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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족여행] 꿈이 있는 체험 여행, 여주 바탕골 예술관
[가족여행] 꿈이 있는 체험 여행, 여주 바탕골 예술관
  • 이종원 객원기자
  • 승인 2004.03.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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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주에 위치한 바탕골 예술관 모습.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여주에 위치한 바탕골 예술관 모습.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여주] 양평의 바탕골 예술관 찾아가는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산그림자가 호수를 비추면서 이어지는 모습이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거기에 물안개까지 살포시 덮여 있다면 더욱 환상적이겠지요.

바탕골 예술관은 한강이 아스라이 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입부터 예쁜 조각 작품이 그 자태를 뽐내며 손짓하고 있습니다. 무려 8천7백 평의 대형복합공간이지요. 이 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됩니다.

1999년도에 열었으니까 이제 5년이 되었답니다. 대표인 박의순씨는 대학로의 바탕골 예술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연극공연을 했는데 극장이 너무 작아 늘 아쉬움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큼직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의 의지대로 이렇게 멋진 문화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가장 큰 건물이 다용도극장이랍니다. 연극과 음악회등 다양한 공연이 극장 무대를 수놓습니다. 공연이 없을 때에는 명작 애니메이션을 무료로 상영한답니다. 스피커가 좋아서 음률이 가슴을 쿵쿵거리게 만듭니다. 이번 주는 가족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래방무대까지 만든다고 합니다. 대형무대에서 ‘남행열차’를 부르면 신날 것 같습니다.

객석에 앉아 관객이 되어보는 어린이.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객석에 앉아 관객이 되어보는 어린이.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무대 뒷편은 두꺼운 커튼으로 막아 놓았답니다. 커튼을 걷으면 바깥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이 나타납니다. 차창너머로 파노라마 같은 풍경화가 펼쳐집니다. 햇살이 비치는 극장입니다. 정수가 객석에 앉아 관객도 되어보고 무대 중앙에 올라가 주인공도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겠지요.

로비옆 아트샵은 예쁘고 특색 있는 악세사리가 가득합니다. 은은한 커피향을 맡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넓은 놀이터가 펼쳐집니다. 예술관의 마스코트인 맹인안내견 ‘리트리버스’란 강아지도 만날 수 있고, 뒤뚱뒤뚱 걷는 오리를 보고 걷는 흉내도 낼 수 있답니다.

예술관 뒷편은 아늑한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예술관 뒷편은 아늑한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정수가 눈 위에서 한창 뛰어 놀고 있을 때 저는 근사한 테라스에서 커피향을 음미했답니다. 야외 전시장도 의외로 볼거리가 많네요. 숲 속에 서 있는 돌조각은 새근새근 숨쉬는 것같이 생동감 있게 조각되었습니다. 수레에는 각종 민속용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소쿠리와 바구니를 직접 만져 볼 수도 있지요. 정수가 뭐에 쓰는 거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대답하느라고 혼이 났습니다.

이 때쯤이면 슬슬 배꼽시계가 울립니다. 뜨끈뜨끈한 호박 고구마를 맛보는 것은 어떨 런지요? 고구마 굽는 통을 보고 신기한 듯 만져 보았습니다. “아빠. 내가 고구마 만들어 줄게.”

도자기 굽는 가마.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도자기 굽는 가마.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하트모양의 도자기가 완성됐다.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하트모양의 도자기가 완성됐다.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도자기 공방’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지요. 앞치마를 허리에 두른 정수의 모습이 대견해 보입니다. 선생님은 도자기 만드는 것을 자세히 가르쳐준답니다. 나무판 위에 진흙을 올려놓고 물레질을 하는 모습이 진지합니다.  

“정수야, 어떤 모양으로 만들래?” “하트 모양.” 손가락으로 진흙을 잡아 당기고 줄이면 하트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엄마들이 화장을 하듯 도자기에도 ‘화장토’라는 하얀 흙을 바른 답니다. 그리고 뾰족한 나무젓가락으로 글씨나 그림을 새겨 넣습니다. 그럼 대충 도자기의 외형은 만들어집니다.

이를 그늘에 말리고 초벌구이를 하고나서 유약을 바른 답니다. 마지막으로 1천3백도 고온의 가마에서 그릇을 구워 낸답니다. 40일 후에 다시 예술관을 찾아가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도자기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한지체험.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한지체험.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공예스튜디오도 참 재미있는 곳이지요.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드는 곳이랍니다. 한지체험, 목공예, 염색, 판화, 비누 만들기 등 미술시간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정수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우선 한지체험을 해보았습니다. 틀에다 종이 물을 얹고 흔들면 한지모양이 나오고 그걸 다리미로 펴면 예쁜 한지가 탄생합니다.

비누만들기 체험.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비누만들기 체험.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비누 만들기 체험도 잊지 못할 추억이겠지요. 전자렌지에 녹인 비누용액에 원하는 색을 넣고, 맘에 드는 향료를 종이컵에다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용액을 원하는 틀에다 부어 말리면 아주 예쁜 비누가 탄생합니다. 정말 신기하네요. 아빠에게 비누 하나 달라고 했더니 싫대요. 너무 예쁘기 때문이지요.

이번엔 금속 공방에 갔습니다. 연마기와 줄을 만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기엔 조금 벅찹니다. 그래서 시범을 보여 달라고 했지요. 금속공방은 주로 연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커플 은반지를 만들어 나누어 가지거나 목걸이에 이름을 새겨 즉석에서 연인에게 걸어줍니다. 듣기만 해도 부럽네요.

금속공방 바로 옆은 ‘VIP룸’이랍니다. VIP회원에 가입하면 의외로 혜택이 많습니다. 조용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푹신한 소파에서 편히 쉴 수 있답니다. 2층에 올라가면 ‘전망 좋은 찻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경치가 좋으면 이렇게 대범한 이름을 가지고 있겠습니까?

이전까지는 아이들의 천국이라면 이곳은 연인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지요. 넓은 유리창엔 한강의 풍경화가 펼쳐집니다. 은은한 원두커피가 더욱 분위기를 돋굽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이와 함께 본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갑자기 집에서 일하고 있는 정수엄마가 생각납니다. 다음엔 꼭 데려와야겠어요.

미술관은 미끄럼틀모양처럼 생겨 건물 자체만 봐도 작품이 되지요. 햇볕이 비치는 2면은 창으로 이루어져 늘 자연과 함께 하고 있답니다. 멀리 마명산 산자락이 살짝 보이고 가까이는 항아리들과 조각작품들이 창 너머로 보인답니다.  

3층 현대미술전시관.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3층 현대미술전시관. 2004년 3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1층은 바탕골 예술관의 대표인 박의순씨의 작품이 눈길을 끌고, 2층엔 문갑과 장롱, 경대 소반 등 고가구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답니다. 고즈넉한 사군자 그림과 민화등이 우리네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3층엔 요즘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놓여 있답니다. 요새는 ‘실, 종이, 나무 흙 그리고 겨울풍경전’이 한창 열리고 있답니다. (2003. 12. 5 - 2004. 3. 1) 보는 것만 해도 행복합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정수가 큼직한 눈을 뭉쳐서 아빠에게 던지고 있어요.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어찌나 아픈지 막 화를 냈어요. “왜 아빠한테 눈을 던졌어?” “아빠가 너무 좋아서….”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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