 돼도 인성이 다 이루어지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기범이는 벌써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경비행기를 4번 타고 규리는 5번을 탔다고 한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촬영 내내 기범이네 가족을 보면서 가족이 뭔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들. 아이들과 친구인 아버지이지만 야단칠 때는 확실하게 야단을 친다. 학원밖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보았다.

경비행기 내부 모습.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경비행기 내부 모습. 2004년 3월. 사진 / 이민학 기자

Interview
Q. 동호회 '아빠와 추억만들기'는?
A. 아빠들이 어렸을 적에는 학교에 갔다와서 산이나 냇가에 가서 놀았는데 그것이 지금의 체험학습이다. 여름에는 마당의 평상에서 가족이 함께 수박을 먹으면 그것이 가족의 커뮤니케이션이었으며, 겨울에 고구마를 함께 구워먹으면 넉넉한 웃음이 넘쳤다.

‘아빠와 추억만들기’는 옛날 이런 모습은 아니지만 아빠와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게 여러 가지 이벤트 행사를 하고 있다. 경비행기 탑승체험, 정통 승마, 물총 서바이벌 게임, 카누,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등.

Tip. 어섬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송산(306번 도로)쪽으로 나와서 10km 정도 가면 (송산)사강이 나온다. 사강에서 마산리 쪽으로 8km 가다보면 어섬비행장 이정표가 보인다. 그 곳에서부터 어섬비행장까지 2km.

촬영장에서 본 편집부 표정
·정대일 국장 : 경비행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결국 한마디 “노년계획 하나 확실하게 세웠어. 저거 타고 전세계를 돌아다닐거다.”
·이민학 기자 : 촬영 내내 모자를 눌러 쓰고 어디로 다니는지 안보이다 슬쩍 와서 “이 추운날 저거는 왜 타냐?” 심드렁한 말을 남겼다는 후문.
·김연미 기자 : 경비행기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비행기 앞에서 얼쩡대면서 제일 잘 생긴 조종사 아저씨한테 한번 태워달라고 하다, 보험이 안되니 각서 쓰라는 말에 허거덕! 놀라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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