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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이글루에서 보내는 하룻밤, 인제 이글루 테마캠프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이글루에서 보내는 하룻밤, 인제 이글루 테마캠프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4.03.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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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따뜻한 불빛이 세어나오는 이글루.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따뜻한 불빛이 세어나오는 이글루.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인제] 날이 많이 추워졌다. 겨울여행은 해도 짧고 날도 추워 아이들조차도 썩 반기지 않는데 하필이면 가는 날부터 강원도에 ‘대설경보’가 내려졌다. 그러나 취소를 할 수 없었다. 얼음집 이글루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이야기에 현석이와 다솜이가 손꼽아 이날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대설경보’가 오히려 이번 여행을 빛내줄 희소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이었다.

따뜻한 이글루에서 하룻밤 인제로 가는 길, 예보와는 달리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 먼 길을 달려간 끝에 캠프장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투명하게 속을 드러내는 빙어회와 아삭아삭 고소한 빙어튀김이 식탁에 올랐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담백한 튀김과 회로 배를 채운 후 이글루 캠프에 도착하니 저녁 7시.

캠프장 안으로 들어서니 불빛을 받은 얼음 조각과 이글루를 밝히는 조명들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야경을 만들어 내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확인을 마치고 우리 가족이 묵을 이글루로 들어갔다. 보기에는 작아 보여도 내부는 네 명이 자기에 충분할 정도로 넉넉했다. 이글루는 보통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북극에서도 영상 5도를 유지하는 포근한 집이라는데, 이곳은 바닥에 전기장판까지 깔려 있어 그다지 추워 보이지 않았다.

빙어 축제 행사 하나로 얼음컵 만들기가 있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프로그램이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빙어 축제 행사 하나로 얼음컵 만들기가 있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프로그램이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우리는 짐을 풀어놓고 캠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커다란 수조에 빙어가 한가득 담겨 있었는데 조명을 받은 빙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주위로는 다양한 얼음 조각들이 빛을 품어내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토요일 특별 이벤트인 불꽃놀이가 밤하늘에 수를 놓고 있었다. 빛의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해 보이는 불빛은 이글루를 따뜻하게 데우는 전등빛. 환하게 불켜진 이글루들이 오밀조밀 몰려있었다. 한 귀퉁이에는 별자리 관측이 가능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눈이 오는 관계로 별을 보지는 못했다. 아이들은 한쪽에 마련된 작은 눈썰매장에서 별을 보지 못하는 한을 풀었다. 신나게 야간 눈썰매를 즐기면서.

이글루 안에서 원카드를. 바닥에는 전기장판이 깔려있어 훈훈하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이글루 안에서 원카드를. 바닥에는 전기장판이 깔려있어 훈훈하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이글루로 돌아온 후 우리는 이야기도 나누고, 원 카드 게임도 즐겼다. 처음과 달리 썰렁했던 이글루가 가족들의 온기로 훈훈해 졌다. 다음날 아침, 시설이 그리 편하지 않은 세면장에서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캠프장 식당 한쪽에 마련된 식탁에서 아침을 먹었다.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는 사람들이 비단 우리가족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날이 추워 밖에 나가기도 귀찮은데 밥을 먹자마자 아이들이 보채기 시작했다. 현석이는 빙어 낚시를 가자고, 다솜이는 얼음컵 조각 체험을 해보자고 성화다. 빙어 잘 낚으려면 흔들어야 얼음컵 조각 체험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강으로 내려갔다. 꽁꽁 얼어붙은 소양강이 넓은 벌판처럼 펼쳐져 있었다.

소양호에서 추위를 참아가며 낚시를 즐기는 인파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소양호에서 추위를 참아가며 낚시를 즐기는 인파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이미 다른 사람들로부터 빙어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먼 곳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는 일. 미끼를 포함한 낚시도구세트를 사서 적당한 구멍을 찾아 낚시대를 드리웠다. 그러나 역시 빙어는 잡히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많이 잡은 분이 있어 낚시하는 요령을 여쭤보았다.

알고보니 빙어 낚시는 가만히 놔두면 잘 잡히지 않는단다. 미끼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살살 흔들어 줘야 한단다. 손놀림을 보니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그 중 한 가족을 보니 30마리도 넘게 잡았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잡았냐며 물으니 직접 잡은 것은 열 마리 정도고 나머지는 사서 넣은 것이란다.

빙어를 잘 낚으려면 흔들어 줘야한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빙어를 잘 낚으려면 흔들어 줘야한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빙어튀김.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빙어튀김.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낚시를 하면서 빙어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을 걸치는 중이었는데 그 사람 말이 빙어는 차가운 얼음물에 넣어두어야 제 맛이 난단다. 한 마리 먹으라고 권하길래 파닥거리는 빙어 한 마리를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빙어가 입안에서도 살아 움직였다. 먹기야 먹는다만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리로 돌아와서는 배운대로 낚시줄을 살살 흔들어 주었다. 얼마를 흔들었을까? 낚시줄을 흔드는 손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쭉 끌어올려보니 빙어 한 마리가 매달려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시간 낚시에 겨우 두 마리만 건져 올렸다.

얼음카페에서 차를 한잔 하는 어린이 여행객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얼음카페에서 차를 한잔 하는 어린이 여행객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재미있는 얼음미끄럼틀과 얼음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재미있는 얼음미끄럼틀과 얼음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예쁜 얼음컵 만들기 빙어 낚시가 지루해지자 캠프로 돌아가 얼음조각 체험에 참여했다. 네모난 얼음을 조각칼로 다듬어 얼음컵을 만드는 체험. 어린이를 위한 체험이지만 얼음을 다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대부분 부모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칼을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얼음을 깎는 것이 꽤나 힘이 든다.

짜잔! 드디어 네모난 얼음조각이 어느새 투명하고 미끈한 유리컵으로 변신하였다. 그동안 간간히 내리던 눈의 양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하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서둘렀다. 얼음나라 이글루에서 잤던 하룻밤도 뜻 깊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일 좋은 곳은 바로 내집이다. 여행이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집이 가장 편하고 아늑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야간눈썰매도 즐길 수 있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야간눈썰매도 즐길 수 있다. 2004년 3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Tip. 
이글루란?
이글루는 일 년 중 대부분이 눈이나 얼음으로 덮여있는 캐나다 북부의 툰드라 지역에서 수렵생활을 하는 이누잇 족(주 : 에스키모인은 짐승의 살을 날로 먹는다는 뜻으로 이누잇 족을 얕잡아 보는 말이므로 이런 표현은 삼가도록 한다)의 주거형태였다. 요즘에는 시설이 발달되어 거의 보기 힘든 주거형태가 되었다.

이글루는 고래뼈로 만든 긴 칼로 눈을 블록 모양으로 잘라내어 이것을 쌓아올려 벽체를 만들고 둥근 돔 형태로 지은 것을 말한다. 이누잇족은 이렇게 만든 이글루에 들어가 출입문을 막고, 그 안에 짐승의 가죽을 깔고 살았다. 그리고 이글루 속에서는 고래 기름으로 등잔불을 켜서 조명과 난방을 해결했다.

난방 때문에 얼음이 녹을 것 같지만 녹은 얼음물이 사이사이에 맺혀 접착제 역할을 해주었다. 보통 이글루는 공기를 머금은 두터운 얼음벽이 영하 40도인 바깥 공기를 차단해 주어 25도의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글루의 블록을 형성하는 눈알갱이가 공기를 많이 지니고 있어 열을 보존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제빙어축제
인제빙어축제는 겨울에 가볼만한 대표적인 축제. 1월에서 2월 사이에 실시되는데 인제군청 홈페이지에서 빙어축제 일정을 확인하면 된다. 특히 올해는 이글루 테마캠프가 열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글루에서 숙박해 볼 수 있는 1백 50동의 이글루 캠프장과 얼음의자와 얼음컵이 있는 얼음카페가 설치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글루에서의 하룻밤 숙박하려면 12만원 정도. 올해 함께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사람은 내년 이맘때 쯤 이글루 테마캠프 홈페이지를 클릭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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