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강원] 설악산 미시령 아래쪽으로는 콘도 촌이다. 그만큼 풍광이 뛰어나다는 이야기. 일성콘도 역시 명당이다.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여니 울산바위가 아침 인사를 한다. “안녕? 잘 잤니?”
물론 잘 잤다. 깨끗한 침구와 집기, 뜨뜻한 바닥에서 내 집처럼 편히 잘 수 있었다.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았다. 콘도하면 편하다는 생각과 함께 좀 시끄럽다는 이미지가 있다. 대개 가족단위로 또는 두 세 가족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또래를 만난 아이들은 사방을 뛰어다니고, 오랜만에 친지, 친구와 여행을 온 어른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웃고 떠든다.
하지만 소란도 적당해야 여행의 즐거움이지 정도를 넘어서면 짜증이 나는데 설악 일성콘도는 그런 면에서 정말 적당했다. 이웃한 대단위 콘도에 비해 규모가 좀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온천 사우나 시설이 잘되어 있기로 소문이 나 점잖은 어른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아무튼 차분한 여행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콘도 관계자들은 잘 털어놓지 않지만 유심히 보면 콘도마다 특색이 있다.
유명 관광지를 끼고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놀이시설이 잘되어 있고 그만큼 콘도 안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리는 느낌을 준다. 또 사시사철 주중에도 꾸준히 손님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한다.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떨어지는 관광지이거나 콘도 안에 놀이시설이 없는 경우를 보면 단체여행객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그 특징이 몰릴 때는 엄청나게 시끄럽다가도 빠져나가면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는 것. 또 스키장 등을 끼고 있어 한철에 손님이 많이 찾는 곳들은 비수기 주중에는 놀이시설도 멈출 만큼 한적해 ‘내가 여기 왜 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입지여건에 따른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차이도 있는데 이런 면에서 설악 일성콘도는 비즈니스 회의나 세미나, 연수 등에 중점을 둔 듯 하다. 새로 지은 신관을 각종 세미나 룸과 회의장 위주로 지은 데다 온천사우나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호텔급 룸 등을 꾸며 놓은 이유도 이 때문일 듯.
특히 사우나는 인근 다른 콘도 투숙객들도 일부러 찾을 만큼 잘되어 있다. 침구나 비품이 깔끔한 것도 눈길을 끈다. 침구의 경우 여행을 다니다보면 머리카락 한 올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등 유난히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도 만족할 만한 수준. 무엇보다 깔끔한 직원들의 접대 에티켓이 비즈니스의 장이라는 느낌을 더해준다.
우연히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내리는 손님에게 일일이 “편히 쉬세요”“안녕히 가세요” 등 인사를 잊지 않는 것이 콘도의 분위기를 단정하게 만든다. 이렇게 설명하면 무슨 국제 회의장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실은 ‘설악’이라는 확고부동한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어 가족 여행객들도 많다.
자동차로 10분만 가면 속초시내, 설악동, 영랑호 등을 찾을 수 있어 하루 이틀 여행 거점(?)으로 그만이기 때문. 본관 지하에는 게임방과 골프연습장, 당구장 등이 있고 아이들을 위한 본격(?) 놀이 시설은 인근 리조트들을 이용하면 된다. 날이 푸근해 창문을 활짝 열고 마루에 단정히 앉아 울산바위를 올려다보았다.
시시각각 올라오는 아침햇살에 바위 모습이 조금씩 바뀌는 듯 하다. 설악산을 몇 번을 다녔으면서도 이렇게 차분하게 앉아서 산을 대하기는 처음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위가 한마디 더한다. “뭐해? 이제 집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