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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족여행] 가은오토네 상수 허브랜드 가던 날, 엄마! 풀잎에서 향기가 나요~
[가족여행] 가은오토네 상수 허브랜드 가던 날, 엄마! 풀잎에서 향기가 나요~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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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허브 전시장에서는 갖가지 허브들이 전시되어 있다. 민트 종류, 라벤더, 로즈 마리. 직접 만지고 향기를 맡아볼 수 있다. 2004년 5월. 사진제공 / 상수 허브랜드
허브 전시장에서는 갖가지 허브들이 전시되어 있다. 민트 종류, 라벤더, 로즈 마리. 직접 만지고 향기를 맡아볼 수 있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청주] 온통 초록빛 세상이다. 풀잎 옆으로 다가서면 싱그러운 향내가 코끝을 찔러댄다. 시원한 민트향, 달콤한 초콜릿향, 아리따운 풀향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허브는 라틴어의 ‘푸른 풀’을 의미하는 herba에서 비롯됐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찾으면 ‘줄기와 잎이 식용, 약용으로 쓰이거나 향기를 이용하기도 하는 식물’이라 정의하기도 하지만 보통 건강(Health), 식용(Eatable), 신선함(Refresh), 미용(Beauty)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복합어라고 표현할 때가 많다.

허브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오랜 경험으로 알게된 풀의 효능이 생활에 쓰이게 된 것. 고대에는 허브를 병이나 상처가 났을때 먹거나 상처난 데 발랐다. 때로는 태워서 연기를 흡입하기도 했고 몸의 체취를 없애기 위해 잘게 갈아서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미각을 돋구는 음식재료로 쓰였고 다른 식재료의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한 향료로도 사용됐다.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만드는 방부제로 쓰이기도 했는데 의약품이나 방향제가 없던 시절에는 정원에서 허브를 재배해서 대체 약품으로 사용했다.

허브전시장에 나와 있는 식용꽃 가든. 노란꽃, 빨간꽃, 꽃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허브전시장에 나와 있는 식용꽃 가든. 노란꽃, 빨간꽃, 꽃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허브비누, 허브티 등 허브를 이용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허브랜드 숍.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허브비누, 허브티 등 허브를 이용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허브랜드 숍.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서양의 허브역사가 이렇듯 오래된 데 비해 한국의 허브역사는 짧다. 88년 외국 선수들이 심심찮게 찾던 허브를 이상수 사장이 들여오면서 국내에 알려지게 된 것. 상수 허브랜드는 허브를 최초로 재배하던 농장이자 현재는 한국에서 제일 큰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청원 인터체인지를 나가자마자 바로 좌회전을 하면 50m 앞에 상수 허브랜드라는 간판이 보인다. 겉모습은 잘 만들어진 레스토랑 같은데 넓은 면적의 허브 온실과 산책로가 숨겨져 있다. 3천평이 넘는 온실에서 5백50종에 달하는 허브가 자란다.

“허브는 손으로 만지면 세포가 뭉개지면서 향을 냅니다. 허브를 만지면 손에 향기가 묻어나죠?” 우리를 안내하던 이상은 이사가 갑자기 꽃잎을 하나 뜯어내더니 향기를 맡아보라고 건넨다. 가은이가 어떤 식물을 발견하더니 딸까말까 망설인다.

식물 이름명은 ‘스테비아.’ 아이의 망설임을 발견한 이사님, 바로 아이에게 따먹어 볼 것을 권한다. “그래, 따서 먹어봐.” 아이는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잎을 따서 입에 넣는다. “어때?” 엄마의 물음에 미소를 짓더니 행복하게 웃었다. “굉장히 달아.”

설탕의 3백배에 달하는 허브당 스테비아. 꽃잎을 따서 잘근잘근 씹으면 달디 단 물이 배어 나온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설탕의 3백배에 달하는 허브당 스테비아. 꽃잎을 따서 잘근잘근 씹으면 달디 단 물이 배어 나온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스테비아는 자연당의 일종이다. 설탕의 3백배나 강한 맛이 있으면서도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은 당성분. 이 재료를 설탕대신 쓴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전시장은 갖가지 허브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어 이해도 빠르다. 레몬향이 상큼한 레몬밤, 입안에 퍼지는 상쾌함으로 인기를 끌었던 껌의 원조 스피아 민트, 쓴 맛을 내는 웜우드, 향신료와 약초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타임, 머리를 맑게 하고 피로회복에 좋다는 라벤더, 카레 향 때문에 금세 입안에 침이 감도는 수퍼탄지가 있다.  

만지고 향기 맡는 것은 자유이나 잎을 뜯어도 되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아이들은 향내에 민감했다. 이사님이 레몬향 나는 레몬밤을 따서 손끝으로 비벼대자 향기가 피어올랐다. 가은이에게 건네주자 코 끝에 대고 숨을 실컷 불어 넣는다. “향기가 좋지?” “응, 꼭 레몬 같아.”

허브랜드 야외정원. 기이한 바위와 철갑상어가 노니는 수족관, 소나무 분재길이 있고 허브를 밟아볼 수 있는 허브카펫이 있다. 2004년 5월. 사진제공 / 상수 허브랜드
허브랜드 야외정원. 기이한 바위와 철갑상어가 노니는 수족관, 소나무 분재길이 있고 허브를 밟아볼 수 있는 허브카펫이 있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사님을 따라 전시장을 빠져나가니 조그만 정원이 나타난다. 시험이 있거나 승진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의자모양의 흑운모석이 있고, 골든타임, 레몬타임과 같은 허브가 깔려있는 허브카펫이 있다. 맨발로 걸으면 아로마 테라피의 맛사지 효과가 있다.

철갑상어가 노니는 작은 수족관, 생긴 모양이 야시시한 바위 고추 공룡들이, 그 뒤로는 소나무 분재 길이 계속된다. 5월이 되면 구석구석 마다 허브가 자라 각기 다른 향내를 뽐내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 안이나 밖이나 허브세상이다.  

정원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이제 겨우 3살 된 준영이는 달리기가 어찌나 빠른지 녀석을 잡으려면 전력질주 해야한다. 준영이를 잡아 올렸더니 아이 엄마가 푸념을 한다. “애들이 이렇게 극성이니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어요.” 자연을 만났는데 어찌 가만 있을 수 있으랴. 봄바람이 뛰어놀자며 아이들을 꼬여내는데….

라벤더와 로즈마리가 짙게 깔린 거리를 걸어보자.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라벤더와 로즈마리가 짙게 깔린 거리를 걸어보자.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실내로 들어가면 라벤더와 로즈마리가 터널을 이룬다. 워낙 많은 허브가 깔려있어서 굳이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향기가 난다. 이사님은 로즈마리의 새 순을 따서 손으로 비볐다. “차를 마실 때 이렇게 비벼서 찻잔에 떨어뜨리면 금세 향기가 우러납니다. 손에 묻어나는 이치와 똑같죠.” 이사님에게 허브차 마시는 팁 하나를 배웠다.

갑자기 가은이 아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을 놔두고 어디 가셨을까? 했더니만 꽃을 찾는 나비처럼 사진기 셔터를 눌러댄다. “정말 예쁘게 피었어요. 향기도 각기 달라서 찍는 맛도 색다르네요.” 가은이 아빠는 꽃들을 보면서 만족스러워 했다.

향기로운 꽃향기는 피로감을 싹 잊게 해준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향기로운 꽃향기는 피로감을 싹 잊게 해준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사님이 우연히 건네준 보라색 꽃 때문에 쟁탈전이 벌어졌다. 준영이는 누나의 꽃을 뺏으려 하고 가은이는 뺏기지 않으려고 하고. “자자. 그만 싸우고 우리 이제 맛있는 꽃밥을 먹으러 가자.” 꽃밥이라고요?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환하게 걸리기 시작했다.

안나로즈마리, 스위트 바이올렛, 챠 빌, 클로브 핑크 등 13가지 식용식물이 담긴 꽃밥. 여기에 로즈마리를 넣어 지은 구수한 밥과 마리노라벤더의 향이 들어간 된장국, 감기예방에 탁월한 민트와 허브당 스테비아로 우려낸 달콤한 김치국, 허브로 담근 고추장이 가미된다.

허브랜드의 자랑 꽃밥. 이 메뉴는 스트로베리 꽃밥인데 예뻐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허브랜드의 자랑 꽃밥. 이 메뉴는 스트로베리 꽃밥인데 예뻐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꽃밥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밥 위에 얹어 나온 꽃들을 김치국에 담그고 함께 딸려 나오는 소스와 고추장으로 밥을 비빈다. 꽃잎을 김치국에 담그면 향과 색깔이 우러나서 독특한 맛을 낸다. 이렇게 먹는 꽃밥은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상품. 어른들은 꽃밥을, 아이들은 예쁜 꽃이 얹어진 어린이 돈까스. 너무 예뻐서 먹어버리기 아깝다.

싱싱한 야채가 아삭아삭 씹히면서 달콤한 맛이 나는 비빔밥이다. 가장 환하게 빛나는 주황색 꽃. 씹어보니 순무맛이 난다. 꽃을 많이 먹으면 미인이 될 수 있을까? 꼭 나비가 된 느낌이다.

사진을 찍겠다고 잠시 밝은 곳으로 나갔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꽃밥을 찍어보고 싶다고 몰려들었다. “너무 예뻐요. 그런데 진짜 먹을 수 있어요?” 묻지 말고 꼭 한번 맛보시길. 일반 비빔밥과는 색다른 맛이니까. 6천원에서 만 원 정도면 웬만한 꽃밥은 맛볼 수 있다.

종묘실에서 만난 이상은 이사님.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종묘실에서 만난 이상은 이사님.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사님이 살짝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 종묘실의 문을 열어주었다. 역시 사진에 욕심이 많은 아빠는 감격스러워 한다. “일반인이 오지 못하는 종묘실 아닙니까.” 갑자기 가은이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아빠, 벌레, 벌레.” 아빠는 딸아이를 위해 용감하게 벌레를 무찔렀다.

“그런데 아빠, 왜 여기는 벌레가 이렇게 많아?” “꽃이 많이 있잖아. 벌레는 꽃을 좋아하거든. 벌레는 가은이가 이쁜가 보다. 가은이한테만 몰려들게” 가은이에게 조그만 화분 하나를 안겼더니 갑자기 귀여운 포즈를 취한다.

“조심해야 돼. 애기 허브거든. 여기서 자란 허브식물들을 사람들이 사가는 거야.” 이사님의 말씀에 아이는 조심스럽게 화분을 고쳐들었다. 허브랜드에서는 허브 화분을 사들고 집으로 갈 수 있다. 가격도 천원에서 2천원대. 농장을 돌면서 눈여겨 봐둔 향기가 있다면 화분에 담아 살 수 있다. 집안에 놓으면 방향제 효과도 있고 향기에 따라 피로회복이나 감기가 예방된다. 어떤 식물들은 위급할 때 상비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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