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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초록별 가족여행] 대게의 고장, 영덕으로 가는 길
[초록별 가족여행] 대게의 고장, 영덕으로 가는 길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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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갈메기들이 마중나오는 후포항.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갈메기들이 마중나오는 후포항.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영덕] 강릉에서 영덕까지 꽤 먼길이었다. 1박2일의 일정 중 첫날 강릉을 거쳐 영덕까지 가야했다. 강릉과 그 주변의 여행지들은 여러 번 들렀던 곳이어서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바다를 따라 7번 국도를 달리는 것에만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처음 들른 참소리박물관에서 그 계획은 삐걱거렸다. 잠시 들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그곳에 두 시간 넘게 머물렀다.

참소라박물관은 허름한 외관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신비한 세상이 펼쳐진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참소라박물관은 허름한 외관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신비한 세상이 펼쳐진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지나는 길목이라 잠시 들른 정동진의 ‘하슬라아트 월드’에서도 역시 두 시간을 넘겼다. 나무들의 눈치를 보며 걸어야 하는 길도 꽤 많은 그곳은 자연을 아끼는 예술가들이 가꾸고 있다. 뒤이어 간 추암에서도 두 시간. 일출여행으로 가족이 함께 찾은 적이 있지만 그냥 빠른 걸음으로 지나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그러다보니 해가 금세 져버렸다. 바다를 보며 달려보리라 했던 7번 국도에는 어둠만이 짙게 깔렸다. 밤 9시. 영덕에 접어들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예약해둔 칠보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오전에 예약확인차 전화를 했는데 직원이 밤늦게 도착하면 찾기 어려울 거라며 걱정했었다.

칠보산 휴양림. 지압길을 걸으면 발바닥에 자극을 주어 시원하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칠보산 휴양림. 지압길을 걸으면 발바닥에 자극을 주어 시원하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휴양림 직원의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동안 여행경력이 얼만데. 그 길을 헤맬까?” 하고 과신한 탓일까? 길을 지나쳤다. 30분 넘게 헤맸을까? 겨우 진입로를 찾아 들어갔지만 비포장에 인적마저 없어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0분을 헤매고 숙소에 도착했다.

창밖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문을 열고나서니 멀리 바다가 보인다. 달빛에 바다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아름다운 밤이다. 잠에서 깨었다. 창문을 열었다. 바다다. 그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흐리지만 그 틈으로 몇가닥 해가 비친다. 산중에서 바라보는 동해 바다의 모습, 엊저녁 헤맨 수고가 아깝지 않다.

추암해변의 기암괴석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추암해변의 기암괴석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이런 경치를 보려면 그 정도 고생은 당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볍게 식사를 하고 휴양림을 산책했다. 향긋한 숲의 내음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나무들은 대부분 소나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너무 곧은 것도 너무 삐뚤한 것도 아니다. 자연스러움 그대로다.  

등산로 쪽으로 길을 따라 걷다보니 해돋이 전망대. 동해바다가 손에 잡힌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물결의 출렁거림을 볼 수 있다. 날도 맑고 공기도 맑기 때문이다. 깊은 숨을 쉬었다. 현석이와 다솜이도 맑은 공기가 맛있단다. 숲속에서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볼 곳도 많다.

후포항에서 수산물을 파고 있는 아주머니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후포항에서 수산물을 파고 있는 아주머니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우선 후포항으로 갔다. 파도가 높아 대부분의 배들이 포구에 머물러 있다. 출항을 기다리는 어선들은 그물 손질을 하고 있다. 그래도 한쪽엔 좌판시장이 열렸다. 좌판에서 오징어와 꽁치 전어 등 싱싱한 횟감들이 손질하며 할머니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한동안 좌판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손님을 반기는 것은 좌판의 할머니들뿐만이 아니다.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들도 손님이 반갑다. 횟감으로 다듬고 남은 생선 내장이 갈매기들의 먹이로 던져진다. 꼭 할머니의 손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현석이가 오징어를 먹자고 해서 잠시 고민을 했다. ‘대게’로 점심을 먹을 생각이지만, 그래도 싱싱한 회를 그냥 지나치면 다음에 후회할 것 같다.

오징어 회 만원어치를 샀다. 초고추장은 길 건너 슈퍼에서 천 원짜리면 충분하다고 두 번씩이나 알려주신 할머니께서 전어와 꽁치 한 마리씩을 덤으로 주셨다. 비닐봉지에 담아준 회를 가지고 방조제로 갔다. 물론 1천원 짜리 초고추장도 구입해 갔다. 승합차 뒷좌석을 펼쳐 가족이 모두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오징어 회도 맛이 좋고, 꽁치회와 전어회도 맛이 좋다. 비린내를 염려했던 꽁치가 의외로 비린내가 전혀 없어 놀랐다. 현석이와 다솜이도 회가 입에서 살살 녹는단다. 푸른 바다를 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맛이어서 더 꿀맛이었다. 후포에서 나와 ‘대게’를 잡으러(?) 나섰다.

덕천해변. 따뜻한 봄날 사람을 기다리고 있군요.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덕천해변. 따뜻한 봄날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듯 전봇대 하나가 서 있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영덕에 있는 지인과 통화할 계획이었는데 아침부터 전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곳이 휴양림 직원에게 들은 ‘창해’란 곳이었다. 그곳을 찾아가는 길에 덕천해변을 만났다. 텅 빈 해변, 해수욕장 폐장 안내판이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넓은 바다경치에 마음이 후련해진다.

아이들은 금세 파도와 친구가 되었다. 술래잡기를 하는 듯하다. 파도를 따라가고, 파도에서 도망치고…. 창해가는 길은 덕천해변을 빠져나와 강구 쪽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따라 달리면 된다. 길이 아름답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아름다운 길로 그동안 7번 국도를 꿈꾸어왔는데 앞으로는 영덕의 아름다운 지방도를 꿈꿀 것 같다.

대게의 이름이 된 죽도산(대나무섬)이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대게의 이름이 된 죽도산(대나무섬)이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 길을 따라가다 죽도를 만났다. 대나무로 뒤덮여 있는 섬이 아담해 보인다. 산 위에는 멀리까지 어둔 밤길을 밝힐 등대가 있었다. 그 섬이 대게의 이름과 같이 따라다니는 대나무섬인 것을 여행을 마치고 와서야 알았다. 그리고 해변 도로를 따라 여행을 계속했다.

차유마을을 찾아 갔다. 사실, 차유마을을 찾은 것은 우연이다. 지나는 길에 바닷가에 세워둔 비석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담한 바닷가 마을에 세워진 비석의 비문이 궁금했다. 차를 돌려 가보니 ‘영덕대게 원조마을’표석이었다. 영덕군수가 세운 것이니 공식적인 원조마을인 셈이다.

맛있는 영덕대게. 영덕대게의 원조마을 차유마을에서 먹으니 더 맛나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맛있는 영덕대게. 영덕대게의 원조마을 차유마을에서 먹으니 더 맛나다. 2004년 5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창해로 향하던 발걸음을 그곳에서 멈추고 적당한 식당 한곳을 찾았다. 원조마을이니 맛에서도 기본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차유회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영덕의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에 찍힌 번호를 이제 확인했단다. “이미 늦엇어. 식당에 앉았네.” 지금 자리한 식당이 어느 곳이냐고 묻는다. 식당이름을 듣더니 지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소개할 곳이 그곳이었단다.

차유마을에 들른 것도, 식당을 찾은 것도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경험이 기반이 된 것 같아 즐거웠다. 맛있게 ‘대게’를 먹었다. 사실 불안한 구석도 있었다. 다솜이는 ‘꽃게’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게 원조마을까지 와서 그냥 갈수는 없다. 병원치료를 하더라도 먹어야 했다.

조금 먼 길이지만 처음부터 국도로 방향을 잡았다. 안동을 거쳐 예천과 상주 쪽으로. 대전에 도착하니 9시30분. 집에 도착해서도 푸른 동해가 넘실거렸다. 다음날. 비싼 게를 먹어서 일까? 대게를 맛있게 먹었던 다솜이에게는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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